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기독교 신앙
한국교회탐구센터 | IVP | 178쪽 | 10,000원
과학은 이 지구와 태양계를 넘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 세계에 대해 끊임없는 탐구를 진행해 왔다. 그래서 지구와 우주, 생명의 원리와 기원에 대해 불완전하지만 나름의 이론을 정립했고, 그 가운데 종교, 특히 직선적 역사관을 가진 기독교의 자리는 좁아져 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 특히 '육체'에 대한 각종 연구를 지속하면서, 인간을 괴롭히는 수많은 질병들을 정복해 나갔다. 그 많은 시도 끝에 '인체의 신비'를 대부분 풀어냈고, 이제 마지막으로 한 곳만이 남아있다. 달까지 흔적을 남긴 인간의 미답(未踏)지는 바로 우리 인간의 '뇌(腦)'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헤치는 뇌과학은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은 이 뇌과학(신경과학) 연구를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는 무크지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의 첫 작품이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과학과 신앙'에 대한 시리즈 기획물이다. 무크(MOOK)지는 잡지(Magazine)와 책(bOOK)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부정기간행물을 뜻한다.
이러한 시도, 특히 첫 호에서 '뇌과학'을 주제로 삼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진화론 탄생 이후 과학을 대립 또는 적대 관계로만 여기던 기독교의 태도 변화를 예고한 것이기 때문. 과학의 급속한 발전에 대처하는 기독교 일부의 모습은, 마치 '저만치 앞서가는 과학에 한참 뒤처져 있으면서도 앞서가는 이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려 애쓰는 듯' 했다.
특히 '뇌과학'은 '영혼'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미 뇌과학 연구자들은 관련 실험과 연구를 상당 부분 진척시킨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특집에서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에 대해 저술한 한국뇌전증협회 회장 허균 교수(아주대 의대)는 "뇌과학은 그동안 방치돼 왔던 물질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관심을 돌리기를 촉구한다고 볼 수 있다"며 "어떻게 물질 속에서 정신을 찾을 수 있고 어떻게 물질적 존재이면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과학이나 철학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근본적 출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창간사 '과학과 신앙의 스펙트럼을 출범하며'에서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은 "'신앙과 과학'이라는 주제가 앞으로 점점 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예견적 확신이 든다"며 "'스펙트럼'은 과학과 신앙의 이슈에서 복음주의 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는 창조와 진화의 이슈에 있어 특히 그렇다)"이라고 말했다.
책은 배경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는 노종문 목사(전 IVP 편집장) 사회로 박희주 명지대 교수(과학사), 송인규 소장, 우종학 교수(천문학)의 특별 좌담 '왜 지금 과학과 신앙을 이야기해야 하나'로 시작한다.
좌담에서 박희주 교수는 '신앙과 과학'이라는 주제에 대해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종교와 과학은 역사 속에서 진리를 다루는 가장 강력한 두 체계로 존재해 왔다"며 "종교적 진리와 과학적 진리는 실재를 규정하는 두 개의 상이한 체계라고 보는 것으로, 과학과 종교 간의 논쟁은 상당 부분 실재를 규정하는 두 힘의 경합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과학도 인간이 만든 산물이기에 관점과 해석이 불가피하고, 우리는 어떤 실재를 다루는지에 따라 그것을 규정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신의 존재나 영혼의 문제를 다룰 때는 과학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듯 어떤 실재를 다루는지 그리고 실재의 어떤 측면을 다루는지에 따라 과학과 종교는 모두 필요한 '상보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책에는 허균 교수 외 2인의 글을 실은 다소 전문적인 특집 '그리스도인에게 신경과학이란 무엇인가', 뇌과학 관련 도서들의 짧은 리뷰들과 특별 기고 '책과 인물로 풀어 본 과학과 신앙의 역사', '성경 속 과학의 수수께끼: 창세기 2장 7절은 아담의 창조에 대한 것인가?' 등 다양한 내용들이 망라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