5) 피곤
물건을 다루는 장사나 기계를 다루는 것과 달리 사람과의 관계는 언제나 피곤을 초래한다. 물건은 말 없고 나의 실수나 허물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반려견을 왜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하는가? 개는 주인의 허물이나 실수에 대해서도 아무 부정적인 반응이 없고 다만 주인이 시키는 대로 순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종종 견디기 어려운 갈등과 다툼이 생긴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나 서로 의견이 다르고 성품이 같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다루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므로 서로 충돌할 수 있고 또 자기 주장이 강한 동역자는 설득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 질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사역 자체가 주는 중압감도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특히 목회하는 대부분의 한국인 목사의 경우에는 잠이 많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새벽 기도회가 있고 한 주간에도 여러 번 설교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 자신이 목회할 때에도 매일 새벽 4 시경에 기상하여 부리나케 교회로 달려가 새벽 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오전에 교인들을 심방하고 각종 집회와 모임에도 빠지지 않아야 한다.
어느 목사는 새벽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새벽 기도를 위하여 교회로 달려가서 말씀을 전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의는 제대로 입었는데 하의는 잠옷이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었다. 나의 어느 동료 목사는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넥타이를 둥글게 만들어 놓고 구두는 발 밑에 둔다고 한다.
그리고 목사는 주일 오전과 오후 예배, 수요일 저녁 예배, 금요일 기도회를 비롯하여 구역 모임도 일주일 내내 계속된다. 그 외에도 각종 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피곤을 몸에 달고 사는 형편이며 그로 인해서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와 같이 잠이 부족하고 몸이 고단해도 맘껏 쉬지 못한다. 목사가 쉬는 것은 마치 게으른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목회 사역을 성공적으로 오래 하려면 자기 몸을 혹사하지 말고 틈틈이 쉬되 특히 밤잠을 중요하게 여겨라. 피곤이 싸이면 자칫 질병이 되고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매일 빽빽한 일정 때문에 자기 가족과 보내는 시간 특히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어서 많은 목회자 자녀들이 목회에 대하여 별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교회에 아빠를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간 관리에 더욱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6) 자기 부인
세상의 지도자는 자기와 단체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지만 영적 지도자는 주님과 남들을 위하여 자신을 부인한다. 사람들을 동원하여 지도자의 목표 달성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적 지도자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며 도우며 협력하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사람의 종이 된다는 뜻이 아니며 주의 영광을 위하여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다.
실제로 목사들의 경우에는 교인들과의 관계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말 한 마디를 잘못 하면 오해를 받고 성도가 교회를 떠난다. 예를 들어서 설교 중에 예를 들었는데 그 내용이 자신과 직간접으로 해당되는 것이면 목사가 자기를 "깐다" 또는 공격한다고 생각하여 서운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설교자는 가능하면 성경을 그 내용대로 전하며 어떤 교인을 향한 공격도 삼가야 한다. 설교자는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직분을 가진 것이지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사도 바울은 좋은 가정 배경과 학문을 갖춘 유능한 학자였지만 복음을 위하여 자기의 것들을 배설물로 여겼다. 즉 그는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고 자랑할만한 많은 여건을 가졌지만 그런 것을 결코 세상에 내밀지 않았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만 자랑했기 때문에 그는 철저히 자신을 부인한 것이다. 세례 요한처럼 주님이 높아지고 흥해지고 자신은 쇠하고 낮아지기를 바라는 고백은 위대하다.
7) 고난
영적 사역은 세상의 기업 운영과 다르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명석한 머리와 철저한 계획성과 재정과 인사관리에 능하면 된다. 기업의 목적은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머리를 쓰면 된다. 여러 힘있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혹 뇌물을 써서라도 사업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한국에서 자주 정치인들의 뇌물 사건이 터지는 것을 보면 기업들이 권력 세력과 결탁하지 않으면 기업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적 사역은 전혀 다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오락이나 행사가 아니라 영적 전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하고 쉬지 않는 사탄과의 갈등을 예상하고 강하게 대적해야 한다. 나의 머리를 쓰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사탄의 공격은 실제적이어서 공격 방법과 수단도 부지기수이다. 지도자 자신을 공격할 뿐 아니라 그의 가족과 또 연관된 사람들, 기업과 연관된 회사나 단체들, 심지어 건강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정신적 갈등에 빠지게도 한다. 복음의 전심갑주를 견고하게 입지 않으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전쟁이다.
그리고 사회적인 공격과 타종교 또는 이단들과의 갈등도 있다. 정치적으로 반하나님적인 법규를 제정하여 교회를 압박하기도 하고 많은 이유를 들이대어 교회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사실 전도는 사탄의 손아귀에서 영혼을 건져 주님께 속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서운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사탄은 자기가 장악한 영혼들을 결코 순순히 내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근래에 더욱 날뛰고 있는 이단 집단들의 공세가 매우 험하다. 근래에는 세계적으로 이슬람 세력이 더욱 확산되고 있어서 교회와 성도를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종교 차별화나 인권을 이슈로 삼아 교회 활동을 여러 모로 제한하면서 타종교의 성장을 간접적으로 돕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통제하실 수 없는 일이 없고 오히려 고난을 통해 우리는 더 강해지고 깊어진다. 사도 바울이 자기 몸에 있는 가시 때문에 고통하다가 여러 번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그의 몸에서 가시를 제거하지 않으시고 다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바울은 평생 몸에 가시를 가지고 아파하면서 오히려 "내가 약한 그때에 더욱 강하다"고 고백했다 (고후 12;10).
지도자로서 겪는 고난을 모두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오히려 그런 것을 극복하고 승리하기를 간구하라.
다시 바울의 고백처럼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리라" (롬 8:37). 이 고백이 당신의 것이 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