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이라는 EBS에서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제작사 측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유쾌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국내 최초의 젠더 토크쇼'라고 기획의도를 소개하고 있다. 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차별 이슈'들을 놓고 '대한민국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말 '공주도 털이 있다(제모)'를 시작으로, '피임', '졸혼', '미혼과 비혼', '데이트 강간', '생리', '낙태', '몰래카메라(몰카)', '여성 속옷', '성폭력' 등 그동안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한 성(性)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을 여과없이 방송해 왔다. <까칠남녀>는 '10대의 性적 자기결정권', '나는 파트너 로봇과 산다' 등 이미 기독교적 입장에서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방영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모르는 형님: 성소수자 특집 1-2부'를 방영하기에 이르렀다. 프로그램이 그 동안 다뤄온 주제들에 비하면, 사실 이들이 동성애에 대해 다룬 것은 상당히 늦었다고도 할 수 있다. 성탄절과 새해 첫날 잇따라 방영하기 위해 아껴놓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2주간 방송에서는 소위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가 한 명씩 나와 그들의 시선과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했다.

이번 프로그램이 특히 도마에 오른 것은, 방송사가 jtbc나 tvN이 아니라 EBS이기 때문이다. EBS는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자 '자라나는 세대를 비롯한 전 국민들의 교육과 교양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사다. 그러므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수인데, 이번 방송은 그러한 기본적인 장치가 전혀 없었다. 더구나 <까칠남녀>가 '18세'가 아닌 '15세 이상 시청' 방송인 만큼, 내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했다.

제작진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인권'의 중요성을 설파했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동성애에 대한 팩트와 사회 전반의 염려는 전혀 담아내지 않은 채 이들을 '차별과 혐오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 집단'으로 규정해 놓고 시작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지금은 동성애자들의 '비동성애자 혐오와 차별'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EBS는 이러한 대대적인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편집권 침해'라며 무작정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이미 EBS에서 두 차례에 걸쳐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마쳤으니, 방송사 내 다른 프로그램에서라도 동성애 속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팩트'를 중심으로 한 방송도 계획해 주길 바란다. 동성애자가 '소수'라서 약자이고 그들을 위한 방송이 필요한 것이었다면, 동성애자보다 더 열악한 인권 상황 가운데 있는 소수자들인 '탈동성애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제작진의 말처럼 '다름'을 인정하는 일이다.

덧붙여, <까칠남녀> 진행자인 방송인 박미선 씨에게 일부 기독교인들이 비난을 가하고 있는데, 자제해야 할 일이다. 박미선 씨는 방송을 기획하고 대본을 쓰는 제작진이 아니다. 단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직장인일 뿐이다. 그에게 '하차'를 요구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사표'를 쓰라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차라리 그가 방송을 진행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지 헤아려 주고 기도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박미선 씨는 연예인이기 전에 교회에서 권사 직분을 받은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다. 같은 그리스도인에게 그런 비난을 가하는 것이 선교에 무슨 도움이 될지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반대에 집중하다, 시청률 1% 미만의 심야 프로그램을 너무 '띄워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반대운동에도 세심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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