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논쟁
목창균 | 두란노 | 536쪽 | 25,000원
2천 년 넘는 그리스교 역사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역사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오늘날 개신교회의 정통 교리가 형성됐다.
정통 교리의 형성에 인간과 역사를 배제한 오직 성령의 역사만을 주장하는 일부의 극단주의자들이 아직 잔재하고 있지만, 성령께서 인간과 역사를 통하여 정통교리가 형성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정통적 입장 안에 있는 교리라 할지라도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고, 또한 끊임없이 연구와 수정과 보완작업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한국 그리스도교의 현실에서 볼 때 '이단'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매우 경솔하게 결정된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확한 신학적 점검보다는 경솔한 판단과 말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이단이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어떤 부분에서 이단이냐고 되물으면 자세한 건 모른다고 답변하며, 어떤 부분을 지적하면서 이단이라고 말하는 경우 그것이 왜 이단이냐고 되물으면, 그 주장의 근거가 자기중심적 이해로 인한 판단이거나 정작 본인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목회 현장에서 정확한 교리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다른 목회자나 단체들에 대해 무책임하고 경솔한 이단의 의혹이나 시비가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오해와 상처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기독교 역사에서 발표된 각각의 신조나 신경들의 역사적 배경과 그 상황적 특징들에 대해 무지한 가운데, 신조나 신경들조차 문자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들을 넘어 앞뒤 전후 문맥을 살피지 않거나, 그 발언의 상황과 목적 등을 신중히 파악하지 않고 자기 판단을 통해 너무나 쉽게 '그 사람은 이단성이 있다'는 식의 발언들이 목회 현장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부분 또한 교리에 대한 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단이란
저자는 이단에 대해 "새로운 현상도 아니며, 특정한 때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고 정의한다. 즉 이단의 출현은 교회의 역사 가운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이며, 한 번 출현한 이단은 소멸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양을 달리해 반복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개신교회는 이단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단적 사상을 분별치 못하거나 혹은 그와는 반대로 자신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못돼, 섣부르게 다른 이들을 무고하게 이단으로 정죄하는 과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단 변별기준을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성경의 가감이다. 교회는 성경 66권을 기독교 유일의 경전으로 믿고 신앙과 생활의 규범으로 삼는다. 반면 이단은 성경의 완전성을 부정하고 성경 외에 다른 경전을 주장하며 그것에 최종 권위를 부여한다. 둘째,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제한하거나 부인하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세주로 믿는다. 반면, 이단들은 그들의 교주 혹은 창시자를 신격화 한다.
셋째, 계시의 종결이다. 교회는 정경의 완성과 더불어 성서적·규범적 계시는 종결됐으며, 성령의 조명은 계속된다고 한다. 따라서 성경의 내용이나 권위를 능가하는 또 다른 계시는 존재할 수 없다. 넷째, 비윤리적 반사회적 집단이다. 다섯째, 혹세무민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의 장소와 날짜를 알 수 없다(30-31쪽).
진지한 변론
본서의 특징은 교회사라고 해도 될 만큼 탄탄한 역사적 정황과 배경 위에, 고대 그리스도교부터 교리적 갈등과 차이, 특징들을 풀어가고 있다. 더욱이 저자는 쌍방간 교리적 갈등의 원인, 상황, 과정들에 대해 함께 설명함으로써, 편향되지 않은 중립적 관점으로 그 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더해주고 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저자는 교회의 역사적 연대기를 따라 주요 이단들을 다루어 간다. 고대교회의 이단들에 대해서는 신약성경과 도마복음, 기독교와 영지주의, 기독론의 에비온주의, 역동적 군주론, 가현설, 아폴리나리우스주의, 네스토리우스주의, 유티케스주의'를 다루고, 삼위일체와 종말론의 몬타누스, 자유의지의 펠라기우스, 동방정교회와 로마가톨릭의 분열을 다룬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고대교회의 부분들이 본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어 종교개혁에서 개신교회와 로마카톨릭의 교리적 차이, 칼빈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의 갈등, 몰몬교, 여호와의증인을 다룬다. 이 부분에서는 자세한 역사적 배경들을 통해 더 정확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여기서도 본서의 특징인 섣부른 판단이 아니라 정확성을 추구하는 중립적 입장이 돋보였다.
3부는 한국교회와 이단논쟁으로 문선명과 통일교, 박태선과 전도관, 김기동의 귀신론과 무속신앙, 이장림과 시한부 종말론, 이윤호와 가계치유론 등을 다룬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이초성과 예수중심교회, 이명범과 레마선교회, 이재록과 만민중앙교회를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본서는 이단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어떤 부분들에 대해 일방적인 편향성을 철저히 절제를 넘어 배제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과 정성이 돋보였다. 마치 각각의 이단적 요소들에 대해 자기의 성도들에게 신중하고 정직하게 설명하고 가르치듯이 이단 교리의 문제점(원인과 특징)과 정통 교리의 바른 견해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필자는 본 도서를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에 5월부터 시작되는 임직자 후보 훈련도서로 확정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본서를 통해 이단의 이해를 가질 뿐 아니라, 신학적 사고함의 모델로 참고하기를 기대한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