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에 연루된 가톨릭 고위 사제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른 성직자들의 아동성학대 행위를 은폐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호주 애들레이드 대교구의 필립 윌슨(Philip Wilson) 대주교의 사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 호주 법원은 1970년대 시드니 북부 헌터 밸리 지역에서 발생한 소아성애자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경찰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윌슨 대주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윌슨 대주교는 아동 성범죄 은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톨릭 성직자 중 최고위급이다. 당시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는 2004년 9건의 성학대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고 2006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판결 직후 항소 절차를 시작한 윌슨 대주교는 재판 절차가 끝날 때까지 사임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지난 2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며, 1년형을 감옥에서 복역할지 가택연금 상태로 보낼지에 대한 판결을 위해 오는 11일 법정에 선다.
로버트 스톤(Robert Stone) 치안판사는 "윌슨 사제가 교회와 교회의 이미지 보호를 위해 성학대를 은폐했으며 양심의 가책이나 회한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수십 년에 걸친 학대와 은폐로 지역사회 전체가 황폐화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칠레를 방문했을 때, 신부의 아동 성학대를 은폐한 의혹이 있는 후안 바로스 주교를 변호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교황은 "진실하고 균형잡힌 정보의 부족으로 상황에 대한 판단과 인식에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면서 5월 칠레 주교 전원을 바티칸으로 소환했다. 이후 이들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식 사직서를 제출했고 교황은 바로스 주교를 포함해 5명의 사임을 받아들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교황청 서열 3위 조지 펠 추기경도 고국인 호주 법원에서 과거에 저지른 아동 성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아일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성직자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을 만나 성범죄 스캔들을 공개적으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