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은 지난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여행금지' 행정명령의 부분적 이행을 허용하며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웠다.
여행금지 행정명령은 무슬림이 다수인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6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향후 90일동안, 난민들의 미국 입국은 향후 120일동안 정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해 외국인들에 대한 철저한 신원조회가 이뤄지는 비자심사 과정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 6개국 국민들과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명령을 발동했었다.
하지만 이 명령은 무슬림들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는 '반 무슬림', '반 이민' 조치로 이른바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는 반발이 터져나왔고 제4, 제9 연방 항소법원 등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고 대통령의 월권이라며 이 명령의 발동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백악관은 무슬림이 다수인 이집트, 인도네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국가들은 이 명령에 영향을 받지 않아 이 행정명령은 '반 무슬림'이 아니고 6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영원히 막는 것이 아니라 90일동안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이라 '반 이민'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또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해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할 권한이 있다며 항소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결국 이번 판결에서 9명 연방대법관 모두 백악관의 입장을 지지했고 다만, 6개국 국민들 가운데 미국에 사는 사람이나 학교, 기업 등의 단체와 '신의성실한'(bona fide)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이 명령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제한했다.
신의성실한 관계와 관련해 국무부는 가까운 가족은 부모, 배우자, 자녀, 사위, 며느리, 형제, 자매 등이 해당되고 조부모, 손주, 삼촌, 숙모, 조카, 사촌, 처남, 처제, 약혼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이 명령이 발효됨에 따라 이 밖에 매 회계연도에 미국에 들어오는 난민 수는 5만명으로 정해지고 외국 정부들이 자국 국민이 미국에 입국할 때 그들에 대한 신원조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있는지 검사가 이뤄지게 된다.
이 검사 후 외국 정부들이 50일 내에 더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새로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 또 국토안보부는 임시 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추적하는 신원확인전자장치 마련을 시행하고 국무부는 비자인터뷰 면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비이민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 직접 인터뷰하게 된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하급법원들이 국가안보에 대한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로 분석되고 있다.
월스트릿트저널은 27일 사설에서 "트럼프의 여행금지 명령은 지혜롭지도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판사들이 통수권자 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제4, 제9 항소법원은 그렇게 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백악관의 승리이자 헌법이 보장한 권력분립 원칙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금지 행정명령은 지난 29일 발효되었다.
글/사진 케이아메리칸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