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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떤 여자는 자기 남자의 과거를 캐서 그가 어떤 다른 여자와 커플링을 주고받은 적도 있는 연인 관계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자는 그 사실을 알고 너무 분한 나머지 벌건 대낮에 길에서 말다툼을 하다 끝내 남자의 귀싸대기를 때리고, 나중에 그 옛 여자를 찾아가 결국 커플 반지를 뺏어오는 등 엄청난 집착을 보였다.

연애를 하거나 결혼 생활을 할 때 자신을 만나기 이전의 과거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은 그의 현재와 사는 것이지, 그의 과거와 함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가 왜 그런 성격이 됐는지, 왜 어떤 일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왜 그런 작은 일에 지나치게 민감한지 등을 알려면 상대의 과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 상처나 부모로부터 받은 짐이라든지, 성장기에 당한 아픈 기억, 충격, 또 연애를 통해 얻게 된 여자에 대한 편견 등이 그 사람을 형성하고 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고 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여자는 남편의 과격한 모습에 지나치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그런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남자는 스스로도 싫었던 모습들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곤 한다.

또 믿었던 연인에게 황당한 배신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놀라움 때문에 이후로는 여자를 잘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게 뻔하다. 이 남자가 이후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가 사랑의 위기를 맞게 되면 그녀의 변심을 두려워한 나머지 선수를 쳐서 상대방을 먼저 차 버리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불안증의 원인은 과거의 경험이다. 지난 안 좋은 경험이나 충격들이 거울이 되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쉽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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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 하면 잔소리지만, 상대방의 연애 경험은 지금의 연애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하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남자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남자는 처음 짝사랑했던 사람이나 처음 연애해 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받고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줄 알며, 그런 패턴으로 연애를 한다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굳게 믿었던 첫사랑이 변심한 것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았던 사람은 이후로 어떤 여자든 잘 믿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만일 그가 여자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정말 믿을 만한 여자가 몇 년이고 그의 옆을 지키며 믿음을 주고 확신을 줘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아마 그 남자는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은 믿어도 모든 여자를 쉽게 신뢰하지는 못할 것이다.

예전에 본 삼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한 편이 기억난다. 이 영화에는 '결혼 따로 연애 따로'를 표방하는 속물 여자들이 나오는데, 방탕하게 살던 이 여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간다. 살인범은 어떤 남자였는데, 동정을 지키며 사랑을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다. 그는 첫사랑의 여자가 처녀가 아니었음을 알고 크게 낙심한다. 그 후 여자에게 버림받은 그는 (무슨 일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죽게 되는데, 얼마 후 시체실에서 사라진다.

살인 현장에서 그가 발견되자 이상하게 여긴 남은 피해자들과 그들의 연인들이 그 남자의 심장을 제거해 버린다. 그래도 이 남자는 또 나타나 방탕한 여자들을 죽이는데, 그 중에 가장 상태가 양호한 마지막 여자에게 나타난 그는 울면서 말한다. '자기는 여자들을 믿었고 자기 사랑을 믿었었다고.... 다 죽이고 싶다고...'. 한 마디로 "남자가 한을 품으면 시체실에서도 뛰쳐나간다(?)"는 메시지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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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체로 남자의 사랑은 의외로 단순하고 덜 계산적이며 좀 멍청한 구석이 있다. 여자들에 비해 약지도 못하고, 이것저것 따질 줄을 모른다. 어려운 시절에 뒷바라지해준 연인에게 등을 돌리고 자기를 고속 승진시켜준 사장의 딸을 선택해 출세의 길을 택하는 남자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의 희귀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더 눈에 띄는 예외에 해당된다.

보통 남자들은 한 가지 사실을 알거나 경험하면 그것밖엔 모른다. 그리고 그것에 모든 경우를 적용하려 든다. 그래서 남자는 많은 실수를 하기도 하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로부터 아이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남자의 마음은 마치 단순한 백지와 같아서, 그때 그때 그리는 것이 그대로 그림이 될 정도다. 정말이지 요리하기 쉬운 존재들이다. 옛날 왕들이 여인의 계략에 놀아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지혜롭지 못한 여자들은 남자를 모든 면에서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 하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런 여자들은 남자가 자기 원하는 대로만 말하고 원하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남자가 최고인 줄 알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뜻대로 하려 하면 할수록 남자는 입을 다물고, 그러는 동안 자기만의 비밀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단순한 속성의 남자는, 아무리 아픈 기억이 있어도 한 여자가 새롭게 꾸준한 사랑을 주고 자신을 신뢰해 주면 금방 그녀의 것이 된다. 그래서 새롭게 그려진 그림을 자신의 마음에 담고 살게 된다.

가끔 남자가 실망스러울 때, 그의 지난날을-연애 경력을 캐라는 것이 아니라-한 번 돌아보라. 그러면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한 만큼 감싸주고 품어 주면, 그는 점점 함께 할 부분이 많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많은 상처를 안고 있거나 아무리 많은 여자를 만나본 남자라 해도 어느새 그녀를 자신의 첫사랑처럼 소중하고 애틋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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