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분투하는 청년사역자들을 위한 도서 <청년사역>을 최근 펴낸 양형주 목사(대전도안교회)가 '청년사역'을 주제로 연속 기고를 해 주십니다. -편집자 주
청년사역이 위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그 속에 기회를 숨기고 있다. 위기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의 실체를 직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체를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 속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면한 청년사역의 현실은 어떠할까?
1. 저출산이 초래한 급속한 청년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
청년사역이 위기인 것은 무엇보다 청년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당장 내년부터 대학에 들어가는 2001-2002년생 인구가 급감하게 된다. 이 시기 한국 출생아 수를 보면 이전까지 60만명대를 유지하던 것이 갑작스럽게 2001년 55만명으로 줄더니, 2002년에는 49만명대로 줄었다. 2년사이 무려 14만명이 급감한다.
앞으로 2년간, 청년사역은 대외적인 큰 어려움에 시달릴 것이다. 왜냐하면 청년 인구가 자연적 출생 감소로 인해 2년간 무려 14만명이나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2005년생, 2024년 학번에 가면 43만명대로 또 다시 급감한다. 5년 뒤에 또 다른 충격파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2. 한국의 인구 프랙털 구조
한국에서의 청년사역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사회가 갖고 있는 독특한 인구 프랙털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랙털(fractal)은 '쪼개다'는 뜻의 라틴어 '프락투스'(fractus)에서 나온 말인데, 프랑스 수학자 브누아 멘델브로가 '부분이 전체와 비슷한 구조로 되풀이되는 구조'를 가리키는 말로 쓴 후 수학과 과학의 주요 개념이 되었다.
눈의 결정구조를 현미경으로 보면 유사한 구조가 반복적으로 모여 큰 구조를 이룬다. 자연계가 이런 것처럼 우리나라의 인구 분포 구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 도심의 인구 분포는 2004년 기준 수도권이 2,321만 명(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전체 4,858만 명의 47.8%이며, 서울(1,017만 명)과 인천(258만 명)에 주민의 54.9%가 몰려 산다.
경남권(789만 명)에서도 60.2%가 부산과 울산에 살고, 경북권(522만 명)도 58%가 대구와 포항에 살고, 전남권(339만 명)도 57.2%가 광주와 여수에 살고, 전북권(191만 명)도 49.2%가 전주와 익산에 살고, 충남권(339만 명)도 57.2%가 대전과 천안에 살고, 충북권(149만 명)도 55.7%가 청주와 충주에 산다. 강원도(152만 명) 역시 50.7%가 춘천, 원주, 강릉에 산다.
통계에 따르면 권역별로 큰 도시에 주민의 40-50%가 몰려 있고, 다음 도시가 10-15% 안팎을 차지하는 양상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김지석은 이러한 현상을 '악성 인구 프랙털'로 규정했다.
이런 프랙털은 13년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볼 때도 별로 달리진 것이 없다. 수도권 인구는 주민등록인구 기준 2,551만 명으로 전체 5,142만 명의 49.6%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그 중 서울(974만 명)과 인천(292만 명)에 주민의 49.6%가 몰려 산다.
경남권(792만 명)에서도 57.7%가 부산과 울산에 살고, 경북권(513만 명)도 57.6%가 대구와 포항에 살고, 전남권(328만 명)도 53.7%가 광주와 여수에 살고, 전북권(182만 명)도 52.3%가 전주와 익산에 살고, 충남권(368만 명)도 59.2%가 대전과 천안에 살고, 충북권(161만 명)도 65.4%가 청주와 충주에 살고. 강원도(152만 명)도 역시 55.2%가 춘천, 원주, 강릉에 산다.
이렇게 볼 때, 청년사역의 기회는 프랙털 구조의 중심 도시에 더 많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도시들을 정리해 볼 때, 그래도 청년사역으로 활성화 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도시를 꼽는다면 서울, 인천, 부산, 울산, 대구, 포항, 광주, 여수, 전주, 익산, 대전, 천안, 청주, 충주, 춘천, 원주, 강릉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프랙탈 구조의 중심에 있는 도시들도 청년사역의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가속화되는 청년인구 감소와 청년인구의 수도권 집중 때문이다.
3. 수도권 집중이 초래할 지속적인 위기
청년 인구가 급감하면 그 타격은 가장 먼저 중소도시에 들이닥친다. 그리고 이것은 광역시 단위의 교회들에 직격탄이 된다. 청년들은 할 수 있는 한 기회가 많은 수도권에 몰려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수도권 인구 집중률이 50%를 넘어가고 있다! 아래 표는 이러한 추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030년 전후로는 한국의 전체 인구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이것과 관계없이 수도권 인구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면서, 보다 많은 청년들은 지방에 남아있기보다, 할 수 있는 한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 교회들은 청년사역을 일으키기 전에, 버티는 것 자체가 버거울 가능성이 크다.
4. '교회 오빠'가 줄고 있다
청년 인구의 감소와 함께 교회 내의 청년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사실 교회의 청년 인구 감소 속도는 우리나라 전체 청년 인구 감소 비율보다 그 속도가 가파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세 남자 청년은 2005년 36만 1,970명에 비해 무려 35%(12만 6869명)나 감소한 23만 5,101명으로 집계됐다. 그 많던 '교회 오빠'들이 약 3명중 1명 꼴로 사라진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20-24세 여자 청년이 2만 4133명 감소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회 오빠'의 감소는 여러 가지 여파를 일으킨다.
첫째, 건강한 믿음의 가정을 이룰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미 많은 교회 청년부에서 형제 대 자매의 비율이 2대 8이 되어가고 있다. 교회 내에 형제가 없으면 배우자를 외부에서 찾게 되고, 그러면 배우자 양쪽이 건강한 신앙을 가진 가정을 이룰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둘째, 10년 후 한국 교회의 기둥을 받쳐야 할 장년세대의 감소를 예고한다.
한국교회가 건강하려면 건강한 장년세대가 잘 세워져야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건강한 장년세대를 미리부터 잃어버리고 있다. 마치 아마존 밀림의 산림을 미리 벌목하여 푸른 산소를 충분히 내뿜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셋째, 교회 안에 패배의식을 불어넣는다.
'세상에서 잘 나가는 형제는 교회에 없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을 형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 오빠'의 감소는 세상을 헤쳐나갈 청년들이 취업, 진로 등의 불안한 미래 현실 앞에 교회가 아닌 세상에서 악전고투하며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교회가 이런 청년들에게 건강한 대안과 힘과 용기를 주어야 하는데,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이런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교회는 청년세대, 특히 형제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건강하고 정직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5. 나 하나도 챙기기 어려운 시대, 전도는 줄고 이단은 활개치고...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발표한 '2013-2015 대학 신입생들의 종교의식 조사'에 따르면, 비종교인 대학생 가운데 전도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2013년 73.1%였던 것이 2년 후인 2015년에는 50.1%로 감소했다. 또 전도를 받은 적 없다는 응답은 20.1%에서 44.5%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기독 학생들이 점점 전도하지 않는 현실, 더 나아가 나 하나 챙기기에도 버거운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이단들의 포교 활동은 날로 왕성해지고 있다. 2017년 학원복음화협의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이단과 접촉경험이 있는 학생이 무려 58.3%나 된다.
이상의 통계들로 살펴본 오늘날 청년사역이 직면한 현실들은, 앞으로 청년사역을 고민하는 청년사역자뿐 아니라 담임목회자도 직면해야 할 현실들이다. 이러한 객관적 통계 이면에 담긴 의미와 가능성들을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씨름하느냐에 따라, 가능성 있는 대안과 희망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한국교회 리더십코칭센터 원장
명성교회 교육전도사, 천안중앙교회 청년목사, 동안교회 청년부 디렉터
저서 <바이블 백신>,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청년리더사역 핵심파일>,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 <평신도를 위한 쉬운 로마서>, <평신도를 위한 쉬운 창세기(전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