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센터처치
팀 켈러 | 두란노 | 800쪽
◈중간 영역 - '신학적 비전'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삶의 환경과 양식이 변화할 뿐만 아니라 세계관도 변화합니다.
더군다나 현대 사회는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을 뿐 아니라, 변화의 간격도 상당히 짧아졌습니다. 목회자들은 이러한 환경과 시대 속에서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하며 교회를 어떻게 운영해 가야 할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위 '목회적인 성공'을 추구합니다.
물론 '목회적 성공'을 말할 때 그 이면에 있는 추구하는 지점이 목회자마다 (또는 교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팀 켈러(Timothy Keller, 이하 저자)는 사람들이 '목회적 성공'을 말할 때 그것은 수적 성장을 말하거나 충성됨(혹은 성숙)만을 말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목회적 성공'을 이야기 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바로 '열매맺음'입니다.
"나는 사역자를 평가함에 있어서 성공이나 충성보다 더 성공적인 기준이 열매맺음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17쪽)."
그렇다면 목회에 있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모든 교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획일화된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지역교회가 위치한 곳의 지리적 특성, 구성원들의 성질 등을 고려해 본다면 각 교회는 각각의 특성을 지닌 공동체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편적이고 획일화돼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따르기보다, 그 방법론이 나오는 근간이 되는 신학(성경적 표지)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함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신학(성경적 표지)에 대한 이해와 현대 세계와의 관련에 대해선 직접적 적용과 방법을 도출하기 전에 중간영역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것을 '교리와 실천의 중간영역'으로 설명하면서, 리처드 린츠(Richard Lints)의 의견을 빌려 '신학적 비전(theological vision)'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복음(Gospel), 도시(City), 운동(Movement)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센터처치의 신학적 비전은 세 개의 기본적인 항목에 집중한다. 그것은 복음, 도시, 운동이다(34쪽)."
이러한 기본적인 틀 속에서, 저자는 총 8개의 파트로 이 책을 구성합니다.
앞의 세 파트를 통해(목차로는 두 파트) '복음'에 대한 정의와 복음적인 '부흥'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 '복음'이 어떻게 현실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이후 두 파트를 통해(목차로는 세 파트) '도시'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 세 파트를 통해 '운동'에 대해 설명합니다.
저자가 '복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그 복음의 상황화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는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제가 생각을 나눠보고 싶은 것은, 저자가 갖고 있는 '도시'에 대한 이해입니다.
◈도시와 현대 문화
이 글의 앞부분에서 언급했지만, 저자는 현대 사회가 상당히 복잡하며 다양화돼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들과 더불어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을 이야기하면서, 현대 사회가 '도시화'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저자는 도시를 현대의 세계관과 생활방식, 그리고 현대의 문화가 집결된 모델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는 기독교 문화가 근간이었던 미국사회가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된 상황들을 설명하는 데 '현대사회의 다양성' 개념을 사용합니다.
저자가 '도시'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개념에 대해 말하는 것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대다수 복음주의 교회들은 공동체적 특성에 있어 중산층이며 이것들은 그들이 개인의 자유나 안전, 동질성, 감수성, 공간, 질서, 규율 등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366-367쪽).
-현재 미국 선교기관들을 주관하는 복음주의 개신교도들의 대다수는 대개 백인이고 비도시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도시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며, 대부분 좋아하지도 않는다(363쪽).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미국 내에서 발견될 수 있는 전제입니다. 물론 이 책이 미국 목회자에 의해 자신의 교회의 목회사역을 중심으로 쓰인 것이니 이러한 전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도시'와 '시골'의 개념도 철저하게 미국의 도시와 시골에 대한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미국 사회와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배경을 갖고 있지 않은 독자들은(혹은 목회자들은) 이 점을 미리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저자는 자기 자신과 목회하고 있는 교회인 리디머교회가 갖고 있는 신학적 비전을 설명하면서, 나중에는 신학적 비전 위에 어떻게 사역이 진행돼야 하는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제시하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미국 사회와 미국의 도시적 배경에서 이해되고 실천될 방법론들입니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론들은 이론적으로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한국적인 배경 내에서 과연 얼마나 실천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가 현대 사회와 현대 문화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것은 '도시'입니다. 이 점에는 적극 동의가 됩니다. 도시 문화와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은 분명히 현대 사회와 현대 문화를 드러내고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제가 고개를 갸우뚱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자가 단순하게 현대 사회와 현대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도시'와 '도시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화' 자체를 하나님의 사역으로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합니다. "하나님의 도시는 바벨과 같은 인간의 도시들과 다르다. 인간 도시에는 건축자들의 번영과 명성을 위해 마천루가 세워진다. 반면 하나님의 도시의 마천루는 '온 세상의 기쁨'이 된다(시 48:2). 도시의 문화적 부요함은 생산자들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땅의 기쁨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만들어진다. 또한 도시 사회는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이기심이 아니라 봉사에 근거하여 형성된다(304쪽)."
"창세기 11장에서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바벨론은 이기심과 교만과 폭력 위에 세워진 문명의 전형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도시이다. 이 도시의 가치들은 하나님 도시의 가치들과 완전히 반대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하나님 도시의 시민들은 인간 도시의 최고 거주민이 되라는 사명을 받는다. 하나님은 유배자들에게 도시를 공격하지도, 경멸하지도, 도망치지도 말라고 하신다. 오히려 도시의 평화를 구하며 도시를 사랑하며 숫자를 확장하라고 하신다." (308쪽)
"시골 농경 지역의 대부분은 이교도의 땅으로 남은 데 비해, 초대교회는 주로 로마제국의 도시 거주민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는 도시 운동이었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이 도시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를 잡을 수 있었다. 도시가 이뤄지는 곳이면 문화도 형성된다. 거기에는 물론 도시의 지도층도 있었지만 그리스도인 교회는 그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때도 도시들은 가난한 사람들로 가득 찼고, 도시의 그리스도인들은 빈곤층에게 헌신적이었다. 그것은 도시인들의 눈에 충격적으로 비쳤다. 도시들을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지도층을 얻을 뿐 아니라 빈곤층과도 깊이 교류하며 역사와 문화를 바꾸었다(321쪽)."
이러한 문장을 읽으면서 저는 저자가 '도시'에 대해서 말할 때 그것이 선교의 전략지로서 도시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도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죄에 사로잡힌)에 대한 반론으로서 '도시'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헷갈렸습니다. 물론 두 가지가 어느 정도 섞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도시/도시화' 자체에 대한 강조는 조금 지나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도시 문화의 측면에서 '도시'를 타락한 곳으로 규정짓기보다, 도시가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교회는 그러한 것들을 유용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다 보니, 도시 자체의 선함을 주장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목회자의 신학
저자는 교회가 도시 속에서 어떻게 사역을 행하며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통해 설명하며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모든 방법은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제시하는 방법론은 꽤 유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본서를 통해 상당히 방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복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부흥과 부흥주의, 선교학, 상황화 신학, 정치(보수와 진보), 니버와 카이퍼를 통한 그리스도인과 문화에 대한 개념정리, 현대교회들(구도자예배, 이머징교회, 미셔널처치 등), 설교와 예배까지..., 상당히 방대한 범위를 정리하고 이야기하면서 도시와 교회에 대해 어떤 신학적 비전을 갖게 되었고, 그 신학적 비전이 도시(도시 문화) 속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이것은 저자 스스로가 자신의 목회를 신학(성경적 표지, 신학적 비전) 위에 세우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고 애를 썼는지를 관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는 목회자들에게 요구되는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의 결과물을 답습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벤치마킹하려고 해 봐야,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 및 배경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그리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가능한 교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하기보다는 저자가 친절하게 가이드하듯 신학적 비전을 세워갔던 저자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즉 목회자들에게는 신학(성경적 표지, 신학적 비전) 위에서 목회를 하기 위한 신학적 사유와 공부가 필요하며, 목회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와 배경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어떻게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와 배경(도시/도시문화)을 이해했으며, 그 속에서 지역교회를 목회하기 위해 어떠한 성경적 표지들을 세웠는지, <센터처치>를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한국 사회라는 배경 속에서 우리가 속해 있는 문화와 배경을 읽고, 성경적 표지를 세우는 일을 시도해 본다면 상당히 유의미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진용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