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권장희 | 마더북스 | 272쪽 | 14,000원
"스마트폰은 부모 입장에서는 안 사주면 사줄 때까지 시달리고, 사주면 그 순간부터 후회가 시작되는 골칫덩어리다. 스마트폰은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부모들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부모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스마트폰 때문에 학습이나 생활지도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사용 연령은 해마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에서 지난달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물은 결과, 무려 93%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1월 53%에서 그해 6월 60%, 2013년 2월 70%, 2014년 7월 80%를 돌파했고, 2017년 1월 93%까지 올라선 이후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이제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됐다.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24시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시대, 성인들도 문제지만 아직 자라는 과정인 20대 미만 아이들에게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갤럽의 연령별 스마트폰 사용률 증가 추이를 보면, 20대는 2012년 상반기, 30대는 2012년 하반기에 이미 90%가 스마트폰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20대 미만은 설문 통계 대상에 잡히지도 않았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의 부제는 '스마트폰 시대 두뇌발달 보고서'이다. 스마트폰이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인터넷 게임중독부터 시작해 각종 미디어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책을 강구하며 다른 '놀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책에서 "당신 아이의 뇌를 다른 어떤 것과 바꿀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이 책에서는 10대 청소년의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공개한다. 2016년 기준으로 청소년들은 하루에 4시간 47분간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먹고 자고 학교가는 시간을 빼면,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 대부분을 스마트폰에 '몰빵'하고 있다는 것.
저자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시켜야 할 이유로 습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아이들의 '건강' 문제를 제기한다.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의 뇌 크기는 정상 아이들보다 1/3 정도 줄어들고, 인지능력도 정상에 비해 1/5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 ADHD 같은 충동조절장애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책에서는 인간의 뇌,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뇌가 가진 특징을 제시하면서, 스마트기기가 다양한 시각·청각 자극을 주므로 뇌 발달을 돕는다는 부모들의 막연한 기대에 반박한다. 열 살 이전의 아이들은 오감을 자극하면서 다양한 놀이와 경험으로 흥미를 가질 때, 대뇌의 사고력 시스템이 균형 있게 잘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 '학습하는 뇌'가 자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 대신 듣기와 읽기 등 좋은 책을 잘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검색이 아닌 사색'이 돼야 학습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의 무절제한 사용으로 인해 자녀와의 갈등이 커지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면, 가정에서 취해야 할 최우선 조치는 스마트폰의 접근성을 차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의 손에서 어떻게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스마트폰을 없애거나 제한하면 아이들이 반발하고 저항할 것이기 때문에,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 스마트폰을 없애기보다는, 관계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자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장 없애기 어렵다면, 접근성을 최대한 제한하는 사용규칙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먼저 학교나 학원에 외출할 때는 갖고 다니지 말고 가정에서만 사용하거나, 가정에서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별도의 보관 주머니나 바구니를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때는 자녀와 부모의 스마트폰을 함께 보관하며 본을 보이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도 미디어 사용 수칙을 함께 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부모님 허락 없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거나 캐시충전 등을 하지 않는다 △로그인하는 모든 온라인 게임을 삭제한다 △'10분 더'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 약속을 어길 경우 반드시 다음 한 주간 미디어를 보지 않겠다 △식탁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가족이 함께 일정한 장소에 놓아두고, 꼭 필요할 때만 부모님 동의를 받고 사용한다 등이다.
정기적으로 '앱 청소 시간'을 갖거나, 스마트폰 휴(休) 요일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일주일에 하루를 '스마트폰 휴요일'로 만들고 온 가족이 가능한 일찍 집에 들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청소년이라면 함께 연극이나 공연, 박물관이나 전시장 관람 등 문화예술 활동을 하거나, 볼링, 탁구, 배드민턴 등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운동, 산책이나 등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미디어 사용 문제로 자녀와 싸우면 부모는 백전백패이다. 이길 수가 없다. 부모만 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도 '루저(패자)'가 되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라. 부모도 성공하고 자녀도 성공하는 길이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내는 엄마가 좋은 엄마이다.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을 선택하여 스마트폰으로 말미암는 갈등을 이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