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묵상
팀 켈러, 캐시 켈러 | 최종훈 역 | 두란노 | 392쪽
"염려의 상당 부분은 어떤 일이 일어날 필요가 있는지 내가 주님보다 더 잘 안다는 오만한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짐을 여호와께 맡기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주님의 권세와 지혜 앞에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아멘(4월 28일 기도)."
365일 동안 날마다 시편 본문을 읽고 깊이 새기도록 꾸민 매일묵상집이다. 1년간 시편 1-150편 전체를 묵상하도록 구성돼 있으며, 매일 한 페이지씩 4-12절 정도의 길지 않은 본문과 그 속뜻을 간략하게 살필 수 있는 글과 기도문을 읽으면서 묵상할 수 있다. '각주'도 있고, '네이비'와 '레드' 두 컬러가 따로 나왔다.
시대의 설교자 팀 켈러(Timothy Keller)가 아내와 함께 20년 간 묵상한 내용들을 토대로 한 이 책에 대해, 저자들은 "묵상집을 써 보라는 제안을 받자마자 우리 부부는 금방 시편을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시편은 거룩한 영감을 받아 기록한 찬양 모음으로 옛 이스라엘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공식 예배에 쓰였고(대상 16:8-26),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입으로 부르는 노래이므로 음악의 속성이 그대로 살아 인간의 정신과 심상에 깊이 스며든다.
2천 년 그리스도교 역사 가운데 시편은 늘 사랑받는 성경이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도 시편을 즐겨 노래하며 그 구절을 암송하며 간구했고(골 3:16, 고전 14:26), 베네딕트 수사는 수도회를 만들면서 규정을 정해 시편을 남김없이 음송하고 읽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거기에 기대 기도하게 했다. 중세 내내 시편은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성경 말씀이었고, 종교개혁기에도 시편은 교회 갱신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시편은 시이고 노래로서 그 자체가 따로 손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묵상집이지만, "역사적으로 복잡한 사정을 이면에 깔고 있는 노래들이 많아서 여러 차례 읽어도 참뜻을 바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시편과 함께 떠나는 처음 몇 차례 여정을 도와줄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요즘 나오는 많은 묵상 책자들은 너무 가볍거나, 너무 감상적이거나, 너무 교리적이거나, 너무 신비적인 경향이 있는데, 특정한 저자의 시각과 경험만을 되비치기 때문"이라며 "이에 비해 시편은 거룩한 영감을 담은 광범위한 음성으로 다양한 기질과 체험을 두루 아우르기에, 하루 하루 묵상하기에는 세상에 그 어떤 책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시편은 그저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그 안에 깊이 침잠해서 하나님과 교제하는 통로로 삼아야 한다. 시편은 그분을 예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도구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도하고 낭독하고 노래하면서 말씀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만들어졌다.
우리는 시편을 따라 맹세와 약속을 통해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고, 간구와 수락의 표현들을 통해 주께 의지하며, 탄식과 불평을 통해 그분 안에서 위로를 찾고, 묵상과 회고와 성찰을 통해 새로운 지혜와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시편은 하나님을 바라보게 해 주는, '예수님의 노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