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이 느끼는 압박과 위협에는 큰 변화 없어
선교사들 상황 확인하는 건 위험... 기도만 해 주길
이슬람 선교, 조급함 버리고 유연성 갖추게 되길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이 지역에 다시금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도로 집중되고 있다. 시시각각 들려오는 온갖 잔인하고 비통한 소식들이 많은 이들의 심정을 참담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격변 속에 한국교회는 아프간과 이슬람권, 그리고 위험 지역 선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프간 전문가인 박종상 목사(영휘교회 담임, Th.D)를 만나 이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박 목사는 오엠국제선교회와 예장 통합총회 파송 선교사였으며,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슬람대책위원장과 함해노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역임하고, 1988년부터 현재까지 33년간 아프간 관련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본지는 이 인터뷰를 2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다음은 박 목사와의 일문일답.
-이번 사태가 현지 기독교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탈레반이 재집권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러다가 또 아프간의 많은 형제자매들이 어려움을 당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는 맞다. 아프간에서는 예수 믿으면 죽고, 선교가 불가능하다. 제 동료 선교사도 체포돼서 결국은 목숨을 잃은 경우가 있었고, 제가 속했던 팀의 한 자매는 그것도 수도인 카불에서 탈레반이 쏜 총에 피살당했고, 저도 총이나 몽둥이로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탈레반 재집권 전후 아프간 기독교인들의 삶에는 큰 변화는 없다. 탈레반 이전 무자헤딘이 소련에 저항하던 시절, 탈레반이 집권하던 시절, 또 탈레반이 패배한 2001년도 이후 외부에서 아프간 선교를 위해 많은 이들이 들어오던 시절까지, 사실 현지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압박과 위협은 변함이 없다."
-현지 선교사들의 상황은 어떤가.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외부에서 현지 선교사들의 상황을 확인하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선교사들 스스로도 자기 신분을 절대 노출하지 않는다. 다만 제 경험상 선교사들은 자신의 사역을 비상시에 신실한 친구나 동역자에게 맡기고 보안이 필요한 자료들은 숨기거나 없앤 뒤 피신한다. 제가 아는 사역자들은 이미 다 그렇게 했다고 들었다. 그러니 성도 여러분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더 궁금한 점이 있더라도 기도만 해 주시면 좋겠다."
-이번 아프간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처에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우리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아프간에서 교회가 성장하고 있는데 보호해 줬어야 했던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제 견해로도 선교적인 측면에서나 미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적인 측면에서나 아프간은 반드시 필요한 국가인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것 아닌가 한다.
그러나 박해받는 아프간 성도에게는 미군의 존재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 소련군이 아프간을 점령하고 입국 허가 자체가 되지 않던 시절에도, 소련군을 통해서 복음이 전파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군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없더라도 아프간 교회의 성도들이 감당해야 할 것들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일로 반미적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선교적 측면에서 보면 지난 20년은 정말 은혜의 시간이었다. 외국에서 비자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던 폐쇄적인 국가가 개방해서, 많은 사역자들이 들어가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을 나눠줄 수 있었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그리고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주둔함으로 말미암아 아프간 사람들이 영육 간에 받은 혜택은 전례 없는 풍성한 것이었다."
-이번 사태로 이슬람권 선교 전략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나.
"제가 아프간과 이슬람권 선교에 대해 종종 말씀드리는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이슬람권 선교 사역이라고 하는 것은 기대만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선교사가 파송될 때 선교사나 파송교회나 선교지에서 뼈를 묻고 순교하리라는, 그리고 아펜젤러나 언더우드나 사무엘 마펫 선교사처럼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큰 업적을 쌓으리라는 각오와 기대를 한다. 저도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날 때는 선교지에 뼈를 묻기로 결심했는데, 실제 제가 현지에서 사역한 기간은 7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피치 못한 사정으로 선교지에서 떠나오게 됐을 때는 정말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슬람권 선교에 대해서는 조급해서는 안 된다. 크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순간순간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지역에, 그 시대에, 그 상황 속에서, 현지 형제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 그걸 채워 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속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든지 다음을 기약하는 유연한 생각이 필요한데, 이슬람권에서 사역하고 있는 우리 사역자들과 선교사들이 너무 그런 스트레스를 받고 갖고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이슬람권 선교에 있어서는 유연성, 그리고 너무 크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보다 작고 단기적인 사역 계획도 좀 더 세워야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러면 선교사들이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참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이 빠지게 되면 그 전부터 그 자리에서 일할 사람을 준비시켜 주신다.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지 인간이 어떤 계획을 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해서 한국교회의 이슬람권 선교가 좀 더 잘 재구성되고 전문가들이 양성돼 그들이 일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