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가 군부의 쿠데타와 시위 유혈 진압으로 사망자가 700여 명에 이르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세계선교협회의(KWMA)가 현지 선교사들에게 안전을 위해 일시 철수를 권고했다.
KWMA는 14일 오후 서울 노량진 CTS 멀티미디어센터 3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사태 및 선교 현황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강대흥 사무총장을 비롯, 미얀마한인선교사협의회(미선회) 회장과 GMS(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 미얀마 선교사회 회장도 참석했다.
현재 미얀마 한인선교연합회에는 200여 가정이 속해 있으며, 그 가운데 교단 선교회, 선교단체에 속한 가정들은 위기 관리를 스스로 하는 이들도 있다. 그 중 개교회에서 파송된 24가정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처 및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WMA는 “미얀마에서는 목회자, 성도들, 신학교 학생들이 각자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교단이나 단체들은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성명은 발표했으나, 단체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반발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으나, 군부는 무력을 사용하여 무차별 진압하면서 현재까지 700명 이상의 시민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사람이 부상 및 불법 감금당했다.
미얀마에서는 현재 지역 행정 시스템이 마비되고, 대부분 은행이 문을 닫았으며 현금도 하루에 20만짯(약 16만 원)만 인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는 작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았고, 현재 대부분의 교사들이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해 정상적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부는 현지 인터넷 제한 및 검열을 하고, 통행금지를 선포해 외출을 제한하고 불심검문을 하며, 코로나19 방역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선교활동 자체가 불법인 만큼, 자칫하면 종교적으로 기독교 선교에 적대적인 상황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 그럴 때 작은 빌미라도 주면 국가 보안이나 정보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돌발적으로 체포되어 심문, 구금,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고.
시민 사생활 안전보호법 역시 일부 개정되었기에, 어떻게든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면 군경에 의해 불시에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미얀마한인선교회는 이러한 국내 규정에 의거해 미선회 단체 채팅방을 보안이 우수한 ‘시그널’로 옮겼으며, 공식 메일 또한 파일에 암호를 넣는 등 보안에 신경 쓰고 있다고. 또 회원들에게 중국의 사례를 들어 정보 보안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구 선교단체들은 이미 자국 선교사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3일 미얀마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철수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미얀마 입국을 취소, 연기하고, 현지 체류 중인 국민은 긴요한 용무가 아닌 이상 귀국을 권하고 있다.
일부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 파송 교회 중에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 철수를 권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선교사들 다수는 ‘선교사는 현지 상황이 어려워도 끝까지 사역지에 남아야 한다’는 인식이나 귀국 후 후원 중단, 기약 없는 사역지 복귀 등의 우려로 철수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교단이나 선교단체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KWMA가 공식 입장을 밝힌다”며 “미얀마 선교를 하는 교회 목사님들이 선교사님들의 사역을 귀하게 생각하면서, 언젠가 사태가 풀리면 미얀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선교적 여지를 남겨 놓는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철수해도 미얀마 사역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선교 본부나 파송 교회가 함께 기도하며 방법을 마련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