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냐 진화냐' 하는 문제는 인간 사회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그리고 이것은 종교와 과학의 대결 양상으로 역사를 이어왔다. 간혹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영역에 있고, 그 고유의 역할이 있어 대립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생명의 근원, 신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은 이에 대한 '논리적 귀결'을 요구한다.
신간 「과학과 신의 전쟁」(메노라)은 바로 그와 같은 대중의 욕구에 답하기 위한 도전적 시도다. 저자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적 무신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그것이 오류임을 밝히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다름 아닌 유신론에 대한 과학적 논증, 이른바 '과학적 유신론'의 설파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신론은 신화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각 종교와 신학의 바탕을 이루던 것이었다. 그런데 자연철학이 '자연발생론'을 주장하면서 신의 역할을 점차 축소시켰다. 결국 인류는 실증주의를 학문적 방법론으로 채택하면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아예 부정해 버렸다. 바로 과학적 무신론이다.
하지만 그런 역사의 흐름 한편에서 여전히 신을 찾으며, 그 존재를 밝히고자 번민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과학과 신의 전쟁」은 바로 그렇게 신의 존재를 묻는 이들에게 올바른 대답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각자가 인생의 가치와 항로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의 1부는 고대신화와 종교, 신학과 철학, 그리고 초기 과학 및 신의 존재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어 2부에서는 과학적 무신론의 발전 과정과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역사적으로 과학적 무신론이 마르크스-엥겔스의 '역사적 유물론'과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이 결합해 발전한 것이라는 저자의 통찰이다.
저자는 "과학적 무신론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후계자 레닌이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생명력을 얻었다"며 "이것이 고전물리학 영역에서 오파린의 화학적 진화론으로까지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책의 3부에서도 저자의 창의적 발상이 눈에 띈다. 노자의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양자물리학이 발견한 이론들과 과학적 실재 논쟁들, 그리고 현대 우주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과학적 유신론을 마침내 정립해 가는 것이다. 신의 존재를 입증함에 있어 이 같은 과학의 영역을 대담하게 넘나든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
아울러 저자는 스티븐 호킹이 「위대한 설계」(2010)에서 주장한 양자물리학적 진화론을 과학적 유신론의 관점에서 비판함으로써 결국 신이 우주와 생명의 '위대한 창조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과학적 유신론은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고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종교와 과학은 하나의 통섭적 체계를 세워야 완전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학술적 차원보다는 교양적 차원에서 사람들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무신론에 대한 비판과 과학적 유신론에 대한 논증을 균형 있게 다루는 일에 소홀하지는 않았다.
「과학과 신의 전쟁」을 추천한 장왕식 박사(감신대 종교철학)는 "오늘날 세속 인문학의 대세는 과학적 무신론이다. 무신론자가 되지 않는 이상 진정한 지성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들이 삶의 신조로 택하는 그런 무신론들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허술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토대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데 있어서는 매우 소홀하다. 「과학과 신의 전쟁」은 이런 잘못들을 바로 잡는 탁월한 하나의 저서"라고 했다.
저자 허정윤
젊은 시절 주로 금융업에 종사했고, 은퇴 후 총신대 평생교육원에서 공부해 신학학사(Th.B.)를,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Th.M.)를, 평택대 피어선신학대학원에서 철학박사(Ph.D.)를 각각 취득했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과학적 무신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발생에서부터 한민족 교회로 유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다. 저자는 이 논문에서, 유신론에서 출발한 고대 인류의 신인식이 서양에서 과학적 무신론으로 전환해 한민족 교회로 유힙하게 된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며 과학적 무신론의 비합리성을 비판했다.
「과학과 신의 전쟁」은 저자가 박사학위 취득 후 유신론을 연구해 과학적 무신론의 대안으로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이 외에도 각종 진화론에 대한 비판적 소논문들을 다수 발표했다. 문학 활동에도 참여해 장편 팩션 「흑암전설」을 발표했고, 단편소설도 여러 편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