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교단와 선교계의 분열과 과다경쟁
제13회 한국 선교지도자 포럼 선언문 4항은 "우리는 그 동안 교계와 선교계에 있었던 분열과 불일치를 회개하고 연합과 일치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하나님 나라 의식을 고취하도록 훈련한다" 고 고백하고 있다. 한국교계와 선교계의 분열과 불일치는 결국 선교지에서의 과다경쟁과 중복투자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21세기 선교의 성패는 협력과 네트워킹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한국선교사들 간의 협력은 물론이고 현지 교단과의 협력, 국제적 선교단체들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선교는 선교사는 선교사대로, 선교기관은 선교기관대로, 후원(파송)교회는 교회대로 분열되어 연합 없는 개인주의적 선교를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현재 한국의 기독교 교단은 252개에 이른다. 본국에서의 교단간의 교세경쟁은 선교지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분열과 경쟁과 중복투자라는 폐단을 낳고 있다. 한국 속담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는 말처럼 한국교회의 폐단이 한국선교에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교성 교수는 한국선교의 성과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성과주의선교는 단기적으로는 선교성장을 더 가속화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선교의 독이 되며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성과주의 선교는 '꿩 잡는 게 매' 라는 식의 원칙을 무시하는 선교로 변질되었고, 이로 인하여 실용주의적 선교가 판을 쳤으며, 선교의 진정성 문제까지 대두되었다. 또한 성과주의 선교는 가급적 속히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속성선교로 이어졌다. 그리고 속성선교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돈 사용에 의존하는 돈 선교로 이어졌다. 돈 선교에 길들여진 한국선교가 한국교회의 삼자정책을 선교현장에서 묵묵히 실천하거나 교육을 통하여 현지교회가 삼자정책을 재생산 하도록 돕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흔히 '한국교회는 삼자정책을 했는데, 왜 한국선교는 삼자정책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교단사이의 주도권 다툼으로 특정교단이 현지선교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데 있다. 한국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협력과 동역보다는 선교사 자신, 소속교단, 혹은 선교단체의 성과와 성공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침신대 이현모 교수는 한국선교의 네트워킹과 협력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바 있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복음주의와 같은 보수신앙 교단이 교회연합과 일치를 주장하는 에큐메니칼 그룹에 비해서 특히 네트워킹(자원을 공유하는 것)과 협력(함께사역에 동참하는 것)에 약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1988년 데이빗 바렛(David Barrett)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복음화운동이 중첩과 경쟁으로 인해 목표달성에 실패할 것을 지적한바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보수교단이든 에큐메니칼 교단이든 선교지에서 하나님 나라확장보다는 자기 교파성장과 확장을 목표로 하는 선교를 하고 있다."
선교단체간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의하면 2014년 해외에 파송된 선교사는 39개 교단의 선교부 소속이 1만 1764명, 217개 선교단체 소속은 1만 598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선교사 파송국가는 170개국에 달하지만 한국선교사 파송 상위국가 10개국의 선교사비율이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한다. 상위 10개 선교사파송교단은 에장합동, 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예장통합, 기감, 기하성, 기침, 예성, 예장대신, 예장백석, 예장고신 순이었고 상위 10개 선교사 파송 선교단체로는 한국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인터콥선교회, 국제대학선교협의회,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예수전도단, 한국대학생선교회, WEC 국제선교회, 두란노 해외선교회, 바울선교회, GP 선교회 순이었다. 지난 10년간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들의 선교지 선택은 여전히 특정 선교지 집중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역분야에서도 선교사의 78.7%가 교회개척과 제자양육사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사역 지와 사역형태의 집중 속에서 교단 및 선교단체의 분열현상이 가세함으로써 선교사간의 경쟁, 견제, 그리고 중복투자는 한국선교의 현 주소이다.
217개 선교단체 중 선교사 파송 상위 10개 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선교단체는 영세한 형편으로 지역적 사역적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고 자체 선교사를 파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나마 KWMA 회원선교단체의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비공식(개 교회 파송이나 혹은 스스로 선교지에 온) 선교사가 증가하고 있고,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선교단체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이 선교지로 보내져 부실관리, 전략부재로 인해 선교지에서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로서는 한국선교계의 구조상 이런 유형의 선교사들을 관리, 통제할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수아 선교사는 "선교단체 지도자들 간에 보이지 않는 음울한 긴장감과 골이 깊은 갈등관계, 다른 단체나 타 선교 지도자의 성공을 기꺼이 축하해 주지 못하는 리더들 미성숙함, 본이 되지 못함"을 한국선교계의 문제로 지적하였다.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선교는 선교현장에서도 연합과 네트워킹이 되지 않은 비효율적, 중복투자, 과다경쟁의 선교를 하고 있다. 선교지에서의 나눠짐과 파벌은 한국교회가 선교사에게 몸으로 익히게 만든 나쁜 학습의 결과이다. 심지어 선교사들이 현지인 신자를 가지고 경쟁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4. 문화이식적 선교
2014년 7월 14일에서 16일까지 KWMA 주최로 교단과 선교단체 지도자, 목회자와 선교학자, 선교사 300여명이 ACTS29 비전빌리지에 모여 '선교 관점에서 본 자(自) 신학으로서의 한국 신학과 자(自) 선교학으로서의 한국 선교학'이라는 주제로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VI)를 개최한 후 8개 항의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선언문 6항은 그 동안 한국선교가 문화이식의 선교였음을 반성하며 토착화된 선교지 교회세울 것과 현지문화를 고려한 선교의 필요성을 고백했다. "우리는 선교 현장에 문화 이식적이고 교파 확장적인 교회설립을 지양하고, 현지교회와 함께 토착적이며 자율적이고 선교적인 교회를 세우기에 힘쓰며, 더 나아가 그들이 자 신학화, 자 선교학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교사는 '불변의 진리인 성경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지 토양과 문화와 상황에 적합한 복음(말씀)을 전하고, 토착화된 교회를 세우는 일' 은 이미 선교에서 시행착오를 먼저 경험한 서구의 선교계가 자기반성을 통해 꾸준히 강조해온 부분이다.
15년간 OMF에서 사역하며 한국 선교사들과 함께 사역한 경험이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sia CMS의 탄강산 박사(Dr. Kang-San Tan)는 한국 선교사들이 단일 문화권에서 자라 다른 민족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선교에서도 자민족 중심적 경향이 강함을 한국선교의 단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선교사들은 상당히 폐쇄적 성향을 띠며, 현지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함을 꼬집었다.
한국선교훈련원(GMTC) 변진석 원장은 "한국교회의 성장과 더불어 선교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우리는 한 때 서구교회가 하였던 역할을 대체하는 선교세력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우리세대 안에 세계복음화를!' 이라는 서구 선교운동의 낙관주의적인 구호를 외치며 선교지로 나갔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 깨닫게 되는 것은 이러한 선교전략이나 태도들은 서구의 기독교권(Christendom) 정신에 근거한 다분히 '19세기적' 선교방식" 이었음을 지적했다.
김승호는 19세기 말 서구선교사들이 가졌던 문화우월주의, 자민족중심주의적 선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선교역사를 돌아보면, 특별히 19세기 말 서구 선교사들도 문화에 관한 한 큰 실수를 범했다. 선교사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는 우월의식을 가졌던 반면 타문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의식을 가졌다. 서구 선교사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거나, 낯선 문화에 대해서는 원시문화, 미개문화, 우상문화로 정죄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가졌고, 현지문화에 대해서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19세기 서구 선교사들이 활 동하던 당시에는 인간의 문화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문화인류학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었고 또한 선교사들은 인간의 문화의 중요성과 그 영향력에 대해서 소개받지 하지 못한 채 선교현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방법은 선교지에서 복음전파에 걸림돌이 되었고, 그 결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외에 불필요한 자신들에게 익숙한 서구문화를 표준으로 강요했다."
19세기 말 서구 선교사들이 범한 동일한 실수를 현재 한국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재현하고 있는데 실로 불행한 일이다. 오랜 세월동안 단일민족과 단일문화 가운데 살아온 한국인 선교사들은 지난 35년이라는 짧은 한국선교역사 속에서 타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충분히 대비와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가운데 자민족중심주의, 가부장주의, 그리고 문화우월주의 등의 부작용이 선교지에서 그대로 드려내 보였다. 선교지의 문화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한국식의 선교가 상당기간 반복되어왔다.
이제 한국선교는 한국문화와 한국교회를 선교지에 그대로 이식해서는 안 되며 현지문화를 고려한 자치, 자립, 자전하는 현지교회, 그리고 더 나아가 선교지 교회들로 자신들이 안고 있는 제 문제들에 대한 자(自) 신학화 및 자(自) 선교학화 작업을 도울 수 있는 성숙한 한국선교를 할 필요가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