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신학자이자 성령운동가인 배본철 교수(성결대)가 책 「이단을 보는 눈」(영성네트워크)을 최근 출간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그 동안 교계에서 이단 문제와 관련, 주로 사용한 교리적 잣대는 구원론, 삼위일체론, 기독론, 성령론 등이었다. 그런데 배 교수는 "이런 교리들과 함께 실상 이단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있는데, 바로 교회론"이라며 "어떤 인물이나 집단이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서의 복음적 교회론의 일치성을 훼손해 교계의 질서를 크게 어지럽힐 때, 그들은 전체 교계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역사상 범기독교적으로 확정된 이단들이, 이단으로 배척을 받게 된 것은 모두 그들이 지닌 독선주의적 교회론에 원인이 있었다"며 "물론 그들이 가르치는 비복음적인 내용이 이단 정죄의 단서가 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이들 집단에 대한 교계의 조사와 검증의 발단이 된 것은 결국 그들이 기존 교회의 안녕과 질서를 크게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배 교수는 "교계로부터 정죄받고 있는 이단들은 자기들의 가르침이 성경적으로 문제가 없고 또 정통 교리에 있어서 탈선하지 않았다고 변호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정체성이 그리스도의 몸의 일치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배 교수는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이단 정죄와 배척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의심 집단을 평가하는 일부 교계의 관행 역시 문제가 된다"며 "평소 교회에서 거의 가르치지도 또 관심도 없었던 고대교회의 신조나 교단의 법 조항들을 내세워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단으로 정죄하고 배척하는 일만이 이른바 이단 전문가나 이단 평가 기구들의 주된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보다는 성도들을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고 또 이단에 빠진 사람들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배 교수는 특히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반 성도에게 이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대부분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라며 "남들이 이단이라고 하니까 나도 이단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책임성 있는 판단의 의무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단으로 판단을 받는 당사자는 그리스도인들의 지나친 속단에 따른 정죄와 배척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이단 정죄 여부에 앞서 먼저 이단이 무엇인지, 또 어떤 범주에 속하는 것이 이단인지 등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연구는 단지 특정 집단의 이단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만 아니라, 그리스도인 자신을 건전한 신앙으로 지켜나가고, 또 이단이나 경계 집단에 연류된 이들을 온전한 복음으로 돌이키게 하는 일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배 교수는 "「이단을 보는 눈」을 쓴 동기는 또 하나의 유사한 이단 비판서를 집필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기독교가 이단 문제를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또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함이었다"며 "독자들도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회론 외에 '마귀론'도 다루고 있다. 이는 "마귀가 지구상에서 아직 자기의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단 하나의 기구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배 교수의 확신 때문이다. "마귀는 어찌하든지 교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또 교회를 분열시켜 파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단들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배 교수는 "이러한 마귀의 책략이 극단적인 혼합주의와 갱신주의, 그리고 분리주의 성격의 이단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며 "과열된 개교회주의와 분파주의는 이러한 마귀의 조종을 받는 이단들이 활개칠 수 있는 가장 좋은 터전"이라고 했다.
또한 이 책은 이단 시비에 있어서 자주 등장하는 직통계시 문제를 비롯해 방언과 예언 등 성령의 은사 문제에 대한 전통 복음주의와 은사주의 사이의 갈등 문제를 소상히 다룬다. 그리고 열광주의적 신앙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네오-몬타니즘(Neo-Montanism)의 주제를 새롭게 이단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부각시킨다.
아울러 배 교수는 이단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교회사적 분별법'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이러한 분별법은 어느 교단의 교리, 어느 신학 노선에도 서로 충돌되지 않고 공통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이는 또 교단 간의 이견 때문에 힘이 분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 교계가 힘 있게 이단을 저지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서의 교회의 영광과 능력을 드러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