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독교 출판계는 도서정가제와 스마트폰으로 인한 독서 인구 감소 등의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다. 두 차례에 걸쳐 올해 출판계의 주요 현황을 살펴본다.
◈베스트=한국기독교출판협회에서 온·오프라인 서점들의 집계를 종합해 발표한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전체 1위는 지난해 9월 출간된 이철환 작가의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가 차지했다. 이 책은 전반기 종합 1위였고, 1년 내내 매월 집계되는 베스트 상위권을 유지했다.
2위는 게리 채프먼의 '스테디셀러' <5가지 사랑의 언어>로, 역시 지난 몇 년간 추세대로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1-2위는 모두 생명의말씀사였다. 3위는 하형록 회장의 '성경대로 비즈니스하기' 20년 경험을 담은 「P31」이었다. 두란노에서 나온 이 책도 지난해 출간도서(5월)로, 1-3위 모두 올해 출간된 '신간'이라 보기 어려웠다.
4-10위는 <어? 성경이 읽어지네!(이애실, 성경방)>, <나의 끝 예수의 시작(카일 아이들먼, 두란노)>, <왕의 음성(홍성건, 규장)>, <예수(김형석, 이와우)>, <기도하고 통곡하며(이찬수, 규장)>, <팀 켈러의 기도(팀 켈러, 두란노)>, <설래임(이상갑, 생명의말씀사)> 등이었다.
이처럼 10위까지 범위를 확장해도 올해 출간된 도서는 <나의 끝 예수의 시작(1월)> 뿐이었고, 4위 <어? 성경이 읽어지네!>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 출간 도서였다. 누적 순위 집계 방식이라 지난해 도서가 유리한 면이 있지만, 판매량 면에서 올해 신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1-20위는 <왕의 재정(김미진, 규장)>,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유기성, 규장)>, <결국엔 믿음이 이긴다(화종부, 생명의말씀사)>, <평생감사(전광, 생명의말씀사)>, <기대(이용규, 규장)>, <모든 성도가 새가족부다(김민정, 생명의말씀사)>, <알곡과 가라지(김창영, 생명의말씀사)>,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습니다(김양재, 두란노)>, <어떻게 믿을 것인가(김형석, 이와우)>, <결혼을 배우다(이요셉, 토기장이)>가 각각 자리했다.
이들 중 올해 출간 도서는 <결국엔 믿음이 이긴다(4월)>, <기대(6월)>,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습니다(4월)>, <어떻게 믿을 것인가(4월)>, <결혼을 배우다(5월)> 등이었다.
21-30위는 <가족(김남준, 생명의말씀사)>,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해왔다(김남준, 생명의말씀사)>, <오늘 살 힘(이찬수, 규장)>, <주님은 나의 최고봉(오스왈드 챔버스, 토기장이)>, <다시, 사명이다(최윤식·최현식, 생명의말씀사)>,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팀 켈러, 두란노)>, <주 임재 안의 교회(유기성, 예수전도단)>, <메시지 완역본(유진 피터슨, 복있는사람)>, <바른 신앙을 위한 질문들(김세윤, 두란노)>, <오직 예수 그리스도(유기성, 규장)> 순이었다.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종교 전체 베스트셀러 집계는 기출협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기독 출판계는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간 판매량 차이가 일반 출판계보다 두드러진다.
1위는 에세이인 불교 <법륜 스님의 행복>이 차지했고, 2-3위는 김형석 교수의 <예수>와 <어떻게 믿을 것인가(이와우)>가 나란히 올랐다. 4·9위는 승려 법륜의 <스님의 주례사>와 <인생수업>이 차지하면서 법륜의 책만 3권이 10위 내에 올랐다. 이 밖에 5-7위인 「P31」과 <기대>, <5가지 사랑의 언어>는 기출협 순위에도 있는 도서들이었지만, 8위 <성경과 5대 제국(조병호, 통독원)>과 10위 <성경 2.0 쉬운지도(CM 크리에이티브)>는 기출협 순위에는 없는 도서였다.
교보문고 11-19위는 <결혼을 배우다>,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습니다>,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팀 켈러, 두란노)>, <왕의 재정>, <나의 끝 예수의 시작>, <팀 켈러의 일과 영성(두란노)>, <팀 켈러의 기도>, <스크루테이프의 편지(C. S. 루이스, 홍성사)>, <기도하고 통곡하며>였다. 20위는 법륜의 <날마다 새날>이다.
◈저자=출판계 불황은 참신한 국내 저자들의 발굴로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기출협 집계상 20위 내에 국내 저자는 무려 17명이었고, 2권이 있는 저자는 <왕의 음성>, <왕의 재정>의 김미진 간사였다. 30위권으로 확대하면 김남준 목사(열린교회·2권),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2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3권) 등 '신흥 베스트 저자'들이 포진했다. 최근 'Why' 시리즈를 내고 있는 조정민 목사(베이직교회)도 <왜 성령인가?>를 9월에 펴냈다. '전통 베스트 저자'인 박영선·이재철·김동호 목사 등은 신작을 내지 않았거나 '소품'을 냈다.
여성 저자의 경우 20위권 내에 이애실(성경, 스테디), 김미진(재정), 김민정(새가족·직장), 김양재(큐티·강해) 등 확실한 전문 분야가 있었고, '올해의 책'에 선정된 강호숙 박사도 '여성'에 강점이 있다. 유석경 전도사도 <당신은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출간 후 11월부터 베스트에 올랐지만, 더 이상 책을 내기 힘들다는(소천) 아쉬움이 남는다. 정신실 작가는 <나의 성소 싱크대 앞>과 <토닥토닥 성장 일기(죠이북스)>를 통해 일상과 신앙을 잘 버무리며 앞날을 기대케 했다.
해외 저작 비중은 계속 감소 추세이다. 기출협 납본도서 기준 올해 신간 998종 중 번역서는 366권으로 37%였고, 20위권 내에도 스테디셀러인 <5가지 사랑의 언어>를 제외하면 팀 켈러와 카일 아이들먼 2인의 책만 베스트에 올랐다. 교보문고 집계로도 국내 저자 강세는 두드러진다. 기출협 집계와 마찬가지로 팀 켈러와 카일 아이들먼, 게리 채프먼을 빼면 역시 '스테디셀러'인 스크루테이프의 C. S. 루이스(Lewis) 뿐이다.
신학서적이나 고전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해외 저자 비중이 높지만, 신앙일반 분야에서는 점차 국내에서 답을 찾는 분위기. 본지 '올해의 책 10' 국내 저자 5명도 목회자나 신학교수는 각각 1명에 불과했고, 만화가와 작가, 사진가 등이 차지했다. 여기에 목회자는 젊고, 신학교수는 첫 저서(여성)였다. 올해 기출협 베스트 3위도 '직장 선교사(CEO)'였다.
특히 <결혼을 배우다> 이요셉 작가는 함께 대화하듯 공감하는 글쓰기로 결혼 관련 '꼰대' 도서들에 지친 독자들을 위로했으며, <특강 종교개혁사>를 통해 교리에서 역사로 지평을 넓힌 황희상 작가는 기존 카테고리로는 분류가 힘든 시중 학습 참고서 수준의 '신개념'교회사 학습서로 독자들의 눈높이를 높였다.
올해는 다양한 이유로 역사 관련 도서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새물결플러스)>와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교회사(짓다)> 2권을 내놓은 옥성득 교수(UCLA)와 <한국기독교 흑역사(짓다)>를 쓴 소장학자 강성호 작가는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 등 2권을 베스트에 올린 김형석 교수의 저서들도 관심을 모았다. 이 책은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성경과 신앙을 담백한 문체와 대중의 언어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로 쓸 수 있는 저자들의 발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저자들 중에서는 '21세기의 C. S. 루이스'로 불리는 팀 켈러(Timothy Keller)가 가장 돋보인다. 이름이 '브랜드'화돼 책 제목 앞에 이름이 붙고 있는 팀 켈러 목사의 저서는 지난해 '올해의 책' <팀 켈러의 기도> 이후 <팀 켈러의 센터처치>,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 <팀 켈러의 설교> 등이 새로 나올 때마다 이전 저서들의 판매가 동반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비록 국내 저자들만큼 상황화나 적용이 되지 않을지라도, 도시를 기반으로 한 특유의 목회와 변증 사역을 바탕으로 신학과 현장이 조화를 이룬 내용이 특히 국내 목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 다른 스테디셀러 저자인 존 스토트(John Stott)의 책은 <십자가란 무엇인가>,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리더가 리더에게>, <존 스토트의 설교(이상 IVP)>와 <새 사람(아바서원)> 등 재출간과 신간이 골고루 나왔다. 톰 라이트와 스캇 맥나이트(Scot McKnight)의 저서도 각 2권씩 출간됐다. 오스 기니스(Os Guinness)와 라비 재커라이어스(Ravi Zacharias)는 올해 국내에 처음으로 방한하면서 여러 도서가 출간됐다.
이와 함께 국내 베스트 저자들 중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실상 절판되고 신간이 나오지 않는 경우처럼, 해외에서도 마크 드리스콜, 튤리안 차비진, 페리 노블 등 떠오르던 저자들이 물의를 빚어 당분간 신간을 펴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