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넘어 소명
우병선 | 생명의말씀사 | 280쪽
이 책 <생계를 넘어 소명>은 생계 현장에서 몸부림치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면서, 믿는 자들의 리더로서 성도들을 이끌고 있는 한 목회자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소명의 의미를 찾기 위해, 목회만이 아니라 몸소 일반 직업생활을 체험해 보았다. 청소부도 해 보았고, 막노동도 해 보았으며, 지금은 교회를 겸하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크리스천들이 직장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어려움들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가 경험한 세계를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로서 일하도록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해당한다. 일은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에 있다. 하나님이 일하시니 우리도 마땅히 일해야 한다. 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한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것도, 가정주부가 살림을 하는 것도 일에 해당한다. 장성한 남녀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으로 일의 범위를 한정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의 개념은 폭넓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일에는 귀천이 없다. 수입이 얼마냐에 따라서 어떤 직업은 귀한 직업이고, 어떤 직업은 천한 직업이라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의 몸 비유에서 모두가 머리가 될 수 없으며, 어떤 이는 눈으로, 어떤 이는 귀로, 또 어떤 이는 발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귀가 눈을 부러워하여 귀의 일을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것이고, 발이 머리를 부러워하여 걷지 않는다면 장애인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가는 그 구성원들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돌아가기에 거대한 집단으로서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에게서 모든 직업은 각자의 달란트를 따라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줄곧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소명'이란 말에 다소 오해가 있는 듯하다. 소명은 목회자로 부름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크리스천이라면 그들이 가진 모든 직업에 하나님의 소명이 있다.
직업에 있어 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는 것은 종교개혁 당시 만인제사장주의에 의해 이미 파괴된 개념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목회직과 일반직을 구분하여 목회직만을 거룩한 직업이라고 일컫는다. 즉 이원론적 사고에 영향을 받아, 목회직만이 거룩하며 그 이외의 직은 덜 거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런 개념이 잘못된 것임을 주지시키기 위해 '직'과 '업'의 개념을 강조한다. 즉 '크리스천에게서 직은 다를 수 있지만, 업은 모두 같다'는 것이다. '직'은 개인이 갖고 있는 직업의 종류이고, '업'은 모든 크리스천이 추구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다.
따라서 크리스천이 갖고 있는 모든 직업은 거룩하며, 거기에 하나님의 소명이 내재돼 있다. 목회자만이 소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들이 하나님께서 부르신 소명으로서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명감은 목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는 예수님을 만난 사람입니다. 나는 구원 받은 자입니다'라고 고백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서 자연스레 발현되는 현상인 것이다. 전문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은 베드로, 마태나 세리직을 그대로 유지한 삭개오나 소명의 질적 차이가 없듯이 말이다."
이처럼 일에 있어 성(聖)과 속(俗)의 구분은 없으며, 하나님의 소명을 갖고 일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이 별도로 구분하시는 일이나 사람이란 없다. 구약 시대의 음식법이나 레위 지파에 대한 특별의식이 철폐되었듯,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거룩함을 그 형태로 구분할 수는 없다.
목사라고 영적으로 우월하며, 일반직이라고 영적으로 열등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서 받은 바 달란트를 가지고 각 직업 현장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하나님의 영역이 미치지 않는 곳이란 없다는 하나님의 주권 사상과 의미가 통한다. 저자는 베드로, 요셉, 다윗, 에릭 리델, 그리고 아브라함 카이퍼의 삶을 살피는데, 아브라함 카이퍼는 화란(네덜란드) 자유대학의 설립을 기념하는 설교에서 "모든 삶의 영역 중 단 한 치도 주님의 영역이 아닌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성속(聖俗)을 따질 필요가 없다. 어떤 삶의 전선에서도 '생계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는 소명의식을 갖는다면, 그 일은 곧 하나님의 일이 된다. 따라서 목회자의 이중직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즈음에 본서는 이에 대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서는 상황마다 그에 따른 적절한 예제들을 통해 알기 쉽게 접근하고 있으며, 논리 전개나 구성이 탄탄하다. 또한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저자가 실제 몸으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저자의 부드러운 문체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유명 설교자들의 설교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모처럼 공감되는 좋은 대중서가 나왔다.
본서를 통해 현장에서 '생계의 고통이 아니라 소명의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삶의 비결'을 터득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끝으로 내가 뽑은 저자의 명언을 적어본다.
"우리에게 맡겨진 직 속에는 주님의 거룩한 부르심이 있다. 주님은 우리를 통해서 그분의 사역을 내 삶의 자리 속에서 펼쳐 나가도록 명하신다. 그대는 부르심 받은 이 시대의 제사장이다."
채천석 크리스찬북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