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구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당시 서울에서 대학교 생활을 하던 저는 그 소식에 급히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못 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면서 말입니다. 가는 내내 마음을 조리면서 가야만 했습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어머니께서 응급실에서도 가장 위독한 환자들을 돌보는 한 쪽 켠에서 많은 링겔 주사들을 여러 개를 꽂은 채 누워 계셨습니다.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셔서 살아계시는 분으로 보여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 보이셨습니다.
급히 어머니께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엄마 괜찮나?"
그 소리에 겨우 눈을 뜨시면서 어머니가 힘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응, 나는 괜찮다. 야야, 근데 너 밥 문나?"
'아니, 당신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이 상황 속에서 자식 밥 못 먹었을까 봐 걱정하시다니...' 정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응급실이라 잠깐 밖에 있을 수가 없어 뒤돌아서서 나오는데 왈칵 울음이 터져 버렸습니다. 그 어머니의 말이 큰 사랑으로 저의 마음 속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번씩이나 묻기 이전에 직접 생선과 떡으로 아침을 먼저 먹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음식을 차려 주심으로 표현하셨던 겁니다. 밤새도록 노력해도 고기를 못 잡아 힘들고 지쳐 있던 제자들에게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신 겁니다.
지금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야야, 밥 문나?"
"여러분, 오늘 밥 굶지 않고 드셨나요? "
지금까지 우리가 굶지 않고 밥 잘 먹고 지내온 것 만으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것이 예수님의 사랑법이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먹이시는 그 분의 은혜가 참 큽니다. 먹고 사는 자체가 은혜입니다.
"육지에 올라와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 <요 21:9>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제자들이 주님이신 줄 아는 고로 당신이 누구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요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