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에는 영화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편집자 주
"3월 1일 천안 아우내 장터에 3,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유관순도 그 현장에 있었다. 집에서 제작한 한국 국기인 태극기를 나눠주며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다. 일제 헌병대가 도착해 모인 사람들을 겨냥해 총을 쏘았고 19명이 사망했다. 유관순의 부모도 사망했다."(뉴욕타임스 '더는 간과하지 않겠습니다: 유관순, 일제 통치에 저항한 한국 독립운동가' 中)
지난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강인영 기자가 유관순에 대한 이런 장문의 기사를 작성하면서 국내에도 그 내용이 알려졌다. 세계 여성의 날 110년을 맞아 '간과된 여성들'(Overlooked)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유관순'을 소개한 것.
영화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의 시선과 큰 맥락은 이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뒤늦은 부고' 기사를 쓰기 시작한 강 기자(황현주 분)의 시선이 담겼다.
먼저 영화 초반부에선 교회에서 설교를 듣고, 때로는 전원 품행 점수 'F'를 받는 등 여느 학생과 다르지 않았던 10대 소녀 유관순(이새봄 분)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어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발표하고 일본 도쿄에 위치한 기독교청년회관에서 2.8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역사를 인터뷰 등과 함께 설명한다.
앞으로 소개될 인물과 역사적 사실이 많은 만큼 시간과 공간이 자주 바뀌고, 인터뷰도 계속 삽입된다.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명예교수, 독립운동가 노순경 간호사의 외손자 등 전문가와 독립운동가 후손, 각 종교계 관계자들을 두루 인터뷰한다.
눈 여겨 볼 점은 영화가 '다큐멘터리'임에도 상당 부분을 배우들의 연기에 의지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유관순을 포함해 서대문 감옥 8호실의 방장이자 교회 전도부인이었던 어윤희(양윤희 분), 개성 3.3 만세 운동 주동자이자 유관순의 선배였던 권애라(김나니 분) 등 여러 배우의 연기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한다. 학생, 시각장애인, 임산부, 기생 등 각각의 직업과 사연을 가진 이들은 한 마음으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영화 <1919 유관순> 스틸 이미지 |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유관순 열사의 유언 中)
또한 영화는 대나무 바늘로 손톱 밑을 찌르는 고문, 뜨거운 물을 붓는 고문, 가슴에 인두를 찍는 장면 등 잔인한 장면들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영화 <1919 유관순> 스페셜 포스터 |
영화 말미에서 2015년 9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국립박물관이 된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는 장면을 담는다. 이 내용은 뉴욕타임스에서도 언급된 부분이다.
특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지난해에도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이 '더는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용서해줄 때까지는 상처를 준 입장에서는 사죄하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한국은 진정한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워온 역사를 갖고 있다"며 경외감을 표현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영화에 나오는 "나의 죽음으로 내 후대들은 반드시 자유로 만세를 부르게 하소서. 그들을 용서는 하되 오늘을 잊지 말게 하소서"라는 대사는 주제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다. 엔딩 크레딧 후에는 쿠키영상도 준비되 있다. 개봉일은 3월 14일.
한편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은 유관순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가 제작했고, 하세(HASE)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다. 또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공식 후원했고, CCM가수 양아인, 김만희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