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회포럼(대표 박은조 목사)이 5~6일 이틀간 서울 연동교회(담임 이성희 목사)에서 '이신칭의,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특히 최근 '구원론 논쟁'을 불러온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가 강사로 나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세윤 교수는 이틀 동안 '사도 바울의 복음: 바울의 칭의의 복음과 예수의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제목으로 강연하며, 바울이 강조한 '칭의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개혁신학이 전통적으로 이해해 온 '이신칭의', 즉 '오직 믿음(은혜)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가르침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등을 분석했다.
"온전한 수확은 종말에 받도록 예약된 것"
김세윤 교수가 해석한 '바울의 칭의론'이 개혁신학의 그것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칭의를 '단회적'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의 최후 심판에서 완성되는, '짐전적인' 것으로 주장한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개혁신학은, 루터나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이 중세 로마 가톨릭의 이른바 '행위 구원'에 맞서, 구원은 인간의 공로나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베푸시는 '오직 은혜'만으로 가능한 것이며, 인간은 이를 '오직 믿음'으로 받아들여 비로소 '의인'이 된다고 가르쳐왔다.
다시 말해 '칭의'는 마치 법정에서 재판관이 "죄가 없다"고 선언하면 그 즉시 사면되듯,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고, 그렇게 의인이 된 인간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성화의 과정을 거쳐 영화에 이른다는 것이 한국교회에서 공히 통용돼 왔던 '구원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세윤 교수는 이와 같은 '칭의-성화-영화'라는 소위 '구원의 도식(순서)'을 거부한다. 특히 구원과 성화를 단계적으로 구분 짓는 것이, 바울이 말한 칭의의 '진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칭의는 그것대로 끝나고 성화가 그 다음 이어진다는 것은, 자칫 성도에게 '도덕적 헤이'를 불러올 수 있고, 이것이 오늘날 실제로 많은 성도의 삶에서 나타나면서 '윤리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와 같은 칭의는, 다른 말로 '첫 열매'다. 그리스도의 구원은 근본적으로 '이미와 아직'이라는 종말론적인 구조를 가지는데, 칭의도 이와 같아서 '법정적 의미'의 칭의, 곧 우리가 하나님의 '사면 선포'로 '이미' 의인이 된 것은 칭의의 선취 혹은 첫 열매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온전한 칭의를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음을 암시한다. 칭의라는 개념이 '법정적 의미' 뿐만 아니라 '관계적 의미' 또한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언으로 죄가 사면된 인간, 곧 첫 열매가 된 우리는 그런 다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김 교수는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로 들어갔다는 의미는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관계로 들어갔다는 말"이라며 "그러므로 칭의는 주권의 전이다. 사단과 죽음의 나라에서 구속돼 하나님의 의와 생명의 나라로 이전됐다는 것이다. 즉 주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의지하고 손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바울의 칭의의 복음에 있어 우리가 세례 때 받는 '칭의'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다'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칭의는 종말에 최후의 심판에서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로 완성될 때까지 계속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 서 있어야 함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온전한 수확(구원 혹은 칭의의 완성)은 종말에 받도록 예약된 것이고 그러므로 그 때까지 유보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칭의는 우리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처음 고백할 때 다 이뤄지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 있을 최후의 심판에서 그저 자동적으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화라는 표현보다 칭의의 현재단계라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라거나 "칭의론을 온전히 이해해 종교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등과 같은 김 교수의 주장도 그의 이런 관점에서 나온 것들이다.
물론 최후의 심판까지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령의 도우심이 있음을 김 교수 또한 인정하나, 그와 같은 성령의 도우심을 부인하고 끝내 그것을 거부하는 자는 구원에서 "탈락할 수 있다"며 "이것은 내 주장이 아닌 바울의 가르침"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칭의가 과정이라면 예수의 속죄는 무엇인가?"
그러나 김세윤 교수의 발표를 논평한 박형용 박사(합동신대 명예교수)는 "성경은 어디에서도 우리가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얻은 의와 영생과 천국시민권을 우리의 행위를 근거로 박탈하시겠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아무도 구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만약 이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면 예수님이 이 땅 위에 사람의 모양으로 오셔서 고난당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이 모든 구속 사역이 실패의 사역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들의 칭의와 구원은 오로지 그 계획부터 완성까지 하나님의 작품이지 인간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논평자였던 심상법 교수(총신대)도 "칭의가 '과정' 혹은 '종말론적으로 유보된 칭의'라고 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의미는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는 칭의 전반에 대해서 최종적이지도 않고 불완전하고 불총족한 것인가. 단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만 기여하는 속죄인가"라고 반문하며 "결국 김세윤 교수가 말하는 '완성된 칭의'는 그리스도의 속죄와 성령의 도움에 의한 신자의 의로운 삶으로 결합된 것처럼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우리를 하나님 앞에서 '단번에 영원히' 의롭다고 하시는 근거인 주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사랑과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안다면 결코 방종과 방탕한 삶을 살 수 없다"며 "문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충족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사랑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부족한 칭의론'에 있다"고 했다.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던 최더함 박사(개혁신학포럼 총괄책임)는 "칭의는 마치 집을 지을 수 있는 설계도와 같다. 인간은 그것을 따라 성화라는 집을 지어 가는 것"이라며 "그리고 이것이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자들과 이후 그들의 가르침을 이어온 개혁신학자들이 강조해온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 박사는 "그러나 구원의 탈락 가능성을 전제하고 칭의가 하나님의 최후 심판대 앞에서 그리스도의 중보로 완성된다고 하는 김세윤 교수의 주장은 완성된 설계도 없이 집을 짓자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