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타 교회를 가다’ 시즌 2를 시작합니다.
2007년 애틀랜타 기독일보 사역과 함께 시작된 교회탐방 시리즈 ‘애틀랜타 교회를 가다’는 그동안 동남부 지역100여개 교회를 방문해 지역사회에 소개하는 통로의 역할을 했습니다. 단순한 인터뷰 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의 신앙여정과 목회철학, 교회의 역사, 사역과 비전, 그리고 함께 꿈꾸는 하나님 나라를 맛깔나는 이야기로 풀어내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는 ‘이정표’ 역할을, 교회 성도들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교회들을 방문해 지난 10년의 사역을 돌아보고 혹여 재설정된 방향이 있다면 다시한번 소개하며, 더불어 새롭게 시작된 교회들의 아름다운 간증 역시 담아내고자 합니다.
탐방에 대한 문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atldaily@gmail.com 교회탐방 담당기자 앞으로 연락주세요.
늘푸른장로교회가 올해20주년을 맞았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민사회라는 토양에서 20년을 이름 그대로 ‘늘 푸르게’ 자라온 늘푸른장로교회를 이제 막 성년이 된 ‘청년’이라고 표현한 한충기 담임목사는 ‘앞으로 20년이 더 기대되는 교회’라며 소망과 비전을 나눴다.
기쁨이 넘쳐 그 소리가 도성에 울려 퍼지는 교회
교회가 속한 고신교단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일산 벧엘교회 수석부목사를 거쳐 이미 40대 초반, 부산 부민교회에서 안정적인 담임목회를 하던 한충기 목사는 목회학석사와 박사과정 공부를 위해 버지니아 리버티대학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공부하면서 종종 이민교회 부흥회를 이끌곤 했는데, 한번은 후배 목사 초청으로 방문한 교회에서 집회 이후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고 한다.
“이민사회가 원체 바쁘잖아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부흥회를 하는데 성도들의 절반도 안오셨더라고요. 그래서 뭐라고 설교 했냐면 ‘하나님 쪽에 마음을 완전히 옮겨 놓으면 영이 살뿐 아니라 삶의 일들도 잘 풀려 나갈 수 있다. 그걸 하지 못하고 삶에만 매달려 있으니 영도 살지 못하고 일도 풀리지 않는 악순환이 온다’는 책망이었어요. 뻔히 답이 보이는데 따라오지 않으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설교를 했던 것 같아요. 끝나고 돌아오는데 마음 깊은 곳에 ‘저들을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과 하나님의 사랑의 이야기를 잘 전해주면 책망 안해도 그 사랑에 감동되서 돌아설텐데…내가 왜 책망만 했을까’라는 후회가 들었죠. 책망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하나님 사랑의 이야기를 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이것이 느헤미아 12장 43절이 그리고 있는 ‘기쁨이 넘치는 교회(Joyful Church)’를 꿈꾸게 된 설교의 터닝포인트가 된다. 포로생활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여 에스라 선지자를 통해 소위 말하는 ‘성경사경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모인 무리뿐 아니라 ‘부녀와 어린아이도 즐거워하였으므로 예루살렘의 즐거워 하는 소리가 멀리 들렸’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성경통독과 주기도 운동이 향후 20년을 이끈다
“교회는 책망하고 윽박질러서가 아니라 하나님 사랑을 이야기함으로 심령에 기쁨이 넘쳐 그 소리가 온 도성에 울려퍼지는 모습이 되야 한다”고 한 목사는 강조했다. 그 사랑 이야기 자체가 바로 성경이기 때문에 그의 부임과 함께 교회 3년에 걸쳐 성경 전체를 순서대로 가르치고 설교하고 있으며, 교회 전체적으로 52주 성경읽기와 말씀운동이 힘차게 진행되고 있다.
성도들이 스스로 성경을 읽어야 하는 중요성을 깊이 각인하게 된 또 하나는 계기는 학업 중 알게 된 헨리 H. 할레이 박사의 ‘할레이 성경 핸드북’에서 한 글귀 때문이었다. ‘각 교회는 교인들이 성경을 읽도록 계획을 세워주고, 지난 주간에 읽은 성경의 부분에 대해서 목사가 설교하라.’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인 이 제안은 쉬워보이지만 대부분의 현대 교회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일에 아무리 목사가 훌륭한 설교를 했을지라도 성도들 스스로 성경을 읽고 말씀의 은혜를 붙들지 않으면, 예배가 끝나고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시 교회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말씀과 동떨어진 삶을 살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교회 세속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영적 문맹(성경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 지역에서 늘푸른교회 성도들이 하나님을 가장 잘 아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자’는 목회비전을 따라 지금까지 장년 130명 중 99명이 성경을 통독했을 정도로 성도들의 열의도 크다. 이미 그의 책과 큐티 교재로 성경읽기 운동에 열심을 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조병호 박사가 바쁜 일정을 조정해 지난 달 교회를 방문해 ‘통 성경 세미나’를 직접 인도하기도 했는데, 이는 살짝 사그라들던 성도들의 마음에 불을 다시 지피는데 충분했다. 구약과 신약을 오가며 성경을 통으로(전체적으로) 푸는 방식의 세미나가 익숙하지 않아 첫날엔 조금 힘들어 하던 성도들도 곧 시각이 조금씩 열리며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은 도전을 받은 것이다.
“성경을 읽자고 강조하니 간혹 ‘그럼 기도는 언제해요?’라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성경 속에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보여준 올바른 기도가 많습니다. 성경을 깊이 들어가면 기도는 자연스럽게 열리는데, 그 중 최고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기도’입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우리는 이방인의 중언부언 비슷하게 자신의 필요만 읖조리진 않았나요? 하나님의 뜻에 맞는 기도, 그것이 주기도문에 담겨 있습니다. 지난 연말, 8주간 주기도문 강해를 깊이 했어요. 7월 29일에는 주기도 운동을 주창하신 김석원 목사님을 초청한 ‘주기도 1일 사경회’를 갖습니다”라고 설명한 한충기 목사는 20주년을 기점으로 앞으로 늘푸른장로교회를 설명하는 단어는 ‘통성경 운동’과 ‘주기도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꽃다운 청년의 죽음을 통해 부르신 하나님
인터뷰 중 한충기 목사는 종종 ‘운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아무래도 대학생활 내내 열심을 다했던 학생신앙운동(SFC)의 영향이 컸으리라. 부산수산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4학년 여름, SFC 전국 위원장을 맡아 하기수련회를 진행하던 중 인사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그리고 이것이 한 목사를 목회의 길로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40년 세월을 이어온 SFC도 다가오는 새천년을 맞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고민과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한 남학생이 덥다고 뛰어든 계곡에서 끝내 나오지 못한 것이다. 수련회 역사상 처음 발생한 인사사고에 수련회는 엉망이 되고 임원과 직원들이 학생의 집을 방문해 사고를 알려야 하는 상황이 닥친 위기의 시간이었다.
“알고보니 예수님을 믿지 않는 홀어머니와 남매가 살았는데 아들이 죽은 상황이었죠. 스탭들이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저희는 수련회 장에서 회개를 부르짖으며 긍휼을 구하던 중 늦게 연락이 왔어요. 예상과 달리 정말 은혜롭게 해결됐다는 거에요. 이야기인 즉슨, 어머니가 아들이 수련회 간다고 하고 평소랑 다르게 방도 정리하고 ‘다녀올게’ 하고 나가는데 어디 천리 만리 가는 직감이 들더래요. 안그래도 불안했는데 사고소식을 듣고는, 하시는 말씀이 ‘아무래도 내가 자식을 잃으려고 했나봐요’라면서 잘 받아들이셨다더군요. 일순간 수련회장 분위기가 충만한 은혜로 일순간 바뀌었어요. 당시 대회장이던 저는 하나님 앞에 감사하면서 내 남은 생애를 저 어린 생명이 하나님께 헌신할 수 있던 것만큼 더해서 살겠다고 서원했어요. 그리고 구체적인 인도를 기다렸죠.”
학교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면서 학생신앙운동을 도와야 겠다는 생각이 커져가던 중, 10월 섬기던 교회에서 있던 남전도회 헌신예배 때 초청된 이종영 목사(자성대교회 원로)가 마태복음 9장 35-38절 말씀을 들어 ‘가르치시고 전파하시고 치유하신’ 예수님의 사역과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회에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하실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나를 위해 평생 헌신하겠다고 했으니 이 세 가지 일을 하라!’
“‘세 가지 일을 다 하려면 교수도 되야 하고, 의사도 되야 하고, 목사도 되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다 할 수 있습니까’라고 며칠을 기도하는데 ‘교회가 그 일들을 다 하지 않느냐’는 답을 주셔서 목회자로 부르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바로 고신대학원에 진학해 지금까지 왔죠. 아무래도 제 신앙의 뿌리가 학생신앙운동에 있다보니 신앙을 삶으로 살아내는 ‘운동’을 많이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랫동안 교회를 묵묵히 지켜온 성도님들과 새로 오시는 젊은 분들이 모두 이런 방향에 기쁘게 동참하고 계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스무 살 ‘늘푸른’,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것 실행에 옮길 청년되다
‘스무 살’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싱그럽고 활기차고 늘 푸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늘푸른장로교회는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가지 성장통을 밑거름 삼아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것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역동적인 청년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터닝포인트에 한충기 목사와 사모는 그 누구보다 성도들과 부대끼는 삶이 감사하고, 앞으로 더 성장해갈 가능성에 가슴이 설렌다고 고백한다.
“이전에 부교역자나 담임 목회자로 섬길 때는 크고 전통이 오래된 교회다 보니 교회 어른들이 사모는 주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어요. 젊은 나이에 섬김만 받으려니 감사하면서도 내심 어려움도 있었나봐요. 늘푸른교회 오고는 젊은 성도님들하고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면서 삶의 이야기도 나누고, 부대끼는게 그렇게 좋다네요. 저보다 사모를 더 좋아한다니까요(웃음). 감사하게도 큰 아이는 군복무를 마치고 한국에서 같은 교단 신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고, 함께 있는 두 아이들도 교회를 열심히 잘 섬겨요. 리버티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어디든 먼저 연락이 오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하고 기도 했는데, 늘푸른교회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것이 정말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후반전 목회는 양떼들에 풍성한 말씀의 꼴 먹임으로 그리스도의 몸 세우는 일
아무래도 큰 교회 목회를 해온 경험 때문에 교회 성장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라는 질문에 한충기 목사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첫 담임사역이었다면 오히려 마음이 많이 조급했겠지만, 이전의 목회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묵묵히 기다리면서 성도님들을 보듬고 마음을 합해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격려하면서 함께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고자 한다. 한국에서의 전반전 목회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일에 소극적인 교회를 말씀으로 순종하게 하기 위한 선지자적인 사역이다면, 미국에서 시작된 후반전 목회는 양떼들에게 풍성한 말씀의 꼴을 먹임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일에 생명을 걸 것이라고 한충기 목사는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말씀에서 상황적 필요를 더하거나 빼거나 왜곡하는 일 없이 성경본문의 핵심메시지를 바르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성경적 설교가 이 시대의 절실한 요구라 확신합니다. 어떤 사역보다 우선적으로 성경을 열심히 연구하고, 먼저 준행하고, 이 땅의 교회를 향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마음을 제대로 성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합니다. 제가 먼저 성경을 붙들고 성도들 역시 통성경으로 성경을 붙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성경을 보게 될 것입니다. 대학에 가기 전 까지 성경을 100번 통독한다면, 다니엘 처럼 어떤 상황 가운데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그 능력을 드러내고 사는 자들이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늘푸른장로교회는 401 Main St. Suwanee GA 30024(스와니 도서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문의는 교회 770-271-3422, 담임목사 404-900-1643으로 할 수 있다. www.evergreenatl.com을 통해 더 다양한 교회 소식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예배는 주일 오전 9시 1부예배, 11시 2부 예배, 오후 1시 영어예배(EM), 오전 11시 중고등부예배 및 주일학교가 진행된다. 새벽기도회는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5시 30분(토요일 오전 6시), 수요예배 오후 8시, 금요중보기도모임 오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