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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
바티칸에 있는 로마 교황의 역사

 

기독교로 읽는 세계사

나이토 히로후미 | 이유라 역 | 역사산책 | 270쪽 | 15,000원

"세계사를 이해하기 위한 비결 중 하나는 기독교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기독교의 역사가 유럽의 역사이자 바티칸에 있는 로마 교황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독교'는 주로 가톨릭을 의미한다. 그래서 가톨릭의 정점이자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이라 부른 '로마 교황'의 역사를 따라간다.

"중세 시대의 로마 교황은 황제와 국왕 위에 있는 지배자였고, 유럽의 역사는 교황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쟁의 역사였다"는 저자의 평가대로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부터 니케아 공의회, 로마 제국 멸망, 수도원 개혁, '카노사의 굴욕', 그리고 십자군까지, 교황과 가톨릭은 중세의 '주연'이었다.

아나니 보니파시오 교황
▲아나니 사건 당시 프랑스군에 납치당하는 보니파시오 교황의 모습을 그린 그림.

그래서 가톨릭과 교황 권력의 황금기였던 '중세'까지는 자세하게 서술돼 있으나, 종교개혁 이후 세계 기독교의 주도권이 개신교로 넘어간 뒤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후의 세계 역사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신대륙이 발견되고 영국과 프랑스와 독일 등 국가의 체제가 발전되면서, 유럽을 하나로 묶었던 교황의 힘은 서서히 약해졌다. 프랑스 혁명이 타도하고자 한 '앙시엥 레짐(Ancien Régime)'에는 교황과 가톨릭도 포함됐다. 각 국가들이 채택한 정교분리도 '교황과의 거리두기' 측면이 있었다.

근현대의 내용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무솔리니와 가톨릭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다. 그러면서 전쟁 후 교황의 이미지가 회복되는 과정도 묘사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평화의 사도: 세계는 왜, 다시금 로마 교황을 필요로 하는가'로, 마무리에서 나름의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아비뇽 유수 카노사의 굴욕
▲아비뇽 유수의 원인 중 하나인 '카노사의 굴욕'을 그린 그림.

"오직 가톨릭에서만 모든 것을 통합하는 로마 교황이 있기에, 로마 교황이 계속해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로마 교황의 자세는 종교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단결시켰다. ... 길고 숭고하며 추악했던 교황의 역사가, 교황에게 힘을 부여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P. G. 맥스웰 스튜어트의 <교황의 역사(갑인공방)>나 호르스트 푸어만의 <교황의 역사: 베드로부터 베네딕토 16세까지(길)> 등의 작품들과 비슷하지만, 좀 더 개론서 형식으로 쓰여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직에 오른 지난 2013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

저자의 요약형 정리로 분량이 적당하며, 역사적 길목마다 짧지만 나름의 해석과 평가를 간단히 덧붙이기도 한다.

가톨릭과 교황의 역사를 상식과 교양 차원에서 알고 싶은 기독교인들이 읽을 만하다. 부제 '바티칸은 어떻게 역사에 군림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