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전문가들이 에이즈의 전파 경로, 치료약의 부재, 질병의 위험성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회장 민성길)가 20일 개최한 제2회 성과학 콜로키움 1부 주제발표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전은성 교수가 'HIV 전파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차단을 위한 노력'을, 비뇨의학과 전문의 임수현 과장이 'HIV/AIDS 통계 분석 2019'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전 교수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질환은 매우 치명적이면서도 위험한 질환"이라며 "2009년 BMC infectious disease 논문에서, HIV 진단받은 3,369명의 환자 중 980명이 사망했다. 2020년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논문에서는, HIV 진단받은 801명 중 71명이 사망하였는데, 진단 후 사망까지 6.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HIV감염은 남성 위주의 성감염매개병이며, 주된 전파 행위는 남성 간 항문성관계"라며 "질병관리청 조사결과 남성에서 발생자 연령대를 확인해 보면, 20-34세에서 압도적인 발생현황을 보이고 있고, 20-34세에서 남/녀 비율은 40.5배(남 527명/여 13명)에 이를 정도로 남성에서 압도적"이라고 했다.
이어 "성행위별 전파율을 분석한 결과, 캐나다의 public health agency에서는 질성관계보다 항문성관계에서 HIV 전파위험율이 최소 7.36배에서 최대 42.25배 높음을 보고하였다(2012년). UNAIDS에서는 남성 간 성관계를 가지거나 게이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HIV 감염위험도가 2018년에 22배, 2019년에 26배 높음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또 "콘돔은 충분한 예방책이 될 수 없으며, 콘돔의 한계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며 "남성 간 성관계를 가지는 그룹에서 콘돔을 통한 HIV 예방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 결과 약 29.8%에서 40.4%의 콘돔이 찢어짐을 확인했다"며 "남성 간 성관계를 가지는 그룹에서 콘돔을 통한 HIV 감염률을 확인하기 위한 EXPLORE, VAX004 연구에서, 콘돔을 통한 억제 효과는 최대 72.3%, 62.9%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료 중심에서 예방으로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며 "질병의 전파 경로, 현재 치료약의 부재 및 콘돔의 한계, 이 질병의 위험성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제2회 성과학 콜로키움이 진행되고 있다. |
임수현 전문의 "아직 완치 불가능... 생존율 크게 향상 안 돼"
한편 임수현 과장은 에이즈 감염의 대다수가 남성 간 성 접촉이고 아직 의학적으로 완치 불가능한 상태임을 지적하며 "밝혀진 사실과 정보를 있는 그대로 주고 받을 때 에이즈 전염의 종식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임 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HIV/AIDS 신규 감염자가 가장 많았던 1998년 이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HIV 신규 감염인 중에 20~30대 젊은 남자(60.4%), 특히 25~34세 남자(41.4%)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감염 시부터 진단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6.96년임을 감안하면 10대 중반에서 20대 남자들에서 주로 감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임 과장은 "우리나라 HIV 생존 감염인이 점차적으로 고령화되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AIDS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며 "그러나 ART(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를 시행받는 환자의 생존율이 의미 있게 향상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와, 2019년 AIDS 사망자의 추정 평균 연령이 57세이고 사망자의 74%는 64세 이하라는 통계를 간과하여, HIV/AIDS를 여느 만성 질환처럼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염 퇴치를 위해 조기 발견, 환자 치료 및 지원, 연구 개발, 그리고 대국민 교육 홍보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HIV 감염의 대부분이 젊은 MSM 사이에서 발생하고, 감염에 가장 위험한 행위가 남성 간 성접촉이며, HIV/AIDS가 아직 완치 불가능하고, ART를 받는 감염자들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는 의학적 사실을 올바르게 알리지 않는다면, 일반 국민들, 특히 청소년들이 위험한 행위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로 하여금 감염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스스로 조심하며 자발적으로 검사하도록 돕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