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인 저는 오늘부터 부목사로 근무를 시작합니다."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전임자와 후임자 간 갈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서로 직위를 바꾸기로 했다는 흥미로운 소식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익산 꿈이있는교회에서 부교역자로 13년간 섬겼다는 조정환 목사는, 1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담임목사와 부목사 역할을 바꾸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교회 최초로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교체되는 특별한 경험"을 소개했다.
노지훈 목사가 2005년 12월 서울에서의 사역을 정리하고 익산에서 먼저 사역을 시작했고, 6개월 뒤인 2006년 6월 조정환 목사가 처음 익산으로 내려왔다. 조 목사는 "(하나님께서 제게) 낯선 땅 익산으로 내려와 개척을 하신 노 목사님을 섬겨야 한다는 마음을 주셔서,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부교역자로 꿈이있는교회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사역을 시작하면서 얼마나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지 모른다. 꿈이있는교회를 섬기는 동안 참 많은 성장과 성숙이 제 삶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겨우 35살의 젊은 나이에 이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꿈이있는교회에서 사역해 오신 노 목사님은 CHE 선교전략으로 도심의 교회들을 세우는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면서, 담임목사 자리를 내려놓으시고 부목사의 자리로 역할을 바꾸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습과 권력다툼을 일삼아 온 한국교회를 생각하시고 제안하신 일"이이라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 최초로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교체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며 "저는 성도들의 만장일치로 청빙을 받고 아직 연소함으로 배워야 할 목회의 경험들을 채우기 위해 모범이 되는 교회들을 탐방하고 훈련 과정들을 연구하는 동안, 저의 빈 자리를 부목사로 내려오신 노 목사님께서 얼마 동안 섬겨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성도들에게 공지하고 준비하였지만, 이런 상황이 혼란스러운 성도들을 (노 목사님이) 끝까지 돌봐주시면서 그분들을 이해시키며 교회를 떠나지 않고 후임목사님을 돕고 세우도록 설득해 주시다가 조용히 떠나시려고 준비하고 계시다. (그래서 모든 성도들이 만장일치로 저의 청빙을 찬성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 목사님은) 5년만 더 계시면 원로목사가 되시지만,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익산으로 내려오셨던 것처럼 다시 비전을 따라 움직이신다. 부목사로 역할을 바꾸시고 사역을 마무리하시면서도 일체의 사례비도 받지 않으시고 떠나실 때 퇴직금도 전혀 받지 않으신다고 설교 시간 선포하시고 그대로 실천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함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청년시절 전도사 때도 목사 안수를 받은 부목사 시절에도 교역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유럽과 성지순례를 보내주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라며 "전도사 시절 꿈이있는교회에서 유럽여행도 할 수 있게 보내주시고, 담임목사 청빙받기 전에 성지순례는 꼭 다녀와야 한다고 하셔서 얼마 전 여행하고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방문한 가이사랴 지역에서 묵상할 기회가 있었다. 바울이 이 장소 가이사랴에서 베스도 앞에서 자신을 로마, 가이사에게 보내달라고 호소했던 말씀을 생각하며, 내가 가야 할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말씀의 사역자로 살아가는 것, 한 교회의 부름을 받아 최선을 다해 섬기는 것, 무릎으로 몸부림으로 복음을 살아내는 것, 그것을 위해 하나님은 꿈이있는교회 이 자리를 지키게 하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나님께서 도우심으로 이 귀한 부름에 최선을 다해 달려가도록, 충성을 다하는 칭찬받는 종이 될 수 있도록 사역을 마무리하시고 떠나시는 목사님에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글에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이런 멋진 사역을 시작하신 두 분의 목사님을 응원한다"는 격려의 댓글이 연이었다.
조 목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 동광교회 전도사 시절부터 노 목사님을 가까이에서 섬기면서 인격적·사역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익산에서 부교역자로 섬기면서 먹고 자는 일상적인 것들까지 함께하는 동역의 기간 동안, 목회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견문을 넓혀주시기 위해 정말 많은 힘을 써주셨다"고 했다.
조 목사는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특히 목회자로서 강단에서 힘 있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설교 훈련이었다고 전했다. 설교를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줄 뿐만 아니라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고, 각종 설교 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조 목사는 2017년 예장 합동 총회가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교단 차원에서 개최한 전국신학생 설교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익산 사역 초기 의무소방으로 군생활을 하는 동안 주말에만 사역할 수 있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페이스북에서 밝힌 것과 같이 전도사 시절과 담임목사 청빙 직전 견문을 넓혀야 한다며 유럽여행과 성지순례를 지원해 준 것에 대해서도 "당시 얼마나 교회가 재정적으로 치열한 상황인지 저도 잘 알고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14일 노지환 목사의 페이스북에는 '새 직장(익산 꿈이있는교회 부목사)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스스로 부목사의 자리로 내려온 노 목사가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는 건 CHE(Community Health Evangelism, 지역사회선교전략) 사역이다. 지역사회의 개발과 전도, 양육, 교회 개척을 통합한 전인적인 선교 전략을 추구한다.
이 외에도 노 목사는 연예인 사역단체 미제이(MEJ)의 지도목사,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의 기도회 인도 등으로 기독 연예인들의 영적인 버팀목이 되어 주고,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도목사, 익산시 시청직장선교회 지도목사 등으로 섬기며 활발한 사역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