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아빠
존 맥아더 | 넥서스CROSS | 232쪽 | 12,000원
'사경회'라는 것이 있다. 사경회란 일정한 기간 동안 성경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집회이다.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예전엔 겨울 농한기 농촌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눈으로 덮인 산야와 개울을 가로질러 시골 읍내에서 약간 떨어진 개울가에 자리잡은 교회당으로 검정치마를 입은 아낙네들과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장로님들, 열정적으로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남자 집사님들이 모여든다. 보통 새벽, 오전 10시 성경공부, 오후 2시 성경공부, 그리고 저녁집회까지 하루 종일 닷새를 했다.
순박했던 시골 사람들의 성경 사랑은 대단해서, 밤에는 호롱불 밑에 가족끼리 모여 성경을 읽었다. 그들은 성경의 옛 이야기들 속으로 들어가, 그 책 속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을 만나면서 때론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때론 그들과 한없이 슬퍼하기도, 때론 호탕하게 그들과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 책에서 아담과 하와, 방랑하는 족장들과 이스라엘의 판관들, 이어서 나오는 나쁜 왕들, 못돼 먹은 왕들, 착한 왕들, 소심한 왕들을 만났다. 뿐만 아니라 예언자들과 시인들의 외침, 시와 노랫가락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신약성경에선 예수라는 분과 그의 떠돌이 생활, 바울 사도와 복음 전도자들, 히브리서의 위대한 가르침들, 계시록의 충격적인 환상들을 만났다.
성경이 우리 손에 있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을까?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이후까지, 신앙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통해 하나님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 들을 수 있었다. 성경의 아버지들은 자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들을 통해 자녀들은 하나님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유대인의 교육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성경 속에서 아버지의 교육은 자녀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통로였다. 존 맥아더 목사는 이 책을 통해 아버지로서 진정 중요하고 신성한 의무가 무엇인지, 무엇에 용감해야 하고, 어떻게 용감해야 하는지 우리를 일깨운다. 성경적으로 충실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강한 동기부여를 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읽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우 성경적이다. 6개 챕터로 된 책의 구성은 소그룹 모임에 사용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그에 따르면 자녀 교육에 대한 여러 문제를 복잡하게 다룬 다른 책들과 달리, 성경은 아버지로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매우 명확한 명령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는 에베소서 5장 22절에서 6장 6절까지, 신명기 6장 4절에서 9절까지, 누가복음 15장 11절에서 32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 본문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성경 전체를 다루면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어디에 용감해야 해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자녀 양육에 있어 아버지가 무엇보다 먼저 지녀야 할 것은 '영적 지도력'이라는 것이다(204쪽).
책의 저자인 존 맥아더 목사는 미국 교계와 언론이 꼽는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 중 하나로, 미국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에서 시무하는 목회자이자 신학자이다. 또한 그는 150여 권의 많은 책을 쓴 작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가 책을 통해 다룬 주제는 성경, 설교, 전도, 영성 등 다양한데 가정과 아버지라는 주제로 책을 썼다니 기대해도 좋겠다.
얼마 전 '용감한 아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아이를 돌보는데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이 크게 늘었으며 정부도 이들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아이를 돌보는데 헌신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하니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남자가 아이를 돌보는 일이 '용감한' 일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래서일까, 손에 받아든 책 표지에 '남자가 용감해야 할 곳은 세상만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조용준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