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미국에서 제작된 기독교 영화 ‘기도의 힘’이 9일 한국에서 개봉됐다. 영어 제목은 ‘워룸’(War Room)으로, 곧 ‘전쟁의 방’이다. 기도가 곧 전쟁이며 기도의 골방이 승리의 전략이라는 점을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일깨워준다.
윌리엄스 부인은 월남전에서 남편을 잃었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를 버티게 해준 곳은 작은 기도 골방이다. 그녀는 살아온 삶에서 응답받은 기도제목들을 벽장에 걸어둔다.
부동산 판매원인 엘리자베스는 윌리엄스 부인의 집에 방문한다. 그리고 그녀의 응답받은 기도제목을 보게 된다. 윌리엄스 부인은 “힘들 때마다 응답받은 기도를 본다. 하나님이 삶을 주관하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해준다.
엘리자베스는 평범한 믿음의 소유자다. 기도는 하고 믿음은 있지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간 신앙의 전형이다. 그런 엘리자베스에게 윌리엄스 부인은 “뜨겁거나 차게 커피를 먹지 미지근하게 먹지 않는다”며 미지근한 커피를 건넨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젖어 기도할 시간도 없는 엘리자베스다. 그녀의 남편 토니는 잘나가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동시에 성공에 도취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편이다. SUV와 차고가 딸린 집을 소유했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토니다. 엘리자베스와 토니는 어쩌면 선데이 크리스천의 상징일 수도 있다.
잦은 불화를 겪는 이들 부부는 헤어지지 못해 겨우 산다. 토니는 불륜의 늪에 빠진다. 딸 대니얼은 “엄마 아빠는 나를 덜 사랑하는 것 같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딸이 학교에서 배운 줄넘기 기술도 모르는 이들 부부에겐 돈벌이가 아니라 사랑이 필요했다. 그리고 가족을 사랑으로 회복시킬 엘리자베스의 기도가 절실한 상황이다.
윌리엄스 부인은 엘리자베스에게 “남편은 적이 아니다. 주님과 남편에게서 자신을 갈라놓은 진짜 적은 사탄이다. 사탄과 기도로 싸우라”며 “남편과 싸우려 하지 말라. 진짜 싸워야할 적은 사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거운 짐을 드는 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그건 하나님만이 할 일이고 내 할 일은 기도로 구하는 것”이라며 “기도의 방법은 감사·회개·청함·떠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중보 순으로 하라”고 했다. “예수의 이름을 외치지 않아 세상은 이렇게 망가졌다”고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엘리자베스는 윌리엄스 부인의 권유에 처음엔 시큰둥했다. 권유에 따라 그녀는 기도의 방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화려한 옷으로 채워져 있다. 피곤하면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되고, 입이 심심하면 감자칩에 콜라를 먹으면 그만이다. 이런 편안함이 토니의 불륜사실로 산산조각나자 엘리자베스는 그제야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기도가 부족했고 진심으로 하나님이 필요하다고, 토니에게 매우 화가 나지만 이 가정은 잃고 싶지 않다고 기도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솔직한 감정을 토로한 기도였다. 숨이 멎는 고난이 그녀를 간절한 기도로 이끈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마음의 분노를 주님이 가져가 달라고, 그리고 그가 다시 날 사랑하게 해달라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면 막아 달라고 간절히 청한다.
엘리자베스는 말씀으로 기도한다.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야고보서 4:7). 그리고 예수의 이름으로 마귀에게 떠나라고 선포한다. 그렇게 기도를 많이 하니 엘리자베스에게 기도는 10분이 영원한 천국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다. 멈추기 어려웠다. 딸 대니얼도 기도제목을 적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남편 토니는 하나님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불륜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거짓으로 쌓은 회사실적이 탄로나 해고된다. 토니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를 알고 회사에서 해고된 자신을 품어준 그녀를 의아해하는 토니.
그는 집에서 빈둥거리다 기도의 골방을 통해 알았다. 아내가 남편을 위해 기도했다는 것을. 토니는 자신이 이기적이고 교만하며 가족에게 아픔을 주었다며 무릎 꿇고 예수님께 울면서 기도한다. 엘리자베스에게도 용서를 구한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내 만족이 남편에게 올 수 없고 오직 예수님께만 기쁨을 누리며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토니와 끝까지 결혼을 유지하고 싶다고 기도했다”고 고백한다.
남편이 아내의 발을 닦아줄 정도로 관계는 좋아졌다. 토니가 비록 회사에서 해고가 됐어도 딸이 줄넘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을 누린다. 감사와 용서가 가득 찬 가정으로 회복된다. 편안했을 때 회복될 수 없던 관계가 힘든 상황을 마주하자 기도를 통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영화는 어려움이 하나님을 찾고 기도를 통해 회복되는 통로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어 영화 제목은 ‘기도의 힘’이다. 그러나 원제는 ‘전쟁의 방’이다. 작은 골방에서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는 ‘전쟁 같은 세상을 구원할 힘’이라며 영화는 관객에게 기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8일 기준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39만여 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만 1만 2천여 명이다. 2015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가 지금 개봉된 것은 안락함에 젖어 기도를 안 하는 현대인 특히 크리스천들을 일깨우는 경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