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종교 역사도감
라이프사이언스 | 이다미디어 | 272쪽
내가 가진 신앙을 지켜나가는 것은 좋다. 나 자신도 태어날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그 신앙을 줄곧 지키고 있다. 그 신앙의 여정 속에서 종종 이단이나 사이비의 유혹과 공격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그런 이들과의 토론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아마도 나 같은 고백과 또 지금도 이런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주체적 수립이라면 그리 문제 없겠지만, 종종 나만의 고립된 신앙행태나 불통적 신앙인, 세상에 대한 경계로 일종의 패닉룸적 신앙이 되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에 대한 타인의 경멸적 반응과 거부적 태도를 낳을 수 있다. 자신의 신앙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을 주께로 나아오게 하는 데는 장애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결국 하나님께로 나아오는 이들을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적 이미지는 상당히 추락해 있다. 그 상당수는 교회의 부패와 목회자의 스캔들도 그렇긴 하지만, 기독교인의 지나친 독선적 태도와 자신만 옳다는 강한 태도 때문에 세상이 교회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는 요인도 상당하다. 예컨대 어떤 이슈에 대해 너무 쉽게 교회에서 보는 시각만을 이야기할 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지 않는다.
듣는다는 행위는 상대의 말과 행위를 무조건 옳다거나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무조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고, 자신의 믿음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믿음의 변질 없이도 가능하며 오히려 그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교회나 기독인들은 그런 대화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흑백논리, 적 아니면 아군, 믿는 이 아니면 무조건 죄인으로 치부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쉽게 정죄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려는 노력만큼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듣고 이해함을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하고 그 작업을 통해 내 자신의 믿음을 오히려 견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이다미디어에서 나온 <세계 5대종교 역사도감>은 그런 점에서 유용한 책이다. 기독교인들이 쓴 타종교에 대한 책들도 있고 나름 유용하지만, 그런 책들은 내부에서 바깥을 보기에 그 시각이 편향될 수 있다. 또 보고 싶은 부분만을 보는 경향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이 책은 교양서를 이해하기 쉽고 보기 편하게 펴내는 라이프사이언스 팀에서 낸 것으로, 비록 이들이 기독교 출판계가 아니어서 기독교에 대해 한계적이고 피상적 이해는 있을 수 있지만, 바깥에서 기독교뿐 아니라 유대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 등 세계 5대 종교의 교리와 역사를 도표와 쉬운 설명으로 담아냄으로써, 각 종교의 특성을 짧지만 알기 쉽게 잘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역사에 대한 단순한 기술만이 아니라,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각 상황과 문제들을 관련 지도와 도표, 설명을 첨부해 보여줌으로써 이해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시사적 특성이 첨부됨으로써 책을 읽는 특정 종교인에게 울타리 밖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각 종교 분쟁과 그 종교가 갖고 있는 시사적 문제들도 잘 보여준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도 어느 종교에 대한 편향성 없이 나름의 객관성을 가지고 세상이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기독교가 갖고 있는 여러 이슈와 문제들을 좀더 총체적으로 보여주며, 어떻게 그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지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물론 각 종교의 경전과 관련 서적을 읽고 시사지를 통해 각 종교의 특성을 직접 분석해낸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용하다.
교회와 목회자, 기성 교인에 대한 세상의 조롱과 비판이 들끓는 속에서 비록 좀 불편하고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책들을 통해 울타리 밖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남의 집도 돌아보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일 게다. 남을 이해해야 대화와 소통도 가능하고 설득도 할 수 있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