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원서 전문서점 라비블의 신간 도서들을 소개합니다. 해당 도서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라비블 구입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편집자 주
1. Gregory of Nazianzus (Series: Foundations of Theological Exegesis and Christian Spirituality)
저자: Matz, Brian
출판사: Baker Academic
학술적인 책을 출간하는 Baker Academic에서 2016년 출간한 '아주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홀로 나온 책이 아니라 시리즈입니다. 시리즈 제목은 'Foundations of Theological Exegesis and Christian Spirituality'입니다. 그러니까 기독교 영성과 신학적 주해의 초석을 다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즉 교부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초대교회 신학에 대한 연구가 뒷전이었지만, 최근 10여 년간 초대교회의 성서 해석과 신학, 교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이 시리즈는 그 연구를 종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공교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전 세계 교회가 하나로 모이기 시작하는 21세기에 모든 교회의 공통 분모인 교부 신학을 연구하는 것은 특별히 값진 일입니다.
시리즈 각 권은 책의 주인공이 어떻게 성서 주해를 했으며 자신의 교의학을 다졌는지, 또 그 사람의 철학적 혹은 형이상학적 전제는 어떠했는지 설명해 줍니다. 이 책은 그렇다면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의 교의학, 성서신학, 철학을 보여주지요.
좀 더 자세히 소개해볼까요? 첫째, 이 책은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의 신학을 개론적으로 훑어줄 뿐 아니라, 그 당시의 신학이 오늘날 신학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강조합니다. 과거의 신학이 오늘날 어떤 의의를 갖는지 보여주지요. 날 것을 주고 알아서 요리해 먹으라고 하지 않고, 현대신학에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는지도 설명합니다.
둘째,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주장했는지 알려주는 것을 초월하여, 그들이 성서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보여줍니다. 즉, 그들이 '어떻게' 신학했는지를 보여주지요. 많은 역사신학 책들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끝납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비평적으로 교부들의 성서주해 방법론 및 신학방법론을 파헤쳐줍니다. 그들의 방법을 거울 삼아 우리가 어떻게 성서를 읽을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주지요!
셋째, 교부들의 신학이 오늘날의 사회에서 교회적으로,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영적 해석을 제공하는지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교부들은 이 세상에 창조된 모든 현실이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과 서로 연결된다는 형이상학(participatory metaphysics)을 전제로 삼았기에, 삶과 실제로 연결되는 신학을 추구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오늘날에도 반드시 적용될 수 있겠죠.
이런 책 Gregory of Nazianzus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목사로서 신학자로서 어땠는지 보여주고, 각각의 주제(성화, 목회, 명상, 세례, 가난한 사람을 향한 사랑)에 대한 설교 혹은 기록을 보여줍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20세기 후반과 지금까지의 21세기는 교부 신학이 재조명받는 시기입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신다면, 라비블을 관심 있게 지켜봐 오셨다면, 분명히 교부 신학이 '하태하태' 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그렇지만 쉽게 발을 담그기 어려운 분야라서 망설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고 방대해 보이는 교부 신학, 개론서로 큰 그림을 그린 뒤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한 교부와 '찐하게'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다면 이 책으로 여행을 시작하시는 건 어떨까요? 꽤 가볍고 얇으며, 들고 다니기 좋은 크기입니다. 게다가 영어도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학술적 깊이는 놓치지 않는. 추천합니다.
2. Day the Revolution Began: Reconsidering the Meaning of Jesus's Crucifixion
저자: Wright, Tom
출판사: SPCK
아, 소개가 필요 없는 작가 톰 라이트의 신작입니다. 10월 11일에 나온, 인쇄소에서 나온 지 한 달도 안 된 책입니다. 책 소개글을 쓰는 사람은 객관적이고 평정심을 가져야 하지만, 저는 솔직히 택배 상자에서 이 책을 꺼내면서 떨었고요, 독서대에 올리면서 또 떨었습니다. 라이트의 지난 저서들을 거의 다 읽은 입장에서, 그리고 그가 신약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하면, 앞으로 나오는 책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소개는 해야겠죠!
이번 주제는 '십자가'입니다. 왜 갑자기 십자가일까요? 우리는 이미 갖고 있는 신학의 렌즈로 십자가를 봅니다. 하나님이 내 죄를 용서하시고 천국에 가게 하시려고 예수님을 죽이셨다는 식으로'만' 십자가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보다 더 깊고 넓게, 1세기의 관점에서 십자가 사건을 볼 필요가 있다고 라이트는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예수를 통해 현세에서 벗어나 내세를 바라보는 세상에는 무관심한 신앙과 신학에서 벗어나, 초대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향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소리치지요.
서론에서 저자는 왜 21세기에 우리가 십자가를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기원 후 1세기 배경에서 십자가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살펴봅니다.
파트 2에서는 십자가라는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울이 구약의 이스라엘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것을 십자가에 어떻게 대입하는지에 대해 다룬 뒤, 구약 전체의 언약과 예언이 어떻게 십자가 사건과 들어맞는지, 그리고 구약에서 등장하는 개념인 신의 임재, 죄 용서, 고난, 구원, 사랑이 십자가를 이해하는 데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는지 설명합니다.
파트 3에서는 어떤 점에서 십자가가 혁명적인 사건인지 설명합니다. 하나님께서 인류를 새롭게 하시려는, 당신의 피조물을 회복하시려는 계획이 십자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십자가가 상징하는 바에 의해 형성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공동체는 다른 세상의 모임들과 얼마나 혁명적으로 차이가 나는지, 예수가 어떻게 유월절을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정확히 어떻게 우리가 예수의 구원을 이해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나아가 바울이 '진정으로' 이해한 예수의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제로 그 의미가 얼마나 혁명적이고 실제적인지 얘기합니다.
파트 4에서 저자는 아주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이론을 던져주고 우리에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한 십자가'가 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결과들, 우리가 보여야 하는 모습들을 묘사합니다. 라이트는 '유월절 사람/백성(Passover People)'이라는 표현을 통해, 십자가를 자기 삶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선교, 자유 등의 개념을 재정립함으로써 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따르는 철학적인 전제들이나 세계관에 탈피할 것을 요청합니다.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의 문제' 시리즈처럼 어렵고 딱딱할까 걱정하시면 안 됩니다(사실 그 시리즈도 학문적 깊이를 고려하면 절대 어려운 문체는 아닙니다). 책이 두꺼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두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편안하고 어렵지 않게, 독자들과 느리더라도 끝까지 함께 걷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아직 라이트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해도 이 책을 읽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신학적으로, 신앙적으로 어느 쪽에 서 계시든, 이 책은 한번 훑어라도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저자: Wolter, Michael | Coppins, Wayne(ed) | Gathercole, Simon(ed)
출판사: Baylor University Press
'비싼 고퀄'의 책을 찍어내는 유명한 출판사 Mohr Siebeck과 사회과학 분야에서 깊이 있는 책들을 출판하는 Baylor University Press가, 2014년 국경을 초월한 기독교 학문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이 협력 관계의 일환으로, 두 출판사는 초기 기독교(Early Christianity)에 대한 시리즈 프로젝트를 만들어 지금까지 책을 세 권 출판했습니다.
2014년부터 한 권씩, Mohr Siebeck와 Baylor University Press의 프로젝트는 일 년에 단 한 권만 출간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나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편집자들이 직접 선정하고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하여 편집하는 이 프로젝트는 얼마나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작업하는지, 일 년에 책을 하나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거죠! 그만큼 가치가 있는 책이겠죠.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이 주석이 Mohr Siebec에서 나온 핸드북 신약 시리즈를 보완할 만큼의 퀄리티를 보장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핸드북 신약 시리즈라면 콘젤만, 케제만, 리츠만의 책들을 이야기한다니,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잡히시죠? 그렇다면 이 책 자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이 주석은 철저한 본문 분석을 제공합니다. 한 절 한 절 자세하게, 문법적으로, 단어 하나까지 무시하지 않고 해석합니다. 여기에 누가가 어떤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지, 그리고 양식 비평적으로 각각의 본문이 어떤 의의를 갖는지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미시적인 성서 해석을 한다고 보면 큰 오해입니다. 저자는 절별 분석 곳곳에서 누가의 다른 저서인 사도행전과의 비교를 비롯하여, 신약 전체를 조명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구약에서 맺으신 언약들이 신약에서 어떻게 성취되는지, 그리고 그 성취로 인해 유대교와 기독교가 어떻게 분리되는지 자세히 분석하여, 초기 기독교의 구체적 모습을 재구성합니다. 시리즈 이름에 걸맞게 말이죠. 이런 면에서 저자가 정경 비평적 도구를 사용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저자는 예수가 있었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누가의 내러티브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즉, 복음서가 쓰여진 환경인 유대교와 그리스-로마 사회의 문화, 경제, 종교가 어땠는지 연구한 후, 그 배경이 본문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이렇게 철저한 본문 분석을 바탕으로, 거기에 사회문화 연구를 더하여 저자는 누가가 신학자로서 쌓은 누가 신학의 모습을 그려줍니다. 사변적인 누가 신학을 꾸며내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단어, 문법, 맥락, 배경 연구를 거친 것을 바탕으로 누가의 어떠한 조직적인 사상이 누가복음이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는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절별 분석을 중심으로, 각 절별 해석에 녹여냅니다. 400쪽 중 서론 부분은 30쪽 밖에 안 됩니다. 요즘 나오는 많은 주석이 서론 부분에 많은 양을 할애하여 탄탄한 본문 연구 없이 이론적인 부분을 사변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책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주석 장르를 참 좋아했는데, 이 책은 꽤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차분히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영어나 신학의 실력 자체와는 관계없이, 꾸준히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류의 책인 듯합니다. 특히 성서의 절별 주해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본문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해석하기를 원하는 분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4. Anomalous Jew, an: Paul among the Jews, Greeks, and Romans
저자: Bird, Michael F.
출판사: Eerdmans Publishing Co, WM. B.
이 책은 현재 호주에 있는 Ridley College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는 새(Bird) 아저씨의 책입니다. 최근에 번역-출간된 <하나님은 어떻게 예수가 되셨나?>의 기고자로도 유명하고, 톰 라이트를 기념하는 논문집인 'God and Faithfulness of Paul'의 편집자로도 한국에서 이름을 날렸습니다. 2012년부터 11개의 작품을 썼을 만큼 자기 신학이 무르익은 작가라고 볼 수 있는 그가, 바울의 정체성 이해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설명하는 책을 썼습니다.
저자는 바울이 유대인에게, 유대 기독교인에게, 로마인에게, 또 로마 제국에게 유대인이었으며, 유대인의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갖고 살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목적은 바울이 어떻게 철저하게 유대인이었는데도 동시에 여러 종류의 유대인들에게 미움을 받았는지 설명하는 데 있습니다.
그 해답은 바로 제목에 있지요. 사실 잘 안 쓰는 단어라서 책 제목을 보시고 조금 놀라지는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anomalous(어나멀러스)는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와 다른 경우를 묘사할 때 쓰는 단어인데요. 그렇다면 바울은 유대인이기는 한데, '독특한' 혹은 '특이한' 혹은 '모순된' 유대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전통적인 유대인과의 마찰이 생겼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비록 크게 바울의 정체성이라는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성서신학자답게 아주 침착하게 성서 주해를 시도합니다. 성서 속에서 바울이 어떤 마찰을 만났는지, 그리고 그 마찰의 원인이 무엇인지 성서의 내러티브 속에서 설명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 바울신학의 경향을 훑어줍니다. 던, 라이트 등 쟁쟁한 바울 신학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며 때로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때로는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하며 논지를 전개합니다. 가끔은 현대 성서신학에 머물지 않고 칼 바르트처럼 다른 분과에 속한 사람의 견해를 빌리기도 하고, 약간은 시대가 다른 케제만, 보른캄, 부세트 등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소개하기도 합니다.
정해진 틀 속에서 성서신학을 하기보다는, 성서신학 방법론 자체 혹은 한 문학적 장르가 가지는 특징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조금 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의 지평을 넓혀주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겠네요.
사실 복잡해 보이는 바울의 신학을, 그리고 바울이 각기 다른 종교문화적 배경에서 교류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한데 모아놓기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일반 유대인, 유대 기독교인, 헬라 철학자, 로마 시민과 대조했을 때 바울은 어떤 사람인지 조직적으로 설명해 주는 데 성공합니다.
영어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꽤나 학술적인 문체지만, 저자가 입문자들의 고려한 글쓰기를 목표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바울 신학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평소 바울 신학에 관심이 있으셨거나, 바울의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으셨거나, 1세기 종교 및 사회에 대해 공부하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SH
/글: 하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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