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리더십
러벳 H. 윔스 | 대한기독교서회 | 224쪽 | 8,500원

읽다 보면 '왜 이런 책이 주목을 받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윔스의 「변화의 리더십」이 그런 책이다.

교회만큼 지도력 문제가 중요한 집단도 없을 것이다. 교회는 단순히 이윤 창출을 추구하는 기업(企業)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이루는 하나님의 기업(基業)이기에,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진리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에는 더 세심한 지도자의 철학과 지도력이 요구된다. 윔스의 책은 지도력에 관한 단순한 정보나 기술 제공이 아니라 통찰을 제공한다. 현실의 교회는 늘 잡음이 많고 상처도 많은데, 그 문제의 중심에 언제나 지도자가 서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리더십'을 고민하는 목회자라면 이 책 한 권만이라도 주의 깊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교회에서 지도력으로 인해 일어나는 상당한 아픔과 상처를 막을 수 있으리라.

몇 해 전 섬기는 교회에서 '리더십' 강의를 하느라 여러 책과 자료를 뒤적였던 시간이 있었다. 그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어 통째로 외우고 싶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변화의 시작이다 

책 제목 '변화의 리더십(Take the next step)'이 나타내듯, 리더십은 사람들을 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변화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를 웜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체에 침투한 바이러스에 항체들이 온 힘을 다해 대항하듯이 인간은 변화를 향해 저항한다. ... 변화는 절대로 쉽게 혹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19쪽)".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이다. 교회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 어떤 조직보다 전통을 고집한다. 오래된 교회일수록 변화는 힘들고 어렵다. 더구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교인들은 교회를 변화의 고통을 피하는 피난처로 여기기에, 교회가 바뀐다는 것은 그들에게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다(20쪽). 하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 한다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종종 새로 부임한 목회자가 교회를 자신의 생각대로 한꺼번에 바꾸려 하다 대단한 저항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급격한 변화는 언제나 구성원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오히려 조직의 활력을 파괴할 경우가 많다. 변화는 구성원들과 조직의 전통, 역사, 문화를 이해하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적인 변화는 극적이거나 특별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인데, 지도자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대목이 독자들이 본서에서 가장 깊이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목회자들이 사람을 품고 역사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자신감 있는 목회'와 '미성숙한 목회'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미성숙한 설교'를 '자신감 넘치는 설교'로 착각하곤 한다. 역사란 무엇보다 그 사건과 그 사람을 알아주는 것인데, 지도자의 자질은 바로 이 역사 공감능력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말하는 '비전'이란 것도 이 기초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   

◈비전은 지나간 역사 위에 세워진다

비전은 지나간 역사 위에 세워진다. 비전은 '교회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의 새로운 장'이기 때문이다(93쪽). 결국 변화는 과거와의 단절을 말하지 않는다. 과거를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우리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다(149쪽)".

지도자는 색칠 뒤에 있는 '펜티멘토(밑그림)'를 볼 수 있어야 한다(80쪽). "부흥하는 교회들은 변화하고 있지만, 그들의 역사 속에 형성된 정체성을 부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88쪽)". 그래서 비전은 대단한 지식이나 지혜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난 역사를 곰곰이 살피고 분별하며 통찰할 때 '발견하는 단서'이다(112쪽).

현실은 언제나 긍정적인 단서와 부정적인 단서가 함께 혼합되어 나타나는데, 이것을 웜스는 환자의 몸에 설치되어 있는 '심박동 측정기(heart rate monitor)'에 비유한다. 심박동 측정기가 일직선으로 표시되는 것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어느 정도 불균형이 없으면 그 조직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다(120쪽). 결국 리더는 혼돈의 상황을 그대로 감싸안음으로 긍정과 부정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하는데, 그것이 비전이다. 

◈기다리는 자만이 변화를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변화에 저항한다. 가장 많이 변해야 하는 사람들이 특히 더하다(172쪽)"는 말은 변화를 갈망하는 우리에게 통렬하다. 가장 많이 변해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 교회의 핵심 구성원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어쨌든 반대 세력을 더 가까이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반대자들이 지도자를 공격할 때 지도자가 취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부당한 공격일지라도 지도자가 반대 세력을 감정적으로 대하면, 사람들은 반대 세력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하기보다 지도자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만 기억하기 때문이다(175쪽).

지도자는 이러한 순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도력에는 지체 시간(lag time)이라는 게 있다(179쪽). 지도력이 스며들어 그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이다. 과정 중에 있는 것이 실패로 느껴질지라도, 사람보다 느리게 행동하시는 하나님을 기다려야 한다(293쪽). 유진 피터슨의 책 제목처럼, '같은 방향으로의 긴 순종'(205쪽)을 말이다.

/서중한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울 공항동 대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