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운데,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3일 저녁부터 이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했다.
태 의원은 "대북전단은 북한 김여정이 날리지 말라고 한 후부터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북전단은 하나도 날아가는 게 없다"며 "현행법을 가지고도 대북전단 단체들을 제재해서 날리지 못하게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렇게 지금 있는 법으로도 가능한데 새로운 규제를 또 만들려고 한다.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북중 국경을 통해서 북한으로 밀수되어 가는 모든 물품의 유통이 막힐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저의 지금 토론 장면을 보고 있을 북한 통전부 일꾼들과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 외교관들도 아마 분단 역사 이후 처음으로 북한과 대한민국 국회가 이렇게 손 잡고 북한 주민들의 귀와 눈, 코 이 오감을 이중 삼중으로 막아버리는 입법 과정을 보면서 그들도 현실이 믿겨지지 않을 것"고 했다.
태 의원은 "역대 어느 정부나 여당, 그리고 그 어느 대통령도 차마 추진하려고 하지 않은 이 어처구니 없는 대북전단 금지법이라는 법이 북한 김여정의 말 한 마디에 지금 통과되려 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 우리 한 번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 김여정이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면, 이런 법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우리가 지금 무슨 꼴인가. 대한민국 국회가 김여정 요구에 따라 법을 만들다니,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처음 이 법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논의될 때 여당 의원들은 김여정의 요구가 아니라 민통선 이북 지역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며 "그러나 이 법이 얼마나 거짓이었나 하는 것은 이 법의 법리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마 민주당 의원들도 '과연 이것이 민주당 당론에 맞는가' 하고 의심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아니다. 북한으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가치인 자유와 평등, 민주의 정신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김정은과 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을 영원히 노예의 처지에서 헤매게 하는 법"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오전 미국 대북전단 전문가들과 화상통화를 했다. 그 분들의 질문의 핵심은 '평화 유지와 체제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의 힘, 바로 소프트 파워인데 왜 한국은 그런 지렛대를 스스로 버리나, 도대체 한국 정부는 무엇이 냉전체제를 허물었는지 공부도 안 했단 말인가'(라는 것이었다). 외국분들도 지금 이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했다.
태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13일 저녁 8시 50분께부터 시작돼 약 10시간 만인 14일 오전 6시 50분께 종료됐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가 제출됐다. 이에 따라 제출 24시간 이후인 14일 저녁 종결 여부를 표결에 부친다. 종결을 위한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 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