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500여 기독교 사학법인들의 연합체인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가 정식 출범했다. 사학의 존립을 위협하는 유례없는 위기에 힘 모아 대응하기 위함이다. 초대 이사장은 한동대학교 법인이사장으로 있는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가 맡았다.
사단법인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창립총회가 20일 오전 11시 서울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기독교 사립학교를 이끌고 있는 50여 명의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설립 취지에서 기독사학이 한국 근대교육의 모태가 되었고, 항일구국운동과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책무를 다했음을 강조했다.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인재 배출로 나라 발전에 공언해 왔음도 역설했다.
그러면서 "기독교학교가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들의 생득적인 가능성', '선천적인 소질을 발전'시키고, '사회의 존속과 혁신의 기반을 조성'할 뿐 아니라 '사회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는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기독교사학 법인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수활동을 통해 오늘날 500여 개의 기독교학교의 교육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예배에서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 한동법인 신동아학원)는 '포기하지 말라(갈 6:9)'는 제목의 설교에서 "성경에서 말하는 선이 사람들에게 칭찬받은 역사는 한 번도 없었다"며 "저 역시 기독사학을 이끌어오면서 수많은 반대와 오해 속에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이어 "선을 행할 때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이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7년간 학교를 운영해 오다 코로나로 사태로 위기를 맞았는데, 오히려 온택트 수업에 부모님들도 함께 참여하며 선생님들의 정성을 보고 놀라 (소문이 퍼져)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났다. 완전히 끝났다고 절망할 때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이라고 했다.
홍 목사는 "기독교 학교들의 채플이 죽어가고 있다. 설교자로 가면 한동대를 빼놓고는 학생들이 다 자고 있다"며 "어떻게 학교를 바로 세울 것인가에 대한 깊은 교제 속에 하나님의 일들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전했다.
▲이사장에 선출된 이재훈 목사는 "어깨가 무겁다"며 "시대적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섬기겠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
인사를 전한 고명진 목사는 "사학법 개정으로 기독사학의 정체성을 흔들고 신앙 교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엄습하고 있다. 이럴 때 성경적·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게 마음을 합하면 다음 세대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축사를 전한 표용은 영면학원 이사장(기감 전 감독회장)은 "지금으로 130년 전 선교사들이 기독교 교육을 통해 우리 국민을 깨우고 인재를 배양해 나라 발전에 큰 힘이 되었다"며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 교육을 말살하려는 이들로 인해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지 못하고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됐다. 미션네트워크를 통해 기독교 학교를 통해 이 사회의 교육이 다시 확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우리 자녀가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게 하려면 성경에 기반한 올바른 기독교 교육을 행해야 한다"며 "기독교 학교는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나라 발전에 공헌했다. 500여개 기독 학교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인꾼들을 키워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총회에서는 이재훈 목사가 만장일치로 이사장에 선출됐다. 이 목사는 "심부름꾼의 역할로 불러 주셔서 어깨가 무겁다"며 "시대적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섬기겠다"고 전했다.
기독교 건학이념 구현 위한 학술활동과 연대 강화
교육 공공성 확대 위한 기독교학교 자정위 설치도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기정추) 위원장으로 미션네트워크 출범에 앞장서 온 김운성 목사(영락교회)는 "그간 법인이 아닌 모임으로 연대해 왔다. 미션네트워크가 법인으로 등재되고 정식으로 출발한 것은 중요한 진일보"라고 했다.
미션네트워크의 임원으로는 고명진 목사(예닮학원 이사장), 김요셉 목사(중앙학원 이사장), 김운성 목사(영락·대광학원 이사장), 김은호 목사(영훈학원 전 이사장), 김종준 목사(꽃동산학원 이사장), 박광준 목사(숭실대 이사장), 박상진 교수(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손진철 목사(제일학원 이사장), 이재훈 목사(학교법인 한동대학교 이사장), 정길진 목사(진선학원 이사장)가 선출됐다. 감사는 손성규 연세대 교수, 강동호 법무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이들은 향후 기독교학교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세미나, 포럼, 연구 등의 학술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국회/교육부/교육청 등에 공청회 역할도 펼치며, 2022년 교육감 선거를 대비한 메니페스토 및 기독교학교 학부모 운동도 준비 중이다.
회원 간 연대활동 및 학교 급/지역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수를 통해 기독사학으로서의 학교 운영 방안도 공유한다. 기독교학교 자정위원회를 두고 교육 공공성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다.
이후 세미나에서는 박상진 교수(장신대)가 '기독교사학의 정체성 위기와 극복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 외에도 함승수 교수(숭실대), 정길진 목사(우리성문교회 원로, 진선학원), 박광준 이사장(숭실대), 김종준 목사(꽃동산학원) 등이 순서를 맡았다.
▲기독교 사립학교를 이끌고 있는 50여 명의 대표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