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말하는 2019년, 매스컴을 통해 몸소 '100세 인생'을 보여주고 있는 김형석 교수의 여러 작품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는 2015년 발간된 <예수>를 통해서였다.
'성경 행간에 숨어있던 그를 만나다'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 그는 기독교인들의 용어와 세계관이 아닌, 일반인들의 용어로 성경 신약 사복음서라는 '경전'에 등장하는 예수가 어떤 사람이며, 왜 예수에게는 그의 인간다움을 넘어 종교와 신앙적 질의에 해답을 주는 뜻이 잠재해 있는가 등을 풀어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머리말에서 그는 "지난 여름,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모르는 점이 많았던 예수를 다시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며 "나를 위한 과제이기도 했으나 예수를 내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알려주고 싶은 욕망에서였다. 그리고 그 주제는, 과연 인간 예수가 우리 신앙적 대상이 되는 그리스도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고 집필 동기와 주제를 밝혔다.
또 "만일 내가 고등학교 상급반이나 대학 초급학년에 있다면, 기독교 경전을 가장 정확하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어떤 책이 있을까 자문해 봤다"며 "구약의 창세기와 신약의 네 복음서는 기독교 경전이라기보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고전 중 고전인데, 교회 밖 사람들은 성경이 기독교인들의 경전이지 기독교와 떨어져 있는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 그대로, <예수>에서는 사복음서에 드러난 예수님의 행적을 평전처럼 시간 순으로 좇아간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분석과 느낌을 곁들인다. 그러면서도 너무 차갑거나 비판적이지 않다.
기독교 저자들은 주로 기독교인들을 주 독자로 염두에 두고 집필 활동을 하지만, 김형석 교수는 기독교나 성경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고등학생 정도의 독해력만 있으면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는 점에서, 기독 출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님' 대신 '하느님'이라고 쓴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김 교수는 '베드로의 고백(마 16)'에 대해 "기독교에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다. 그 문은 예수라는 열쇠만을 가지고서는 열고 들어갈 수 없다"며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열쇠가 아니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중요한 뜻을 예수는 제자들과의 대화에서 밝혔고 또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십자가상의 "다 이루었다"는 말씀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면에서는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동시에, 보내심을 받은 사람으로서는 예수의 죽음이 역사의 책임 완수가 될 수도 있다"며 "생각해 보면 예수가 사람의 아들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고백은, 하느님께로 돌아가면서 땅 위의 사명을 완수했다는 표현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석 | 예수 | 이와우 | 294쪽 | 15,000원 |
'예수는 과연 부활했는가'라는 마지막 장에서는 "오순절 하루 동안에 세례를 받고 크리스천이 된 사람이 3천 명에 달했다고 사도행전은 기록하고 있다. 며칠 뒤에는 그 수가 더 늘어 남자만 5천 명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예수의 부활은 성령의 역사로 이어졌고, 기독교는 오늘날까지 생명의 흐름을 계승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개인 예수의 부활보다도 더 엄청난 역사의 사건이 됐고, 하느님과 인류 사이에 벌어지는 구원의 사건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실 예수의 진정한 부활을 증거하는 사건들은 이 비겁하고 무능했던 제자들의 (이후) 행적과 죽음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예외없이 예수와 같이 죽어 예수와 더불어 영원히 살 것을 믿고 있었으며, 그것이 하늘나라를 위한 사명임을 깨닫고 있었다"며 "그래서 예수의 생애는 무덤과 더불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활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라고 끝맺었다.
저자는 "예수는 어떤 사람이며, 왜 예수에게는 그의 인간다움을 넘어 종교와 신앙적 질의에 해답을 주는 뜻이 잠재해 있는가를 찾아보고 싶었다. 예수에게서 그가 우리에게 그리스도, 즉 신앙적 구원과 관련되는 가능성이 있는가를 물어보고 싶었다. 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를 기록된 내용대로 살펴본 것"이라며 "만일 나와 내 친구들이 젊었을 때 직접 성경을 읽지 않아도 '예수가 누구인지', '우리와 상관이 있는지' 묻는다면 권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집필하게 된 것이 이 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