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트

이지성 | 차이정원 | 308쪽

스티브 잡스, 죽기 전까지 '인공지능 '붙잡아
인공지능 시대 도래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美 전설 IT 기업가들, 예전부터 인공지능 올인

인류에게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5일 죽음을 맞이했다. 세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잡스의 죽음을 애도했다. 인류의 새로운 혁명을 가져다 준 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무엇을 했을까? 그는 인공지능을 붙잡고 있었다.

2003년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스탠퍼드 국제연구소(SRI International)와 학습 및 추론 능력은 물론이고 인간과 대화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연구와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CALO(Cognative Assistant that Learns and Organize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무려 300여 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5년 동안 진행되었는데, 스탠퍼드 국제연구소는 2007년 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따로 떼서 스타트업으로 출범시켰다.

잡스는 2014년에 무려 2조 2,600억 원을 지불하고서 그 기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직접 아이폰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지휘, 시리(siri)를 개발했다.

잡스는 시리(siri)가 탑재된 아이폰 4S의 발표가 있던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잡스는 사망하기 1년 6개월 전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했고, 직접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가 완수된 다음 날 호흡을 멈추었다.

한 마디로 잡스는 자신의 남은 생명을 모두 인공지능에 쏟아부었다. 잡스가 왜 죽기 전까지 인공지능을 붙잡고 있었을까? 그것은 곧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인공지능에 관한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갑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IT 기업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공지능에 목을 매고 있었다.

인문학자 이지성, 2004년부터 인공지능 관심
우리나라, 인공지능 관심 생기다 멈춰 좌절도
알파고 계기로 다시 관심, 각종 연구 등 한창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이 책 '에이트'의 저자인 이지성은 2004년부터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 때부터 인공지능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공부한 내용의 일부를 '생각하는 인문학'을 통해 세상에 내놓았다.

'생각하는 인문학'은 출간된지 약 2개월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과 함께 진행한 '생각하는 인문학' 뉴스 펀딩이 1억 원을 돌파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저자는 이 때 '우리나라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생기겠구나'라고 기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누구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것을 계기로 좌절했고 잊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진행되었다. 총 5국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했다.

알파고는 우리나라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기업과 국민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기술이 이렇게 발달하고 있다든가, 앞으로 인공지능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화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인공지능이 나와서 인류를 노예로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2017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유기윤 교수팀이 '미래의 도시에서 시민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유기윤 교수팀은 충격적인 예측을 했다.

2090년의 한국 사회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한 결과 한국인의 99.997%가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된다고 발표했다.

프레카리아트란 '불안정한'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precario)와 '노동 계급'을 뜻하는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다.

이 용어를 널리 알린 영국 런던대학교 가이 스탠딩 교수에 따르면 다음 세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①꿈과 열정이 없다 ②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③먹고 사는 문제로 평생 고통 받는다.

이 계급의 대표적인 사례가 누구겠는가? 노숙인, 난민, 불법 외국인 노동자다. 그러니까 앞으로 약 70년 뒤 한국인의 99.997%는 인공지능 때문에 난민 수준의 사회적, 경제적 삶을 살게 된다는 게 유기윤 교수팀의 예측이다.

그런데 유기윤 교수팀만 이런 예측을 한 게 아니다. 세계적인 석학들과 미래 학자들도 비슷한 예측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일대학교 로버트 실러 교수는 미래에는 인공지능에 대체된 수십 억 명의 인류가 전 지구적인 빈민촌을 형성하며 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학의 아버지', '구글 선정 세계 1위 미래학자'등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다빈치 연구소 소장 토머스 프레이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의사, 약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의 일자리가 2030년에 아예 소멸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전 세계 대학의 50%가 2030년에 사라진다고도 예측했다.

우리나라를 인간 근로자 1만명 당 로봇 수가 세계 평균 69대보다 무려 462대나 많은 531대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비율'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로봇으로 대체된 우리나라 사람들은 프레카리아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도 예측한다.

그런데 유기윤 교수팀이 집필한 '미래 사회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99.997%가 프레카리아트로 떨어지는 일은 2030년경부터 2070년경까지 급격하게 진행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2080년경부터는 진행되다, 마침내 2090년부터 완성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길어야 10년이다.

<터미네이터> 속 인공지능.
<터미네이터> 속 인공지능.

저자는 앞으로 진행될 일들을 보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나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자신과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인식하게 되고 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는) 능력'은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곧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법을 이 책에서 8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책 제목을 '에이트'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단하게 8가지를 살펴보자

1. 디지털을 차단하라

'인공지능의 메카'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교육'을 하고 있다. 놀랍게 최첨단 IT기기로 가득할 것 같았던 학교에는 IT기기가 단 한 대도 없다. 심지어 학생들은 인터넷 사용법도 잘 모른다. 대신 이 학교는 컴퓨터가 발명되기 이전 형태의 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실리콘 밸리의 사립학교들은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다른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화는 가정의 문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실리콘 밸리가 추구하고 있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은 다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인공지능을 차단하는 능력을 가진 나'를 만든다. 둘째, '새로운 인공지능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를 만든다.

2. 나만의 '평생 유치원'을 설립하라

피터 스킬먼은 노키아 최고경영자 시절 특별한 실험을 했다. 디자이너들로 이루어진 팀, 공학자들로 이루어진 팀, 경영대학원생들로 이루어진 킴, 건축가들로 이루어진 팀,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팀, 유치원 아이들로 이루어진 팀 등 여섯개 팀을 상대로 '스파게티 면이 담긴 봉지 20개'와 '1미터 짜리 투명 테이프와 노끈'과 '마시멜로'를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높은 탑을 쌓게 했다.

단 탑의 꼭대기에는 마시멜로가 있어야 했다. 즉 협동성과 창의성을 비교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결과는 유치원 아이들의 승리였다. 유치원 팀은 변호사 팀의 1.5배, 경영대학원 팀의 3배나 높은 탑을 쌓았다.

당신에게 유치원생 시절이 있었다. 그때 당신은 인류 최고 수준의 공감과 창조적 상상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신은 세상에 물들어가면서 두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제 되찾을 때다.

당신 안의 어린아이를 다시 발견하라. 그 아이와 대화하라. 그 아이와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라. 때론 놀이터로 가라. 거기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라. 그러면서 배우라. 자유롭게 마음껏 노는 법을!

그렇게 당신이 당신 안의 어린아이를 다시 만날 때, 당신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3.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은 인간 중에서도 천재를 흉내내고자 한다. 하지만 천재의 지적 능력 정도나 흉내낼 수 있을 뿐, 창조적 능력은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아니 인공지능은 '천재의 창조'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 천재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인공지능을 상상하고 창조할 것이다. 그렇게 천재는 인공지능의 주인을 넘어 인공지능의 위대한 창조자가 될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힘써 천재를 추구하라. 천재의 창조적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의 원천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라.

4. 생각의 전환, '디지안 싱킹'하라

스탠퍼드대 D스쿨에서는 '디자인 싱킹'을 전파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외부의 목소리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지라.

학교, 직장, 사회의 리듬이 아닌 당신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생각하고 꿈꾸고 움직이는 시간을 가져라. 그런 시간들이 축적되다 되다 보면 당신은 자연스럽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기계가 아니고 인간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5.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당신이 지금까지 했던 철학은 철학서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토론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한 마디로 철학자에 대한 지식을 쌓고 나누는 것이었다.

이제 당신은 진짜 철학을 해야 한다.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도구삼아 자신의 머리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사고법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내면에서 논리적으로 다듬어진 생각들을 설득력 있게 글로 쓸 수 있어야 하고, 당신의 글을 사람들과 가슴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인공지능은 윤리, 도덕적 문제를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없다. 이는 인간의 영역이다. 윤리, 도덕적 문제를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철학, 특히 윤리, 도덕학과 문학의 융합을 추구하라.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문화인류학적 여행이란 적게는 몇 개월, 많게는 몇 년 동안 현지에 거주하면서 현지인들의 삶에 깊게 녹아드는 여행을 말한다. 이런 여행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하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지금 세계의 수재들은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대신 미네르바 스쿨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미네르바 스쿨이 학생들로 하여금 4년 동안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는 기계처럼 사는 인간의 시대가 아니다. 가장 인간답게 사는 인간의 시대다.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여행이 바로 문화인류학적 여행이다.

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프로젝트의 핵심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인간다운 인간은 내 안의 인간성 자체에 집중할 때 얻어진다.

'나만 아는 인간'에서 '너와 우리를 아는 인간'으로 성장할 때 얻어진다. 너와 우리를 아는 앎의 핵심은 나보다 낮은 자리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슨 성자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내 삶의 한 부분에서 기부, 봉사, 인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에 처음 복음을 전파되었을 때는 교회가 사회를 리드해갔다. 그 이유는 교회가 시대를 앞서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에는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지성인인 이어령 박사는 2017년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포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공지능은 그동안 인류가 초월적 능력을 가진 하나님과 기도와 묵상으로 대화해 왔던 역사를 뒤바꿀 것입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언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영성'이 AI와 인간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요소로 '영성'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는 새로운 교회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는 이 시점에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올바른 인간 이해와 영성의 회복이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간의 원래 모습을 바르게 이해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채워줄 수 없는 빈 공간을 영성으로 채워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는 두려워만 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준비된 사람과 준비된 교회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https://cafe.naver.com/judam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