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교수(장신대 신약학)가 지난 2012년 국내 개봉해 약 590만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기독교적 시각으로 해석한 글을 '월드뷰' 1월호에 기고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이 영화의 내용이 지극히 기독교적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의 영화 읽기가 인터넷 상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충격적"이라며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가 던지는 '법치주의와 인간의 구원'에 관한 질문"을 중심으로 영화를 읽었다.
그는 "장 발장이 복음의 은혜 안에서 용서받은 죄인을 상징한다면, 자베르는 그와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며 "자베르는 범죄자를 체포해 반드시 그 범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하려고 노력하는 경찰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법치주의 기초다. 그에게 장 발장은 단지 죄수번호 24601일 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20년 간 장 발장을 추적하던 자베르는 아이러니 하게도 자살로 그의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며 "그 이유는 장 발장이 보여준 선한 삶의 모습 때문이고, 결정적으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도 장 발장이 자신을 죽이지 않음으로, 그가 지금까지 믿어온 '종교'인 율법주의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즉 '선한 사람은 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그의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자베르의 죽음은 결코 법이 인간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인간을 구원의 길로 인도할 수 없으며, 오직 복음을 통해 주어지는 하나님의 죄용서의 은총만이 죄인을 인간다운 삶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장 발장과 자베르 사이의 근본적 차이로 '자기의'(自己義)를 꼽았다. 김 교수는 "장 발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철저하게 죄인으로 인식한다. 그는 범죄를 저질렀으나 인간과 하나님에게 이중적으로 용서받았기 때문에 자신을 빚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자베르는 자신을 죄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법과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자신을 의롭다고 생각하고 장 발장을 불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자베르가 진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즉 장 발장이야말로 의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는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 땅에서 용서받은 죄인으로 살아가는 장 발장 같은 사람이야말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건강한 인간"이라며 "자신과 남을 모두 죄인으로 인식할 때 인간은 비로소 남을 정죄하고 자신을 심판자로 착각하는 정신병에서 자유롭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만약 자베르가 자기의의 화신이 아니라 스스로를 용서받은 죄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과연 그의 인생을 자살로 마무리 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의는 인간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독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