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경찰서가 3일 난곡동 소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이날 오전 5시 30분을 기점으로 교회 인근 CCTV 회로를 입수했다. 그 결과 한 여성이 전날 오후 10시 10분께 영아를 드럼통 위에 놓고 가는 장면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찾아 베이비박스 대신 근처 드럼통 위에 아기를 놓고 간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여성을) 빨리 찾아내야 사안도 자세히 알 수 있다"며 "(CCTV에 찍힌 여성이) 산모가 맞다면 그 사람 건강이나 정신상태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영아는 발견 당시 탯줄과 태반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베이비박스는 출산 이후 양육비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양육을 포기한 여성들이 아이를 놓고 갈 수 있도록 주사랑공동체가 만든 간이 보호시설이다.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 대표)는 "이번 일은 너무 부끄럽고 가슴이 아프다"며 "그 미혼모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베이비박스의 순기능을 잘 몰랐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를 살리려고 베이비박스 근처까지 왔지만 잘 몰라서 드럼통에만 두면 아이가 살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미혼모를 적극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출산·양육·입양 지원 등을 잘 갖추고 있으니 자가분만하지 말고 아기를 결코 유기하지 말아달라"며 "낙태·아기 유기 등을 결심하지 말고 베이비박스에 꼭 연락해달라. 아이와 엄마 둘 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아이와 미혼모 둘 다 보호하는 비밀출산법이 다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태어난 아이에 대한 양육비를 국가가 일정기간 동안 지원하고, 미혼모가 가명으로 아이를 출생 신고할 수 있으며, 이후 합의를 거쳐 미혼모와 아이가 만날 수 있도록 했다"며 "미혼부를 끝까지 추적해 양육비 전부를 물릴 수 있는 법적 강제력도 갖췄다. 해당 법안이 꼭 통과되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