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회문화적 책임과 목회자 성윤리'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교회와사회연구부) 주최로 18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열렸다.
세미나에선 백광훈 박사(문화선교연구원 원장)와 홍보연 목사(한국영성치유연구소 부소장), 조중신 소장(한국성폭력위기센터)이 발제했다.
'성적 탈선과 목회자: 그 현상과 목회 윤리적 과제'를 제목으로 발제한 백광훈 박사는 "목회자와 교인 간의 성적 탈선에는 본질적으로 힘의 남용의 문제가 있다"며 "목회자의 성적 일탈 행위란 교인들이 목회자에게 부여한 윤리적이고 영적인 힘과 권위에 대한 신뢰를 깨는 행위"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건, 목회자가 성도와의 관계들을 통해 성적인 접촉을 하게 되면, 그것은 결국 성도의 취약한 점을 이용하는 것이고, 자신을 향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요,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백 박사는 "목회자 성윤리를 연구하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목회자들이 경고 사인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포춘(M. M. Fortune)이 언급한 다음의 여섯 가지 점검 사항을 제시했다.
△목회자가 자신의 책임의 범주를 넘어서서 많은 시간을 상담하는데 사용하고 있는가? △목회자가 휴가를 취소하거나, 가족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목회자가 대화를 성적인 주제들로 이끌어 가지는 않는가? △책임의 기제를 무시하지는 않는가? △평신도 리더십이 위축되지는 않았는가? △교회 안에 모든 것이 목회자에게 집중돼 있지 않은가?
그는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구비한 공동체들이 목회자의 성적 비행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무엇보다 리더부터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후 대책에 대해서는 "목회자의 성적 일탈 행위가 일어났을 때, 교회는 가장 먼저 피해자에게 관심을 두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많은 경우 교회는 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 교회의 명예와 교인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목회자의 리더십 손상을 막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피해자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자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성적 탈선에 대한 책임이 교회 전체의 책임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교회가 교역자를 청빙했다면 교회는 교역자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교회는 목회자의 성적 비행에 공동의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윤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목회자 역시 성 문제에 매우 취약할 수 있다는 자기 인지"라며 "다윗과 같은 믿음의 사람도 성 문제 앞에서 실패한 것처럼, 모두가 그러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회자 성폭력의 발생 원인과 교회적 성찰'을 제목으로 발표한 홍보연 목사도 "성폭력은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행위"라며 "그러므로 성차별적인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회의 상차별적 요소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목사는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일 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영적인 죄"라며 "우리는 교회의 가부장제와의 유착을 끊어내는 교회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 성폭력 근절을 선교의 중심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한 신학적 입장과 구체적 행동강령을 반포하며, 신학교육 과정에 있어 평등한 양성 회복과 올바른 성 이해를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목회자의 성 윤리-종교기관에서의 성폭력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제한 조중신 소장은 "성폭력을 성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로 보고 약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때, 교회는 피해자의 치유와 영성의 회복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 내에서 (성적) 잘못을 저지른 성직자는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고, 사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보호와 배려가 마련돼야 한다"며 "교회 내에 목회자의 성윤리 규범이나 규례를 제정해 교인들에게 공지하고, 이런 것들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해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