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목적 하나님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 256쪽 | 12,000원
사도 베드로는 고난과 위기 가운데 살고 있는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며 그들을 '나그네'라고 부른다. 또 여러 믿음의 선진들은 자기의 소유와 부가 있을지라도 자신을 향해 나그네요 이방인이라 믿고 살았다.
이 말은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자는 이 땅이 진정한 고향이 아니라 영원한 본향이 있으니 그곳을 바라보라는 의미이다. 비록 이 땅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파도가 밀려오고 우리를 찔러 괴롭히는 가시들이 있지만, 극복하고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이유와 소망이 있음을 가르쳐 준다.
실제 성도는 이중 국적으로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 이 땅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그 지역적 국적과 함께 영원한 국적을 하나 더 갖게 되는데, 바로 하늘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시민권이 하늘에 있다고 가르쳐준다. 그만큼 성도는 몸은 비록 이 땅에 있지만, 그는 하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한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인생의 굽이마다 낙심이 되고, 심지어 믿음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 산을 넘으며 안도하다가 이내 또 다른 산이 나타나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진정한 삶의 목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목표는 잠시의 환란도 하나님의 섭리로 해석하게 해 주고, 지금의 슬픔도 삶의 자양분이 되게 만들어준다. 이 분명하고 확실한 목표는 우리의 인생을 사랑하게 만들어주고 바른 길을 걸어가는 동기가 된다.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성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호소하고 있다. 인간은 연약해서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일희일비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시선이 땅에만 집중되어, 더듬이를 잃은 귀뚜라미처럼 어둠 속을 더듬거릴 때가 많이 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직장에서의 갈등과 직장과 진로의 어려움과 교회에서의 불화 등 수많은 문제들 속에 파묻혀, 영적 시야가 흐려져 살아간다. 저자는 이런 모든 일들이 하나님 앞에서 해결될 수 있고, 신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라 소개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는데, 1부 '하늘보다 높으신 나의 하나님'에서는 인간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2부 '우리를 구속하신 하나님'에서는 타락한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대로 살 수 있었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3부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에서는 역경 가운데서도 승리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리고 4부 '우리의 사랑이신 하나님'에서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끊을 수 없는 사랑을 설명한다.
즉 이 책은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 전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이시고, 신자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 속에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혹자는 저자의 설교가 딱딱하고 우리 삶과 멀게 느껴진다는 비판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저자가 인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고, 특별히 하나님의 존재와 성품을 얼마나 경험했는지 느낄 수 있다. 또 인생의 제일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기계적이 답이 아니라 그 답이 얼마나 아름답고 영광스러운지, 은혜롭게 써가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의 특징을 두 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하나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다. 저자는 인생 전체가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지만, 성도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서만 주님의 손 안에서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이 땅에서 그리스도와의 원리적 연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연합을 통해 하늘로부터 생명과 사랑을 공급받아 살아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그래야 성도가 살아갈 수 있고 승리할 수 있고 거룩해 질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인생의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한 설교에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강조되는 내용을 보며, 주님의 주인 되심과 머리 되심을 계속 묵상하게 됐다. 실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람은 주인이 바뀐 사람이다. 더 이상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라 믿고 살아가는 사람이고, 나의 통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 깨어짐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이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한 신자를 보편 교회에 속하게 하고, 또한 지역 교회에 지체가 되어 주님의 몸된 교회를 내 몸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게 만든다. 교회를 비판하고 욕하고 부정하며 손가락질하는 세상에서 자신 또한 돌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자신이 수모를 당하는 것처럼 아파하게 된다. 또 지체 중에 곤고하고 넘어진 자가 있거나 교회가 수렁에 빠졌을 때, 모른 척하고 도망가는 자가 아니라 마치 내가 죽어가는 것처럼 그 고난에 참여하게 도와주고 있다.
이렇듯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성도에게 가장 중요한다. 살아계신 예수를 통해서만 우리의 죄가 용서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뿐 아니라, 하늘의 자원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그분과의 친밀함은 어떤 시련과 역경도 이기게 하며 주님을 위해 살게 도와준다. 자기 사랑에 함몰돼 살아가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님께서 이 땅에 계셨다면 이루고자 하셨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 일에 헌신하면서 목적 있는 항해를 하게 해준다.
또 하나는 거대한 인류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강조하며, 신자의 생애가 아름다워야 하고 유기체적인 생명과 헌신과 통치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와 함께 저자는 하나님께서 제일 먼저 인류를 창조하셨던 공동체의 모습을 우리가 이루어 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데, 죄가 이 세상에 들어오기 전 아담이 하와를 보며 "이는 내 뼈 중의 뼈이고 살 중의 살"이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그런 사랑의 공동체가 회복되어야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성도는 이 땅을 살아가면서 세상에 있는 것들을 나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세상엔 없는 것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하며 존재적으로 울림이 되어야한다. 아울러 죄로 인해 망가진 세상을 아파하고 슬퍼하며 눈물로 기도하며 섬길 수 있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한다. 이 사랑은 자가 발전적인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사랑이기에 존재적으로 흘러 넘쳐 인류애를 지향하며 살게 만들어 준다.
요즘 기독교를 보면 이 선을 권장하지 않고 악을 처벌하지 않는 정부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기독교도 아니고, 하나님이 가르쳐주시는 진리도 아니다. 이렇게 어긋나고 뒤틀려 있는 기독교, 복음과 진리가 왜곡되어진 교회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그동안 기독교의 구원을 너무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이기적으로 축소하며 인류애를 지향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상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을 먹고 어디에 살고 어디를 여행하였는가? 이것이 우리의 인생의 질과 수준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정말 우리에게 긴급하고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 어디를 향하는가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환경과 싸우지 말고, 사람에게 시기하지 말고, 하나님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하나님이 증인 되어주시니 그분의 편에 서서 목적 있는 삶을 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때때마다 넘어져 목적을 상실할 때가 많다. 예상치 못한 일 앞에 낙심하고 주저앉아 용기를 잃어버릴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스도인은 교회라는 큰 배에 올라 거룩한 항해를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항해에서 여러 파도를 보면 멀미를 하지만, 지평선 끝을 바라보거나 목적지를 보면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많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나의 인생의 방향이 어디이고 목적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점검하며, 깊은 기도와 겸손의 자리로 나가길 기대해 본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열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