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신기하지...?" 방금 전 세이프웨이에서 사온 도넛 중에 꽈배기와 애플프리터를 각각 반으로 자르다가 나이프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물었습니다. "뭐가?" 빤히 쳐다보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거라서 전에 같으면 통째로 두 개 다 먹어도 시원치 않았을 텐데, 이젠 그런 생각이 안 들어..." 정말 그랬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꽈배기를 반쪽만 먹다니...
지난 3월 펜대믹이 시작된 이후 저는 20 파운드 가량을 감량했습니다. 요즘 집에만 있어서 대부분 살이 쪘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디톡스도 하고 음식 조절도 하긴 했지만, 마지막 5파운드는 평소에 먹던 대로 먹으면서 순전히 운동으로 뺀 살이라 조금은 안정권에 들어선 듯 합니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서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쭈욱~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의 매일 6-7마일 정도를 걸었습니다. 쉬는 날에는10마일을 걸을 때도 있었습니다. 오후 4시 쯤 교회에서 3-4마일을 걷고, 밤이 되면 집에서 다시 3마일 정도를 걸으면서 근력 운동을 했습니다. 처음엔 걷는 것이 '끝내야 할 숙제'같아 부담스러웠지만, 요즘엔 걷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면 마치 이빨을 닦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찝찝합니다. 그야말로, 일상이 된 것입니다.
매일 걷다 보니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과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결심을 한 적도 없는데, 매일 교회 마당을 걷다 보니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입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떻게 뺀 살인데... 그거 조금 더 먹자고 몸을 예전처럼 더럽힐(?)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영어권 조셉 목사님도 그 동안 10 파운드를 감량했습니다. 한 주에 3일 정도 저와 함께 걷곤 하는데, 어제는 어쩐지 몸이 부어 보여서 물었습니다. "오늘은 좀 몸이 부어 보이네요?" 조셉 목사님이 계면쩍은 듯 웃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요즘 밤에 뭘 자꾸먹어서 그런가 봐요..." 조셉 목사님이 야식을 먹는다는 소리에 갑자기 아브라함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갈대아우르를 떠났지만 걷기를 포기하고 하란에서 머물렀던 사람... 결국 그곳에 아버지를 묻고 나서야 다시 걷기를 시작했던 사람... 조셉 목사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걷기를 쉬지 맙시다. 되도록이면 매일 걸읍시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은 40년이 넘도록 광야를 걸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살던 애굽의 변방에서 직선 거리로 불과 1주일이면 갈 수 있었던 곳을, 그들은 40년 동안이나 걸어야 했습니다. 왜 그래야 했을까요? 물론, 하나님께서 그들의 불신앙을 징계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은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400년이 넘도록 애굽의 노예로 살면서 세상만 바라보던 이스라엘이 진정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하나님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40년이란 긴 시간을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보며 광야를 걸어야 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걷기를 멈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걷기를 멈추면 하란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 '야식'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이 광야를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