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정치인 타종교 예식 참여, 오랜 논쟁
참여하든 하지 않든 양측에게 비판 직면

기독 정치인의 타종교 예식 참여 문제는 오랜 논쟁이 돼 왔다. 특히 기독교인 대선 후보나 공당 대표자가 불교계 행사에서 합장을 하거나, 반대로 하지 않을 경우 모두 비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표적 예로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대표는 과거 석가탄신일 법요식에 참석했으나 합장을 하지 않아 타종교인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수 개월 뒤 상월선원(霜月禪院)을 찾아서는 이를 의식한 듯 합장을 했다가 이번에는 기독교인들에게 비판받았다. 교회 집사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아예 불상 앞에서 삼배를 해 구설수에 올랐다.

제22대 대선을 앞두고 미래목회포럼(이사장 정성진 목사, 대표 오정호 목사)은 14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7-5차 정기포럼을 열고, 기독교인 공직자와 타종교 예식 참여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이상원 박사(전 총신대학교 교수)는 "위 두 가지 대조적인 사례들은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가 국가행사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타종교의 종교예식에 어느 정도까지 참여할 수 있는가 하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그는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가 정치적 목적이나 공무수행을 위하여 타종교가 믿는 신을 경배하는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인가. 이때 행위로는 불가피하게 경배하는 행위를 하긴 하지만 마음으로는 경배하지 않는 것은, 행위로 경배하는 행위와는 구별되어야 하는 것인가. 타종교가 믿는 신을 경배하는 행위는 하지 않고 마음은 주지 않으면서, 단순하게 의례로써 참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이처럼 타종교의 행사에 참여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의 양심상으로만 정당하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들, 특히 동료 기독교인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제1계명, 모든 영역서 절대적 적용
타종교가 원하는 신 숭배해선 안 돼

이 박사는 큰 틀에서 기독정치인과 기독공직자는 타종교가 신봉하는 신에 대한 경배를 표현하는 종교의식 혹은 예배의식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제1계명은 여호와 하나님 이외의 어떤 다른 신도 여호와 하나님과 같은 위치에 두고 경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바, 도덕법인 제1계명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기독교인들이 모든 삶의 영역에서 활동할 때 적용되어야 하는 절대적인 명령"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정치인과 기독공직자는 지역신론의 관점에서든, 종교혼합주의의 관점에서든, 종교다원주의의 관점에서든, 마음으로 여호와 하나님 이외에 다른 신을 두어서는 안 되며, 행동으로 타종교가 요구하는 신 숭배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십계명은 '행위' 자체로 계명 어기는 것 의미
다니엘, 계명 수호에 어떤 정치적 계산 않아

미래목회포럼 이상원
▲이상원 교수는 "제1계명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기독교인들이 모든 삶의 영역에서 활동할 때 적용되어야 하는 절대적인 명령"이라고 했다 ⓒ송경호 기자

그렇다면 정치적인 필요를 위하여, 그리고 공무수행의 목적을 위하여, 마음으로는 다른 신을 숭배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의례로서 형식상으로만 타종교의 신을 숭배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그는 "제1계명은 다른 계명들과 마찬가지로 "행위"에 중점을 두고 주는 명령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점은 제1계명으로부터 제9계명까지의 모든 계명에 해당한다"며 "예컨대 2계명의 경우에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라는 명령은 명확히 행위를 금지시키면서 마음에까지 전인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하는 명령이다. 3계명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명령이며, 4계명은 일차적으로 안식일을 지키는 "행위"를 명령하는 명령"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5~9계명 모두 '행위'까지 금지시키는 명령이라는 것이다.

이어 "따라서 마음으로 다른 신을 두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신을 숭배하는 "행위"를 하면 그 자체로 제1계명을 범하는 것"이라며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 정부가 신사참배를 강요하였을 때 천황숭배의례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이, 천황숭배의례가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신사참배가 단순히 국가의 일원으로서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거나 폐쇄되지 않고 남아 있는 교회와 함께 고통을 나누어 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자기합리화"라고 지적했다.

또 "숭실대학과 평양신학교는 폐교를 감수하면서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하였다"며 "제1계명을 거스르는 결단을 요구하는 행동에 대하여 기독정치인과 기독공직자는 정치적 이득을 잃을 각오를 하고, 또한 직을 걸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다니엘은 바벨론제국의 고위 공직자였으나 직책을 잃을 것을 각오하였을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걸고 금신상에 절하는 행위를 거부했다. 제1계명을 수호함에 있어서는 어떤 정치적 계산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단순 관전, 계명 위반이라 보긴 어려워
그러나 참여 자제하는 것이 더 나은 것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전 대표(앞줄 맨 오른쪽)는 2019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합장을 하지 않아 타종교인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YTN 캡쳐

그렇다면, 마음으로는 타종교의 신 숭배를 하지 않고 신을 숭배하는 행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하게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참여하기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이 박사는 "타종교 숭배의식에 단지 관전자로서 참여하는 것을 제1계명을 범한 행위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참여를 자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첫째로, (타종교에서) 초청하는 목적은 진정한 마음과 태도로 동참해 달라는 뜻을 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며 "그런데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가 마음으로는 타종교를 거부하면서 다만 자기 자신의 특정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정직해야 할 기독교인의 처신에 어긋나는 위선적인 태도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태도로 예배의식을 진행하는 타종교인들에게도 배반감을 느끼게 하는 상처를 줄 수 있다. 당장 체면 유지는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에게 불신을 심어 주고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신뢰나 공직자로서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된다"고 했다.

당장 체면 유지 가능해도 서로에 불신 심어
솔직하고 정중하게 양해 구하는 게 바람직

이어 "둘째로,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는 대개 평신도 지도자들이거나 신앙의 선배이거나 '믿음이 강한 자'일 수 있다. 이들의 처신은 교회의 '믿음이 약한 자'들을 시험에 들게 할 가능성이 있다. 믿음이 강한 기독정치인이나 기독공직자가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참여했다는 소식 그 자체를 듣고 상당수의 '믿음이 연약한 자'들이 한편으로는 평신도 지도자가 어떻게 타종교 숭배의식에 참여할 수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자유롭게 참여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가 있다"며 "솔직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신 숭배 의식에 참여하는 것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기독정치인과 기독공직자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타종교인이 별세했을 때 장례식에 참여하여 고인에 대한 조문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어느 종교든지, 장례예식은 두 가지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신을 숭배하고 고인의 사후의 행로를 결정하는 종교적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고인을 떠나보내고 남은 자들이 고인을 잃은 슬픔으로부터 점차 벗어나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을 도와주는 현실적인 목적"이라며 "유교나 로마 가톨릭교는 장례예식 자체가 고인을 사후의 세계로 안내하는 중요한 종교적인 의미와 신숭배적 의미에 더 강조점이 있는 반면, 유대교나 개신교의 장례예식은 철저하게 고인의 유족들이 장례예식의 슬픔으로부터 점차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을 도와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장례예식, 사후 행로 의미와 위로 목적 중첩
'절'은 귀신숭배 의미, '합장'은 인사 의미 커

때문에 기독교인은 전자의 의미의 의식에는 참여해서는 안 되지만, 후자의 의미에서 고인의 남은 유족들을 위로한다는 의미에서는 조문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장례예식에서 조문을 할 때 고인에 대하여 절을 하는 방법으로 조문의 뜻을 표현하는 것은 고인을 신으로 숭배한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하며, 특히 유교 장례 예식의 경우에 고인은 귀신으로 승화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고인에 대하여 절을 하는 것은 곧 귀신을 숭배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타종교의 장례예식에서 분향을 하는 것은 유교예식의 경우에 고인의 혼을 불러들인다는 종교적 의미도 있으나 시신에서 나는 냄새를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분향의 종교적 의미에 부담이 크다면 분향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장례식장에서 꼭 필요한 냄새제거라는 의미를 담아 분향을 한다면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불교계의 '합장'에 대해선 "불교의 장례예식에서 합장을 하는 것은 부처에게 절을 한다는 의미도 있으나 살아 있는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불교 특유의 인사법이므로, 사찰 관계자들과 만나 합장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은 불교의 문화를 존중해 준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타종교의 장례예식에서 영정 앞에 서서 기도나 묵념을 하는 것은 기도나 묵념을 할 때 하나님께서 남은 유족들을 위로해 주시고 장례절차를 잘 치르고 하루 속히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내용으로 기도를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하나님께서 기독교인들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푸시는 한편,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일반은총적인 차원에서 은혜를 베푸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이 밖에 오정호 목사가 인사말, 김신호 전 차관(교육부), 이관직 교수(총신대 신대원 은퇴교수), 윤성민 교수(강남대 목회영성리더십학과 주임교수)가 논평, 설동주 목사(실행위원)가 마침기도, 박병득 목사(사무총장)가 광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