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국가를 혼돈으로 빠져들게 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가 그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의혹들로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다가, 돌연 "불쏘시개 소임을 다했다"며 물러난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는 두 차례의 대규모 광화문 집회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노한 국민들은 10월 3일과 9일, 휴일도 반납한 채 도심 한복판으로 몰려가 청와대를 향해 소리를 높였다.
특히 10월 9일 집회에서는 '삭발'했던 대구서문교회 이상민 목사에 이어 포항 기쁨의교회 박진석 목사가 연사로 나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왜 천리 길을 내달려 그 자리에 서서 '불쏘시개'가 됐던 것일까.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는 가지 말라?
정치와 종교는 서로 영향 주고 받아
왼쪽으로 너무 치우치고 있는 나라,
중심 잡으려 오른쪽으로 당겼을 뿐
-목회자가 정치 집회에 참석해서 발언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 위반 아닌지요.
"많은 목회자와 성도님들이 정교분리에 대해, 종교 지도자들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한 국가의 정치와 종교는 서로 보호를 주고 받는 관계입니다. 종교가 힘이 세면 정치나 권세가 영향을 받지만, 반대로 나라와 정치 지도자가 힘이 세면 종교나 교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정교분리 법안이 최초 통과된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근본적으로 정치 권력으로부터 교회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교회만이 아니라 성당이나 사찰, 유교의 사당 등 종교기관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종교의 자유와 직결되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를 종교기관에서는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요즘 나라의 정치 권세가 너무 막강해지고 있습니다.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동성애와 젠더 이데올로기, 퀴어축제와 퀴어신학, 낙태와 간통죄, 군 동성애 합법화 등 성윤리 이슈에 있어 특히 기독교가 반대하는 사안들에 있어서 그러합니다.
사회 기본질서뿐 아니라 가정과 교회, 종교의 윤리가 무너질 우려가 있는데도, 너무 세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러면 교회뿐 아니라 사찰도, 성당도, 종교를 넘어 가정도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라의 정치가들, 지도자들에 대해 종교인으로서 말을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용감하지 못해, 그렇게 세게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해당 집회는 일부에서 '극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어야 하지 않습니까.
"문제는 정치적인 스탠스, 정교분리에 있어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정해야 하느냐입니다. 여호수아 1장 7절에는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쉽게 '우리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하파(하나님파)다, 예파(예수님파)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땅의 논리는 중도를 지키기 힘들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왼쪽으로 기울어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완전히 극으로 기울어지면 망합니다. 좌든 우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독재가 됩니다.
저는 예전 군부 독재 시절 데모하고 저항하다 유치장에 두 번씩 들어갔습니다. 그때와 다르지 않은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그때는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었고, 지금은 너무 왼쪽으로 가려 하니 중심을 잡기 위해 (오른쪽으로) 끌어오려는 것입니다.
결국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너무 기울어져 있으니 오른쪽으로 당기다 보니, 우파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극우파 같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오른쪽으로 가서 나라가 썩어간다면,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해 왼쪽으로 끌어와야 하겠지요. 그렇게 하면 저는 다시 좌파가 되는 것인가요? 제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찾으려는 것뿐입니다.
많은 교회 지도자나 성도들, 특히 이런 곳에 무관심한 분들이 '까마귀 나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거룩한 종교인들이 기도나 하고 교회나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여호수아 1장 7절 말씀을 오해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잇사갈 지파처럼 시세를 알고 때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대상 12:32). 지금 나라가 어떻습니까? 웬만큼 기울어진 것이 아닙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과는 또 다릅니다. 너무 왼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 시절에 치우친 현상과도 다릅니다. 너무 기울어지는 것 같아서,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광훈 목사 거친 언사 동의 못하나
교회의 자유 수호, 복음 전파에 공감
좌우 논쟁 아닌, 상식과 몰상식 문제
8천만 디아스포라의 생존 달린 이슈
-그렇다고 해도, 반대가 많은 목회자가 주관하는 집회에서 연설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제가 이번 10월 9일 광화문 집회에 다녀오니, 'OO 목사'로 불리는 전광훈 목사님 주관 집회에 다녀왔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연설을 위해 참석한 것이 아닙니다. 연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0월 3일 집회도 참석하진 못했지만, 시골에서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전 목사님은 거칠고 때로는 욕설도 하시지만, 제게는 다른 무엇보다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 분이 이러한 시대에 그렇게 외친다는 것은 죽기를 각오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전 목사님이 나라가 달라지고 나면 정치적 지분을 찾으려고 그렇게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보다 나라를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물론 세련된 스타일은 아니십니다. 그래서 말도 행동도 거칠지만, 그 분의 진심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전 목사님의 거친 언사나 신학적 경향 등 다른 것에는 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직 교회의 자유 수호와 복음 전파라는 중심에 공감했을 뿐입니다.
이번 10월 9일 집회 때 포항에서도 1천명 이상 올라갔습니다. 그 중 기독교인들이 60-70%였습니다. 저희 교회가 포항을 대표하는 교회 중 한 곳이다 보니, 성도님들도 버스 몇 대에 나눠 타고 올라갔을 것입니다.
나라가 이런데, 나몰라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청와대 앞에서) 밤새워 기도하신다는 분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어떤 기도제목들이 있는지, 얼마나 모이는지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싶었습니다. 기도 제목을 찾기 위해 간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성도님들과 올라가는데, 다른 교회 목사·장로님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올라가는데 전광훈 목사님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포항을 대표하는 교회 목회자로서 연설을 해달라고 하셔서, '자신 없다'고 사양했습니다. '그 정도로 나라를 투철하게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상식적인 목사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기도로 응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광화문에 도착하니, 어마어마하게 많이 모인 것을 봤습니다. 거기서 도시락 까먹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꼭 연설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역할이 다릅니다. 포항에 하나님 나라의 모델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하고 사양했는데, 또 전화가 와서 '하나님 뜻인가보다' 하고 올라가서 평소 소신을 말하고 내려왔습니다."
-어떤 소신을 갖고 계신지요.
"저희는 한국 근대사에서 좌도 우도 경험했고, 어떤 분은 실용주의 또는 중도파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어디론가 치우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이번 사태는 좌우 논쟁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 아닙니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눈을 뜨고 정직하게 바라보면 법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너무 문제가 많았습니다. 미꾸라지처럼 법을 피해가는 사람에게 나라의 법을 맡기다니요.
그런데 검찰 개혁의 수장이라며 그 사람을 수호하는 집회가 서초동에서 열리고, 일부 판검사와 지식인들까지 부화뇌동했습니다. 악을 선이라 하고, 선을 악이라 하는 것을 예언자들이 얼마나 많이 지적했습니까. 일부에서 거짓말을 진짜라고 하는데, 본인들 이해관계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럴 때는 종교 지도자들, 영적이고 정신적인 지도자들이 나가서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독교 언론이니 좀 더 영적으로 말하자면, 참된 빛과 가짜 어둠 간의 '빛의 전쟁'입니다. 하나님이 영생이요 생명이라면, 지금은 사망의 정신으로 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상식과 몰상식, 참 빛과 가짜 빛, 사망과 생명 간의 전쟁으로 보였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을 보면, 마지막 멸망할 원수는 '사망'이라고 했습니다. 사탄 마귀의 정신은 세상의, 육신의 정신입니다. 성경적 기독교 신앙에 따르면, 세상은 마지막에 심판이 있고 인간의 육신은 결국 썩습니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 같은 이 세상 권세나 헛된 영광을 따라가면 100% 망하는 것 아닙니까.
망해도 정도껏 망해야지, 천천히 망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급진적으로 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야 되겠습니까. 이는 개인과 가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좁게는 5천만 자유 대한민국, 크게는 8천만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모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각오로 싸워야 합니까. 마지막에 멸망받을 원수 사탄은 가장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싸워야 합니다. 죽도록, 생명 다해, 사랑하고 충성해야 합니다. 에스더도 '죽으면 죽으리라'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대통령이나 한 장관, 정당 지도자의 문제를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온 천하와 사람들을 미혹하는 세상 정신의 주관자, 사망과 죄를 움켜쥔 사망과 싸워야 합니다.
그런 더럽고 음란한 존재와 싸우려면 우리가 거룩하고 순결해져야 합니다. 분열과 싸우려면 연합해야 하겠지요. 테제와 안티 테제, 스피릿과 안티 스피릿의 싸움입니다. 맘몬을 이기는 것 역시 하나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배설물로 여긴다는 정신입니다."
-그래도 집회 참석에 대해 폄하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아브라함도 야곱도, 다 죽기까지 싸웠습니다. 야곱은 환도뼈가 어긋날 정도였고, 아브라함도 아들 이삭의 생명을 바치려 했습니다. 예수님도 바울도 죽도록 충성했지요. 만복의 근원이 되고 열방을 축복하려면, 생명을 다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해 교회 지도자들이 너무 용기가 없습니다. 주변에 장로님들, 권사님들, 성도님들 모두 펄펄 뛰면서 상식이 무너졌다고 하시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조국 장관이 그만뒀지만, 이게 그 분만의 문제일까요.
지금 나라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썩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빨리 썩어가는 것은 정신의 문제이기에,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셨던 스님들도 가만히 있고, 신부님들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 믿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가장 열심히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천국과 같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남북통일 비전에 앞장섰으면 합니다. 아직 젊은 세대들은 다소 오해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돈 줘서 서울까지 집회 가는 것 아닙니다. 내 돈 내고 가는데, 뉴스에서는 '알바비 받는다'고 합니다. 화가 납니다.
목회자들은 강단의 말이 따로 있지만, 이제는 말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저같이 부족한 시골 목사도 조금 거들었습니다. 대선배님들도 계신데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