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 영성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강변교회 원로)와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가 4월 대담을 20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개최했다.
인터넷방송 21tv 주최로 열린 대담에서는 김명혁 목사와 김영한 박사의 간략한 발표 후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사회로 대담이 진행됐다. 21tv는 김명혁 목사와 함께 지난 달부터 매달 한 차례씩 다양한 주제로 명사 초청 대담 행사를 열고 있다.
◈"가난과 고난과 죽음, 그리고 신정론"
김영한 박사는 "가난과 고난과 죽음, 빈부 격차의 문제와 전쟁과 재난과 질병 등 고난의 문제, 세계와 인간이 가진 궁극적 죽음의 문제 등 이 3가지를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이라며 "이 3가지 문제 때문에 '신이 살아있다면, 신이 선하다면 왜 이런 문제가 주어졌느냐' 하는 질문이 나오기 때문에, 일상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철학적·신학적으로 신정론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가난과 고난과 죽음은 세계가 당면한 궁극적 문제이기에,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많은 문학가들이 '신이 살아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께서 가난과 고난과 죽음을 그리스도 안에서 극복하셨다는 점이다. 신정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바로 십자가이다. 루터와 칼빈부터, 20세기의 칼 바르트까지 십자가는 이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전했다.
먼저 '가난'에 대해 "전도서에 보면 하나님께서 부자와 가난한 자를 함께 섞여 살도록 하셨다. 그러나 극단적 가난은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며 "영적으로 말하면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자들에게 천국을 허락하셨다. 이 말씀은 가난과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념적 방향을 복음으로 제시하신 것"이라고 했다.
'고난'에 관해선 "한 개인이 당할 수 있는 신체적 어려움도 있지만, 남북간 분단처럼 사회가 당하는 고난도 있고 기후 불균형으로 직면할 수 있는 우주적 고난까지 생각할 수 있다. 성경은 '우리의 죄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말한다. 우발적인 게 아니라 인간의 잘못에 의해 생겼다는 것"이라며 "성경적으로는 인류에게 이러한 고난이 있기에 겸손할 수 있고 하나님을 찾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죽음'과 관련해선 "물리적 현상으로 본다면 '생명의 종언'이므로 매우 비극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최종의 적(敵)이지만, 역사와 개인의 '최종의 적'을 극복하신 분이 바로 십자가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라며 "이는 개인뿐 아니라 자연과 역사에 있어서도 소망이 된다. 역사와 우주와 한 개인의 궁극적인 운명과 숙명의 열쇠가, 불행과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 차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다. 죽음의 문제 자체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이것에서 떠나갈 때 사르트르나 무신론 실존주의자들의 말처럼 하나의 허무한 것에 불과해진다. 그래서 불교는 우연과 불행의 연속인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하는 것"이라며 "십자가 속에서만 새롭고 영원한 길이 가능하다. 가난에서 풍부하게 만드시고, 고난을 통해 새로운 소망의 길을 열어 주시며, 죽음으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우리에게 주신다. 이 주제는 기독교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김영한 박사(맨 오른쪽)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가난과 고난과 죽음, 기독교의 핵심"
김명혁 목사는 "기독교에는 고귀한 가르침이나 고상한 사랑의 윤리, 철저한 사회정의 등 중요하고 좋은 것들이 많지만, 엄격히 말해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이라며 "십자가는 우리의 운명과 삶을 변화시킨다. 저주가 축복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원수 맺음이 화목으로, 이기적인 삶이 이타적인 헌신과 나눔과 희생의 삶으로 바뀌어진다. 십자가 아래 강도와 로마 군인들의 운명이, 사도 바울의 운명과 삶이, 어거스틴과 루터와 진젠도르프의 운명과 삶이 변화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저는 십자가를 사랑한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 항상 새로운 은혜와 감동을 받는다. 십자가는 가장 비극적인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난 곳이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며, 동과 서가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저는 항상 십자가 그늘 아래 있기를 소원한다. 십자가 뒤에 숨기를 바란다. 저는 십자가만은 사랑하고 십자가만을 자랑하며 십자가만을 전하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세상의 각종 유행에 치우치고 있다. 소위 로마의 웅변술과 헬라의 지혜에 치우치고 있다. 그래서 옥한흠 목사님이 '왜 교회가 학원처럼 강의와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으냐'고, 방지일 목사님도 '왜 한국교회가 각종 프로그램과 시끄러운 음악으로 성령을 지배하려 대드냐'고 각각 비판했다"며 "그러나 십자가는 기독교의 핵심이고 성경의 핵심이다. 성 프란시스코는 '십자가 복음을 전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지식과 학문도 포기한다'는 충격적 선언을 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십자가 영성의 특징은 성공도 부귀영화도 장수도 아니다. '가난과 고난과 죽음'이다. 첫 번째 '가난', 성자 예수님께서는 본래 부요하신 분이신데 가난해지셨다(고후 8:9). 예수님께서는 '가난'의 유익을 여러 번 지적하셨다(눅 6:20, 16:22-23)"며 "한국교회 지도자들이신 최권능, 주기철, 손양원, 이성봉, 한경직 목사님과 장기려 박사님은 모두 가난하고 청빈하게 '3무, 4무, 5무'의 삶을 살았다"고 소개했다.
십자가 영성의 두 번째 특징은 '고난' 이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고난'의 유익도 여러 번 지적하셨다(마 5:10-12, 눅 16:25). 사도 바울도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자기 육체에 채운다고 고백했다(골 1:24)"며 "한국교회 지도자들이신 길선주, 이기풍, 최권능, 주기철, 손양원, 이성봉, 한경직 목사님과 장기려 박사님은 모두 '고난'의 삶을 사셨다. 성 프란치스코와 손양원 목사님은 '고난은 나의 스승'이라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십자가 영성의 세 번째 특징은 '죽음'이다. 김 목사는 "성자 예수님께서는 자기가 죽기 위해 세상에 오셨다(마 16:21)며, '죽음'의 유익도 여러 번 말씀하셨다(마 16:24, 25). 스데반 집사와 사도 바울과 사도 베드로와 서머나의 감독 폴리캅과 토마스 선교사와 조만식 장로와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순교의 제물들이 됐다"며 "성 프란치스코는 '죽음은 나의 자매'라 고백했고, 주기철 목사님은 '일사각오'를 지니고 칼날과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고 고백했으며, 손양원 목사님은 죽음을 자기의 '소원'이라 고백하면서 순교의 길로 기쁘게 달려갔다"고 했다.
김명혁 목사는 "십자가 영성의 특징은 '가난과 고난과 죽음'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싫어하고 거부하고 반대한다. 그러나 성경은 '가난과 고난과 죽음'은 아주 유익하고 귀중하고 보배로운 것이라 말씀한다. 우리가 '가난과 고난과 죽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몸에 지닌다면 십자가의 예수님을 아주 조금은 닮을 수 있고, 사도 바울과 사도 베드로를 아주 조금은 닮을 수 있고, 성 프란치스코와 최권능 목사님과 주기철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과 장기려 박사님을 아주 조금은 닮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망극하신 은혜와 사랑으로 저와 여러분들이 '가난과 고난과 슬픔과 아픔과 죽음'을 귀중하게 여기고 사모하고 기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사도 바울의 고백을 인용하면서 말씀을 맺는다.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 1:24)',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지노라(갈 6:17)'"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