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에서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이 보다 첨예한 이슈로 부각돼 왔다. 이러한 갈등이 현재진행형인 교회들이 많이 있으며, 그러한 교회에서 갈등 당사자들은 물론 교회 구성원 전체가 뼈아픈 고통을 겪게 된다.
이에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는 16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하는 발표회를 열고, 사례 분석 및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기조발표자로 나선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는 갈등의 원인으로 △목회철학의 차이 △목회 방식에 대한 이해 차이 △심리적 차이 △교우들의 시각 차이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바람직한 관계 유지를 위한 원로목사의 과제에 대해 "후임목사에게 리더십을 이양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교우들에게도 이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은퇴한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에 출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목사는 은퇴 이후 직면할 복잡한 심리적 감정에 대비하고, 은퇴 후에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시행해야 한다"며 "또 교회는 은퇴를 앞둔 목사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임목사가 숙고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를 인식하고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한걸음 더 나아가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존경을 표현하며 그분의 사역의 장점을 계승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 내에서 요구되는 교우들의 이러한 두 가지 기대를 잘 인식하고, 교회의 맥락과 교우들의 기대 및 자신의 목회철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목회사역을 감당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교회의 특별행사나 명절 등에 원로목사를 초청해 설교나 축도를 할 기회를 제공해 원로목사의 공로를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여줘한다"고 했다.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는 원로 목사의 입장에서 '원로 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발제했다. 먼저 손 목사는 '신학적 차이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청빙과정에서 가능하면 검증절차를 잘 거쳐서 목회자를 청빙해야 한다"고 했으며, '리더십 문제로 야기되는 갈등'에 대해서는 "후임목사의 역량이 강화돼 장로들과 함께 목회를 균형 있게 잘할 수 있도록 원로목사의 자문이 당분간 꼭 필요하다"고 했다.
원로목사가 지켜야 할 목회 윤리적 원칙으로는 △후임목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보조적인 역할만 할 것 △도움이 필요없다고 판단될 시 뒤에서 기도로 도울 것 △후임목사의 실수를 발견할 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언하고 도울 것 △후임목사를 교회가 잘 섬기도록 장로들과 제직들에게 권면할 것 등을 꼽았다.
후임목사가 지켜야 할 목회 윤리적 도리에 대해서는 △새벽마다 원로목사를 위해 기도하고 한평생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 것 △보답하는 마음으로 목회를 열심히 할 것 △원로목사를 격려와 칭송으로 잘 섬겨드릴 것 등을 조언했다.
후임목사의 입장에서 '원로 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발제한 최성은 목사(남서울교회)는 "은퇴목사에게 가장 힘든 것이 고독과 사역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감"이라며 "원로목사에게 주어지는 상담사역과 노인사역을 새로운 목회적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후임목사가 원로목사를 위로하고 평생의 목회적 노고를 인정할 때 교회 전체의 질서를 세우고,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