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회 오빠>을 연출한 이호경 감독이 이관희 집사의 임종 당시를 회상하며 세 번째 이야기를 전했다. 시점은 다큐멘터리 촬영 이후 이관희 집사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게 된 시점. 이 감독은 당시 그가 느꼈던 불안과 우려, 그리고 놀라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진솔하게 고백했다.
3. 임종
남편에게 회복의 가능성이 1도 없어진 시점부터,
아내도 같이 흔들렸다.
간절한 기도에도 하나님이 남편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자
"이제는 제가 하나님을 버릴지도 몰라요"라고 아내는 말했다.
나는 3년간의 촬영이 비극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게다가 두 번째 재발 이후 부부는 촬영을 거부했다.
더 이상의 촬영은 하나님을 조롱하는 자들에게 빌미를 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님께 매달리더니 결국 죽어 가잖아...
자신들의 운명이 다른 사람들의 신앙에 누가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부부와의 만남은 계속 되었지만, 카메라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침 누나도 병원에서 모든 약을 다 쓰고 앙상히 말라가던 상태였던 터라,
만나면 부부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러던 차에 영화사의 제안을 받았다.
뒤늦게 이관희 부부의 존재를 알게 된 영화사 대표가 기적처럼 나타났다.
돌이켜 보면 그도 부름을 받은 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극장용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되면...
하나님을 조롱하는 관객이 늘 가능성은 없어진다.
일주일 정도 고민을 하다가 병실을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전했더니 이관희 씨가 눈물을 흘렸다.
"주님은 세상에 공헌하며 눈부신 삶을 사는 사람을 증거로 삼기도 하지만,
저처럼 고통 속에서 주님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도 증거로 삼는 것 같아요"
이관희 씨는 그날,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의 촬영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열흘 후 이관희씨가 숨을 멈추었다.
생각해도, 생각해도... 참 기적같은 일이다.
그리고 임종의 순간...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이관희 씨의 숨이 멈춘 순간, 아내는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통곡하면서 기도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내의 입에서 나온 기도를 듣고 소름이 끼쳤다.
남편이 어머니가 자살한 순간 내뱉었던 감사의 기도와 일치했다.
아내가 늘 우리에게 "어떻게 그 상황에서 남편은 그렇게 기도할 수가 있대요?"
라고 했던 바로 그 기도였다.
▲이호경 감독. ⓒ커넥트픽처스 |
이호경 감독
이호경 감독은 2000년 KBS에서 입사한 후 '위대한 여정 한국어', '문명의 기억 지도' 등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고, 2013년 KBS 스페셜 '블루베일의 시간'으로 한국가톨릭매스컴상 방송부문상, 휴수턴국제영화제 종교프로그램부문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