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교회
양민철·김성률 | 새물결플러스 | 292쪽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목회자들이 운영해 온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광장 천막카페' 이야기를 다룬 「광장의 교회」가 출간됐다.
이들의 '고난당하는 이웃과 함께하는 천막카페'는 기독교 사회 참여 활동의 일환으로, 한국 사회 고난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목적으로 설립된 개신교 단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에게서 2014년 8월 휴가 기간 중(1-9일) '커피 봉사'를 요청받아, 천막카페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책은 저자들이 '천막카페'에서 봉사하며 겪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의 집담회, 그리고 천막카페에 대한 목회자들의 전문 대담과 봉사자들 간의 대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비단 세월호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선한 사마리아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한다. 저자들은 "고난당하는 이웃과 함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우선 고난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사회에 고난당하는 이웃과 현장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질문한다. 자신들처럼 고난당하는 이웃 곁에 머무는 방법도 있는데, 이때는 그 방식을 지혜롭게 선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현장이 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천막카페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물을 공급하고 있다. ... 물 외에 커피와 탄산음료도 제공하고 있다. 고난당하는 이들 곁에 머무는 방식은 일상의 필요를 채우는 방식이어야 한다."
'한국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봉사하는 기관'인 한국교회이지만, 뜻밖의 사실도 드러난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찾아 붙박이로 봉사하는 기독교 단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 저자들은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 절대 다수의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소수 활동가들의 헌신으로 운영된다며, 지역교회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자연스레 힘이 분산되고 지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지역 교회들은 얼마나 많은가. ... 교회는 사회의 그늘진 영역을 위해 헌신해야 마땅하다. ...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가 대면한 질문은 '교회가 과연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구체적 사례가 필요하다. 천막카페는 그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사람들이 말끝마다 '하나님의 뜻'을 거론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저희 아이들의 죽음이 하나님의 뜻이니 믿음으로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말할 때는 정말 견딜 수 없었어요. ... 세월호 참사가 하나님의 뜻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하면, 악을 저지른 사람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게 됩니다. 매사에 하나님을 끌어들이면 일견 대단한 신앙을 소유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믿음이야말로 '면책'하는 '현실 도피'의 방편이 되고 말지요."
저자들은 "우리는 광화문에 세월호 광장이 존재하는 동안 '광화문 천막카페'라는 이름으로 상주하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 곁에 끝까지 머물 것"이라며 "또한 진실 규명을 위해 수고하는 장기 봉사자들을 돕는 일을 지속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발행인 김요한 목사는 "이 책이 2014년 4월 16일 이후를 살아간, 우리 사회의 모순의 십자가를 짊어진 희생자들과 그들 곁에 있었던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증언하는 기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