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가 김정은 위원장의 유고설과 사망설에 대한 소문에 휩싸였지만, 그런 소문을 제공한 1차 책임은 20일간 최고 지도자의 신변을 고의적으로 감춘 북한 당국에 있다.
저간에 세계인들은 외신들을 비롯한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탈북민 출신 한국 두 국회의원 당선인을 포함해-김 위원장의 유고설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 며칠 전 출현한 북한 지도자의 건재한 모습은 그간의 모든 소리소문들을 불식시키며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최고 지도자의 신성화와 맞물린 신비화 전략이 저들 체제 유지의 주무기라면, 이번 ‘깜짝쇼’ 이벤트를 통해 저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적 스타덤에 올랐음을 입증할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앞으로는 별로 알아주지 않는 미사일 발사보다, 잠적 시위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싶어할지 모르겠다.
이와 동시에 대한민국에서는 북한의 전체주의적이고 반인권적인 폭정에서 탈출하여 귀순한 두 탈북민 국회의원 당선자들에 대해 빗발치는 질책과 타도적인 과격한 원성이 일어나고 있다. 그 공격의 강도나 내용을 보면, 마치 진실을 왜곡한 거짓에 항거하는 형국이다.
비난자들에게 있어 진실은 ‘김정은의 현재적 건재’이고 거짓은 비난 대상자들의 ‘김정은의 과거적 건재에 대한 부인’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태 의원 당선인의 1차 반응은 ‘김정은의 과거적 건재에 대한 의구심’으로 나타났고, 지 의원 당선인의 일차적 반응은 ‘김정은 사망설에의 확신에 대한 유보’로 나타났다.
전자는 그간 김정은의 건강상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고, 후자는 아직도 부활한 김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의 삶에 있어 사실과 진실은 별개의 문제인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일어난 현상에 기준하여 그 진의를 가늠하려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현재적 김정은의 건재’는 눈에 보이는 사실성은 담고 있을지언정, 진실성의 가치마저 부여할 필요는 하등 없을 것이다.
무분별한 비난자들은 도리어 태영호 당선인을 통해 이번 해프닝에 대해 단편적이고 즉흥 반사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북한 당국의 노림수에 걸려들기 쉬운 자신들의 사려깊지 않은 자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지성호 당선인을 통해 우리는 관료들을 비롯 자기 주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완전 봉쇄하는, 실로 노예적인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실상을 무섭게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테러가 무서운 것은 예측할 수 없는 항시적인 불안감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핵 미사일로 무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위협적인 위상의 북한 당국에서 괄목할 기간 동안의 최고 지도자 부재는 그 자체가 지구적으로 테러적인 공포감을 일으키기에 족한 것이다.
두 의원 당선인들을 비롯해 탈북민들의 북한 상황을 알리는 보이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경보 사이렌과 같은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이 울리는 ‘오보적 사이렌’을 히스테리컬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인내심을 가지고 훈련용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 치는 소년’이 아니다.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소란을 일으키는 자들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과도한 비판은 자칫 이들을 ‘양 치는 소년’으로 만드는 무책임한 것으로써, 예기치 못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두 의원 당선자들에게 공인으로서 정보력에 대한 신중한 점검은 기대할지언정, 북한의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의 자질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하거나 더욱이 도덕적인 잣대를 무모하게 들이대서는 안 된다.
북한 동포들의 구원과 남북 통일을 생각할 때 이들이 가진 상징성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가치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인들은 북한 방식에 대해 새삼 많은 것을 느끼게 됐고, 가장 불확실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 유고시를 대비해서 방비책도 실감나게 강구하거나 점검케 되었으니, 큰 소득으로 생각할 만한 면도 충분히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괴상망측한 권력 체계 수장인 북한 지도자 밑에서 실로 참담하게 인권을 유린당하고 살아가는 북한 동포들을 더욱 가슴에 품고 기도해야 할 뿐 아니라, 두 의원 당선인들에게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
박현숙 목사
인터넷 선교 사역자
리빙지저스, 박현숙TV
서울대 수료 후 뉴욕 나약신학교와 미주 장신대원을 졸업했다. 미주에서 크리스천 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시집으로 <너의 밤은 나에게 낯설지 않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