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臨在). 겉돌았던 삶의 끝에서 하나님을 발견한 임재화 집사(산울교회)의 새로운 이름이다. 자신 안의 '화'를 빼고 '하나님의 임재'가 가득한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손을 놓지 않는 한 끝인 것 같아도 끝이 아니예요."
임 집사는 올해 첫 정규 CCM 앨범 '끝이 아니네'를 발매했다. 앨범에는 "긴 세월 돌고 돌아 주께 왔사오니 주여 받아주소서. 위로하소서..."라는 간결한 기도문과 같은 문구가 담겼다. '선데이크리스천'과 같았던 삶을 빠져나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 그녀. 이제 그녀는 이전의 자신처럼 고통의 끝자락, 삶의 마지막에 놓인 또 다른 사람들에게 한 줄기의 빛을 전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앨범에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주께 왔다'고 하셨는데, 뒤늦게 돌아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요?
"많지요. 특히 아이들을 생각하면 복음을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고 사는데 급급한 삶을 살았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뭐가 우선순위에 있는지 모르고 어떤 게 중요한지 모르고 살았어요. 지금에서야 아이들을 하나님 앞에 데리고 나가고 있거든요.
다른 한 편으로는 하나님을 믿든 믿지 않든 똑같이 고난을 겪는데, 하나님이 있을 때 겪는 고난과 하나님을 알지 못할 때의 고난이 깊이가 참 다르잖아요? '진작 알았다면 기쁨으로 이겨낼 힘이 있어 더 쉽게 왔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래도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보고 있어서 참 감사해요."
-선데이크리스천을 벗어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방금 고난에 관해 얘기했는데 많은 이들의 간증처럼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을 깊이 만났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후회도 많아진다고... 사람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잖아요. 고난 이전에는 저 스스로 잘나서 뭔가를 다 이루고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고난이 닥치고 보니 제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고, 가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제 인생을 제가 책임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연락을 하면 누구라도 들어줬을 텐데, 당시 제가 의지하던 친정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직장과 합창단 생활도 그만두게 됐고, 아들은 군대에 가고... 수백 명의 연락처가 있는데, 그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 없었어요. 고난이 제가 짊어져야 할 무게로 다가왔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나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선데이크리스천'이라고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때에 어떻게 하나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나요?
"친정에서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었는데요. 제가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 없는 서러움이 있어서, 없는 것보다는 못난 엄마라도 있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힘이 되겠다고 핑계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결국 교회 기도방에 들어가서 이틀 밤낮을 하나님께 매달리게 됐어요. '제가 살아야 할 이유를 달라'고, '살 수 있는 힘들 달라'고요. 기도가 아니고 정말 발광을 한 거 같아요.
선데이크리스천이지만,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정말 힘든데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셨고, 나를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고 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기대를 갖고 있었어요. 그게 정말 막연한 기대였는데도,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가족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그러니 더 믿음이 생기고, 고난을 이길 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말씀도 들리기 시작했고, 하나님을 더 알고 싶어졌어요. 이전에는 말씀 배우자고 하면 도망갔는데, 지금은 일부러 찾아다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떤 말씀들이 와닿았나요?
"열 문둥병자 중 한 사람만 돌아왔다는 이야기, 주의 옷자락을 잡은 여인에 대한 이야기요. 얼마 전 아들이 제가 변한 모습을 보고 교회를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교회 부흥회를 따라왔는데요. 각자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떻게든 아들이 기도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도 중인 목사님을 흔들어서 '이 아이가 처음 왔는데 기도를 꼭 받고 싶다'고 했어요. 목사님이 '기도 중이니까 가라'고 하시고 5분 뒤에 저희를 찾아오셨어요. 그리고는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 기도를 해주는데, '개도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고자 한다'고 했던 말씀, 그 엄마의 마음이 그렇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중에 목사님께 '기도를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아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느껴지는게 있어서 교회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을 하더라고요. 그 전에는 몰랐는데, 하나님의 일을 시작하니까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일하신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어요. 찬양 사역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감사해요."
-전용대 목사님과 앨범 작업을 함께 하셨네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된 건가요?
"시립합창단과 음악 협회 일을 많이 했는데 만족이 없었어요. 그러다 생계 문제로 커피숍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달란트로 찬양을 하면 좋겠다'면서 신디사이저를 마련해 줬어요. 사실 노래하고 싶지 않았어요. '교만하고 실력 없는 자의 찬양을 하나님께서 받으실까'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남편 덕에 하나님을 찬양하고 만나는 시간을 보내면서 고난을 이겨나갔어요.
그리고 어느 날은 남편이 아는 분에게 전용대 목사님 소개를 받은 거예요. 정말 바쁜 일정 중에 전용대 목사님이 저희 커피숍을 찾아오셨어요. 그때 제게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신 이유가 있을 거'라고 '세상에서는 이름을 알아 주지 않고, 팬들이 잊어버리면 끝인데 우리는 하나님이 손을 놓지 않는 한 끝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너무 은혜를 받았어요. 부르심을 받은 거 같았어요. 제가 노래를 잘하거나 잘나서 쓰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순종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전용대 목사님이 모든 것을 권면해주셨고요. 세상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만 알았는데, 전 목사님을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진행되고 하나님께서 일하시고 계심을 더 알게 됐어요."
-이름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실 거 같아요.
"부담감이 있죠. 제가 예수 믿는단 소리를 못할 정도로 자존감이 없었거든요. 사실 헵시바, 에스더 등 성경적 이름을 많이 찾아봤어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흔한 이름을 하고 싶지 않았고, 포장할 수 있는 이름을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수님 닮길 바라고 소망하지만, 예수님이 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저를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제 안의 화를 빼고, 저의 모습을 빼고 하나님의 임재가 가득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제가 성격이 다혈질이고 욕심도 많은데 제 이름이 임재화이거든요. 예수님처럼 살지 못하는 부담감이 있는데, 말의 권세가 있다고. '임재'라고 불리면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어서 '임재'라는 이름을 쓰게 됐어요. 너무 남자 이름 같지 않냐는 말도 들었지만, 제 감정을 빼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성령님의 임재를 바랐어요."
-지금 이 시대에 삶의 의미를 잃은 어머니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보통 엄마들에게는 남편이 하나님이다가 자녀가 하나님이 돼요. 자녀들이 크면 엄마의 인생이 없어지는 것 같고, '나는 뭐 했지?' 이런 생각을 갖게 돼요. 그렇지만 인생이 끝난 것 같아도 끝이 아니거든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엄마 인생을 만들어준 게 아니에요.
어머니들이 하나님을 바라보며 자녀를 위한 기도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자녀를 위해서 일하시듯 자신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자녀에게 매여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참 자유와 참 기쁨, 참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어머니가 먼저 자유하고 기쁘고 행복하면, 그것이 자녀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가 하나님을 위해 일하고 찬양할 때, 자녀가 자연스레 그것을 배우는 거 같아요."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은요?
"나이 먹고 무슨 꿈을 꾸겠어요? 그런데 하나님 안에서 꿈이 생기더라고요. 1집 앨범을 정신없이 준비했는데, 2집 앨범은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젊은 친구 중에 방법을 몰라 헤매는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고 같이 찬양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 비전도 있어요.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사용하실 때까지 부르신 곳 어디서든 찬양하고 싶어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고, 위로와 은혜를 나누고 찬양 드릴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가고 싶어요. 찬양을 통해 한 사람이 살아나고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이 드러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