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란 무엇인가
케빈 J. 밴후저, 오언 스트래헌 | 포이에마 | 359쪽
오늘날 교회, 기독교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인 목회자. 대부분의 교회에서 목사의 역할과 비중은 상당히 클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교회의 실태와 위기들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던 목회자의 정체성에 대해 재고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목회자들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
질문에 대한 책의 대답은 원 제목과 같이(The Pastor as Public Theologian), 목회자란 공적 신학자라고 정의한다. 그 주장이 책 전체에 흐르는 큰 줄기이다. 우선 목회자는 '신학자'라는 주장을 펼치는데, 책에서 정의하는 신학이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이야기에 근거해 하나님에 대해 잘 말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즉 신학자란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위해 행하신 일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고 말하고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러한 주장으로 볼 때, 목회자가 신학자여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으로 보여진다.
삶 속에서 다른 소음들과 눈을 매혹하는 것들 앞에 방치된 우리에게, 공동체의 목자인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은 진정한 실재를 제시하는 일이며, 우리가 그의 이야기 속에 있는 자들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공적' 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목회자는 교회 안의, 내세만을 바라보게 하는 복음을 가르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세상에서 복음과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는지, 가치와 존엄이 도전받고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즉 교회는 빛과 소금으로서 그리스도의 생명을 세상에 입증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목회자는 말씀과 현실 사이에 다리 놓는 일을 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저자들은 목회자란 보편적 지식인이라고 말한다. 즉 교회와 교리에 갇혀 변방에서만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고 해석해서 공중(public)에게 길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바로 목회자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1장에서는 성경 속에서 나타는 목회자의 역할(예언자, 제사장, 왕)에 대해 알아본다. 2장에서는 교부들과 앞서 있던 목회자들에 대해 다룬다. 3장과 4장은 각각 조직신학과 실천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각 챕터 사이에는 12명의 현장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 다소 이론적인 책의 적용점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리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린 이 시대와 교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마 진리를 수호하고 사람들에게 참된 소망을 품게 해 주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 목회자들은 테크닉, 경영, 이벤트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골방으로, 성경과 책이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성경에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공부하라'는 말에, 이제는 목회자들이 (물론 모든 성도들도 포함되지만) 그 말씀 앞에 반응해야 할 때이다.
/박예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