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같은 교인들과 목회자들 조금 더 많아졌으면
부끄러움 알고 추워도 곁불 쬐지 않았던 그들처럼
임금에 목숨 내놓고 '아니되옵니다' 외친 그들처럼
때 되면 세도부리지 않고 내려올 줄 알던 그들처럼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전 대표)가 '통합 교단이 살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5일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믿음의 법도를 고집스럽게 지키려 애쓰는, 선비같은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김 목사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1,000년 왕조, 500년 왕조의 역사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게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500년, 1,000년 왕조를 이어간 나라는 세계 역사를 살펴봐도 그리 많지 않다"며 "500년, 1,000년의 왕조를 쉽게 이어간 우리나라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선비정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비들은 법도를 중히 여기고, 그것을 어려서부터 자식들에게 가르쳤다. 교육의 핵심은 사람답게 사는 법도였다"며 "선비들이 교육을 받고 교육을 시킨 그 삶의 법도 중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 첫째는 '부끄러움을 앎'이다. 선비들은 체면(體面)과 염치(廉恥)를 중히 여겼고, 양반들은 추워도 곁불을 쬐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곁불을 쬐는게 부끄러운 일인가 아닌가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며 "어찌 보면 추울 때는 곁불이라도 쬐는게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이며, 나아가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것도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추워 얼어죽는 한이 있어도 하지 않으려 했던 선비 정신을 함부러 폄하해서는 안 된다"며 "부끄러움을 알고 자신에게 해가 되어도 그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선비들의 정신이, 500년과 1,000년의 역사를 이어가게 하는 힘 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둘째는 '충성(忠)'이다. 선비들은 나라에 충성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삶의 법도로 배우고 가르쳤다는 것.
김 목사는 "그런데 우리나라 선비들이 생각하는 충성의 개념이 너무 근사하다. 임금에게 충성하려던 선비들이 임금에게 가장 많이 하였던 말 중 하나는 '아니되옵니다'였다"며 "임금에게 목을 내어놓고 '아니되옵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충신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 그리고 임금 앞에서도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임금에 대한 충으로 생각하는 것은 참 근사하고 훌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내려올 때를 앎'이다. 훌륭한 선비들은 큰 벼슬을 한 후에도 때가 되면 내려놓을 줄 알았고, 세도 부리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겨(물론 다수의 양반과 벼슬아치들과 선비들이 쉽게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벼슬이 끝나면 낙향, 마치 자신을 노바디(nobody)인 것처럼 여기며 살려고 했다는 것.
김동호 목사는 "집에서도 환갑이 지나면 안방을 자녀들에게 내어 주고 사랑방으로 거쳐를 옮겼고, 시어머니도 광 열쇠를 며느리에게 주고 살림이라는 권력(?)을 이양하고 물러날 줄 알았다"며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을 저들은 부끄러움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기 우리나라 목회자들에게는 그런 선비정신이 보여진다. 기독교 신앙과 잘 매치가 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라며 "기독교 신앙 때문에 선비들에게 쉽지 않았던 그런 훌륭함이 초대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좀 더 쉬웠던 것 아닐까? 그래서 참 훌륭한 목회자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것이 복음의 불모지와 같았던 이 땅에 세계 선교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큰 부흥을 일으킨 원동력이 됐다"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원동력이 요즘 점점 사그라져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호 목사는 "예수님은 요한복음 14장 6절에서 당신을 '진리'라 말씀하셨다. 진리는 법을 의미한다. 당신을 '길'이라 말씀하셨다. 길은 도다. 길과 진리라는 말을 한 마디로 하면 법도가 된다"며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말씀 속 삶의 법도를 배운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목회자들이 그 삶의 법도를 잊었다. 잃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옳고 그름도 분별할 줄 모르고, 알아도 말하지 못한다"며 "움켜쥘 줄만 알았지, 내려놓을 줄을 모른다. 올라갈 줄만 알지, 내려올 줄을 모른다. 그러면 망하는 거다. 그래서 망하는 거다"라고 붙였다.
그는 "나는 통합측 목사다. 나는 우리 교단만 훌륭한 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내가 우리 교단에 속한 목사라는 것이 늘 자랑스럽고 감사했다"며 "그런데 요즘 그런 우리 교단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고 안타깝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