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교회가 새해를 맞아 드리는 송구영신예배에서 '말씀 뽑기'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것이 '기독교적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승구 교수(합동신대)는 지난해 이미 이러한 '신년 말씀 뽑기'에 대해 "반기독교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소위 '말씀 뽑기' 행위는 뽑은 한 말씀만이라도 잘 외우고 그 말씀의 뜻에 깊이 잠기고 그 뜻을 깊이 새길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반기독교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이 한 가지도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등한시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며 "이것조차 거의 비판적인 말임을 새겨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구 교수는 '뽑기'의 문제점에 대해 "하나님 말씀은 항상 문맥 속에서 읽혀야 하는데, 한 구절만을 뽑아 생각하는 것은 성경 문맥을 단절시키는 죄를 범하는 것"이라며 "흔히 성경을 그런 식으로 읽어 왔기에, 급기야는 이런 방식도 널리 퍼져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이유로는 "성경은 전체를 읽어야 한다. 이것이 '전체-성경(Tota Scriptura)'을 강조하는 개혁파의 강조점"이라며 "그러기에 성경을 계속 읽어 가서(lectio continua) 결국 다 읽고 깊이 묵상해야 한다. 세월이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뽑기 방식'이 예전 점치는 방식과 관련되기에 사실 거기에서 유래했다고도 할 수 있고, 꼭 그렇지 않다 해도 그런 것을 연상시킨다"며 "결국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성경적 섭리관과 다른 이해로 생각하고 살게 할 수도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심각하게 볼 일은 아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김병삼 목사(만나교회)는 "말씀을 뽑았을 때 내 삶에서 이 말씀이 무엇을 이야기할까 한번 고민해 보는 것은 신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말씀카드를 생각하고, 격려하는 건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김 목사는 "말씀카드는 목회자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다"며 "모든 교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말씀, 우리 인생 가운데 가지고 있는 건강, 자녀, 결혼 등 보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되는 말씀들을 고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삼 목사는 "말씀카드는 부적이 아니다"며 "점쟁이의 부적을 지니는 것처럼 '이렇게 되리라'라는 의미보다, 격려의 의미가 많지, '이 말씀 뽑으면 이렇게 되리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